강사는 디자이너를 깎아내리는 직업일까

기술을 축척하는 또 다른 방식

by seoul

나는 한동안
강사라는 경력이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약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실무 현장에서는
교육 경력을 애매하게 보았고,
교육 현장에서는
안정적인 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늘 중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항상 평가 대상이었고,
학생들의 평가와
학원장의 판단이
내 일자리와 직결되었다.

소신 있게 일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칫 기분이라도 상하게 하면
수업 분위기가 흔들렸고,
한 명의 이탈은
순식간에 전체의 동요로 이어졌다.

강사는 늘 살얼음판 위를 걷는 사람 같았다.
발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위치.
내세울 자리도 없었고,
존재를 증명할 무대도 마땅치 않았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소모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경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이 나를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정리시키고 있었다는 걸.

사실 나는 강사를 하면서
패션의 프로세스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말로 설명하지 못했던 감각들을
문장으로 정리해야 했고,
학생의 시선에서 다시 풀어내야 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패션’이라는 하나의 관심으로 모인 자리에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다.
패션만 해온 내가
나의 경험치만으로 모두를 납득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한계는 생각의 전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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