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 까지는 프렌차이즈 치킨대신, 겉바속촉 옛날통닭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닭 한 마리의 품격, 그리고 나의 소비 습관”

입천장 까지는 프랜차이즈 치킨 대신
오늘도 나는 ‘옛날 통닭’을 택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담백한, 그 단순한 맛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먹기 좋아야 아이도 안심한다’는
나름의 철학도 있었다.

허나, 문제는 아이였다.
취향이 확고하고, 입맛이 정밀한 아이는
냄새 하나, 맛의 미묘한 차이까지도 귀신같이 잡아낸다.

늘 반마리만 시켜 먹던 우리가
오늘은 큰맘 먹고 한 마리를 시켰다.
그런데 아이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엄마, 이거… 똥냄새 나.”

순간 화가 났다.
‘똥냄새’라는 단어보다,
“반마리 시킬걸…”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자주 시켜먹던 곳이라 더 찜찜했다.
결국 가게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 말로는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요.”
사장님은 미안한 듯 말했다.
“냉동닭이 녹으면서 핏물이 빠질 때 그런 냄새가 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닭계장집에서 20년 넘게 일한 엄마가 늘 하던 말이었다.
‘고기는 사람 손을 많이 탈수록 냄새가 나기 마련이지.’

결국 통닭은 환불을 받았다.
먹지 못하고 버린 닭 한 마리가
왠지 ‘오늘의 허무’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입맛이 상한 아이는
“다시는 안 먹을래”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며칠 뒤,
“엄마, 나 치킨 또 먹고 싶어.”

웃음이 났다.
결국 우리는 다시 그 치킨집을 향했다.
이번엔 직접 픽업을 가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서며 나는 말했다.
“그날 똥냄새 난다고 했던 그 아이요.
다시 먹으러 왔어요.”

사장님은 웃었다.
“다행이네요. 다시 와줘서 고맙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렸다.
닭 한 마리로 시작된 불쾌함이
결국 다시 ‘사람 냄새’로 돌아왔다.
맛이라는 건 결국 ‘손’과 ‘태도’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
아이 핑계로 치킨을 시킨 것도,
결국은 맥주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핑계는 끝도 없고, 그게 또 사람 사는 맛이다.

오늘 밤의 교훈은 단순하다.

입천장을 긁히게 하는 바삭함보다,
실수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부드러움이 낫다.


세상엔 완벽한 닭도, 완벽한 소비도 없다.
그저 한마리의 치킨을 통해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보는 연습을 할 뿐이다.



#배민 #오늘통닭 #생맥주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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