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2일 발행 예정인 개정증보판을 만들고 나서
『잃고 쓰기』는 더썸띵북 출판사에게 퍽 특별한 책이다.셀프 퍼블리싱을 해왔던 우리 출판사에 클라이언트의 투고가 들어오다니. 우리는 작가의 소규모 출판을 돕는 디자인조력자로서 작가와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이 책을 제작했다.1쇄는 금세 팔려나갔고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 전시와 네이버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선정되어전시, 열람되기도 했다. 여러 서점들로부터 입고 요청을 받을 때마다 이미 소진된 재고 때문에 번번이 아쉬운 회신을드려야만 해서 죄송했다.
그래서 결심한 2쇄. 초판을 꼼꼼이 읽어보니 고쳐야 할부분이 또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개정판이 되었다. 이대로인쇄하러 가자니 1쇄 때 비용 상의 한계로 못 다 이룬 디자인적 디테일을 다시 살리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텀블벅 모금을 통해 후원자를 모집했고 마흔다섯 분의 후원자분들을통해 목표액이 달성되었다. 그렇게 증보판이 되었다. 새로운 표지와 내지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책의 죽음이 예고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그런데도 여전히 책을 쥐고 밑줄을 긋고 책장을 넘기다 머리 맡에 놓고잠들기를 즐겨하는 당신이 있다. 더 아름다운 장정의 책을소장하고 그 물리적 독서를 감각하고 싶어하는 당신이 있다. 독자의 힘, 텍스트의 힘을 믿는다. 더썸띵북은 독자의일상에 오브제가 되는 책, something으로 감각되는 책을 짓기를 바라는 소규모 출판사이다. 거절당한 원고, 책상 서랍속 - 아니 당신의 컴퓨터 안에 잠든 워드 뭉치를 책으로 만들고자 에세이북 시리즈를 진행중이다.
에세이북 시리즈의 첫 책인 본서를 통해 비슷한 결의 다른 원고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이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 곧 출간 예정이다. 텀블벅 후원자 중 세 번째 책의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올해는 에세이북 시리즈의 풍작이다. 여러모로『잃고 쓰기』가 효자다. 누군가의상실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그녀의 이별 일 주년에 조금이나마 의미있는 소식이 될 수 있을까. 내밀한 이야기로 작은 출판사의 메일함을 두드려준 안나 조 작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