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빨갱이(?)의 경영을 보여주마!..."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조금은 특이한 기업, 팔란티어(Palantir) 의 이야기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팔란티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IT 업계나 투자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미 이 회사가 친숙하실 것 같습니다.
(1) 팔란티어를 아시나요?
동학 개미들의 악몽 ‘빨랑튀어’
⌜2020년 9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세간의 주목을 받다” 상장 직후 주가 9~10달러 출발 2021년초 주가 약 45달러 기록 후 하락 2025년 2월 14일 119.16달러 기록⌟
팔란티어는 위 기록들 이후 불과 2주 만에 83.39달러까지 급락을 하며 격렬한 변동성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큰 폭의 등락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한국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빨랑튀어”(‘빨리 팔고 튀라’라는 농담성 멸칭) 같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나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같은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IB)들은 “방위 산업 및 정부 프로젝트에 강력한 파트너십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팔란티어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리포트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다각화와 민간 부문의 확대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하죠.
이렇듯 팔란티어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누구도 이 회사를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평하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예컨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당시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활용되었다는 보도가 전 세계에 팔란티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된 계기가 되었죠.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과 인큐텔(InQTel, CIA의 벤처투자기관)로부터도 초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 전후에 인큐텔이 팔란티어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투자 규모와 세부 시점은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음) FBI 역시 범죄·테러 수사를 위해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입했다는 외신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죠.
독특한 컬트 문화와 비밀주의
보통 실리콘밸리의 대형 테크기업이라 하면 사무실이 안정적으로 정립되어 있고, 체계가 잘 잡혀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팔란티어는 여전히 스타트업 같은 면모를 유지하며, 독특한 컬트 문화를 갖춘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2020년 9월 30일 뉴욕 증시 상장 당일, 샴페인과 파티 대신, 전 직원이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파티를 열었다는 일화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이 회사는 딱딱한 비즈니스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즐기는 공동체’다”라는 문화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팔란티어는 회사 내부 기밀을 철저히 지키는 ‘비밀주의’ 조직 문화로도 유명합니다. 2014년경 포브스(Forbes)나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등이 팔란티어를 두고 “가장 비밀스러운 유니콘 스타트업”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전·현직 직원들은 NDA(비밀유지계약)로 강력하게 묶여 있고, 부서·프로젝트 간 협업 역시 “꼭 필요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공유”하도록 운영 매뉴얼이 설정되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팔란티어의 임직원 수는 2023년 기준 약 3,500명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설립되었거나 비슷한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클라우드 기업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2023년 기준 직원 수가 7,000명에 달합니다. 구글·아마존·메타 등은 각각 수십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죠. 즉, 팔란티어의 직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영향력 면에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팔란티어 내부에서는 스스로를 “회사(Company)가 아니라 ‘펠로우십(Ffellowship)’이자 컬트집단”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이는 경영층부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까지 모든 조직원이 “같은 목표에 미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집단”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도 이를 두고 ‘컬트적’이라 평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팔란티어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 중 하나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습니다.
“작지만 강력한” 팔란티어,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방대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이 회사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팔란티어가 표방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화는 누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왔을까요?
이에 총 3편에 걸쳐, ➀팔란티어를 만든 사람들 ➁그들의 조직 철학, 그리고 ➂팔란티어가 나아가는 길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편으로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공동 창업자’, 알렉스 카프(Alex Karp)에 대해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이후 영상에서는 팔란티어를 공동 창업한 또 다른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조직 설계 철학과 비전이 어떻게 ‘소수 정예’로도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회사를 만들어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회사의 리더들
팔란티어의 리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 피터 틸(Peter Thiel), 알렉스 카프(Alex Karp), 그리고 스티븐 코헨(Stephen Cohen)입니다.
➀ 피터 틸 (Peter Thiel)
피터 틸은 페이팔(PayPal)의 공동 설립자로서, 실리콘밸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창업자이자 투자자입니다. 페이팔로 성공한 뒤 소위 ‘페이팔 마피아’를 이끌게 되는데, 여기에는 테슬라, 스페이스 엑스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링크드인의 창업가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등 이후 여러 테크기업을 창업하거나 투자하며 세계 무대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죠. 이들이 만들어 낸 혁신과 부의 스토리는 “페이팔 마피아 신화”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피터 틸은 페이팔 창업 과정에서, 온라인 결제 시 발생하는 수많은 금융 사기(Fraud)를 효율적으로 탐지하고 막아야 했습니다. 이때 핵심이 된 것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느냐였습니다. 틸은 이 경험을 통해, 금융 사기뿐 아니라 국가 안보, 기업 경영 등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가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습니다.
➁ 알렉스 카프 (Alex Karp)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팔란티어의 CEO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테크 창업가(컴퓨터공학·MBA 출신)가 아니라, 철학과 법학을 넘나드는 공부를 해왔다는 점에서 독특하죠. 카프는 스탠퍼드 로스쿨 출신이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Goethe University Frankfurt)에서 위르겐 하버마스 지도 아래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비판이론·사회철학에 대한 관심이 깊었기에, 일상적인 ‘돈 버는 비즈니스’와는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습니다.
➂ 스티븐 코헨 (Stephen Cohen)
스티븐 코헨은 팔란티어가 설립될 때부터 합류하여, 핵심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어떻게 거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각화하며,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가”라는 구체적인 기술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많이 쥐고 있던 사람이 코헨이라고 하죠. 현재도 CTO 혹은 고위 임원급으로 재직하며 제품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언급됩니다.
카프와 틸은 어느 정도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레벨에서 “이런 제품이 필요하다” “이렇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스티븐 코헨은 이를 실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즉, “비즈니스/철학적 통찰”을 “엔지니어링 현실”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틸과 카프와 동일한 수준으로 팔란티어에는 중요한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팔란티어의 ‘창업가’에 대해서 다루는 글이기에 차후 기회가 된다면 다른 섹션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알렉스 카프는 어디에서 왔는가?
알렉산더 캔트 카프(Alexander C. Karp)는 196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혹은 그 인근 지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걸어온 학업·경력의 궤적은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창업가와는 사뭇 달랐는데, 이를 네 가지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➀ 학부 시절 – 하버포드 칼리지(Haverford College)
하버포드 칼리지는 미국 동부의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 중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과 인문학적 토론 문화를 매우 강조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하버포드 동문들의 회고에 따르면, 카프는 학부 때부터 전공·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었다고 합니다. 예컨대 정치학·철학·역사·경제학 등을 두루 탐독하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보려는 태도가 돋보였다고 하죠.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월스트리트(투자은행, 컨설팅 회사 등)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 ‘억대 연봉’을 꿈꾸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프는 그러한 ‘정해진 길’을 크게 흥미로워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➁ 스탠퍼드 로스쿨(Stanford Law School)
하버포드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뒤, 카프는 곧장 스탠퍼드 로스쿨(JD 과정)에 진학했습니다. 보통 명문 로스쿨을 졸업한 이들은 법조계(로펌·검찰·사법부)나 기업 법무팀으로 진출하기 마련이지만, 카프가 보여준 행보는 달랐습니다.
⌜ ‘전통적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포춘의 “Inside Palantir, Silicon Valley’s Most Secretive Company,”에 따르면, 카프는 로스쿨에 진학한 이유를 “사회의 규범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즉, 소송이나 기업 자문 등 실무에는 큰 흥미가 없었고, 오히려 “제도와 구조 뒤에 숨은 철학”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이죠.
⌜연결의 시작 : 피터 틸과의 만남⌟
스탠퍼드 로스쿨 시절, 카프는 훗날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가 될 피터 틸과 같은 시기에 캠퍼스를 누볐습니다. 둘은 공식적인 팀 프로젝트나 세미나를 함께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공부 방식과 지적 관심사를 공유하며 교류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포브스 “Palantir: The Biggest Unicorn You’ve Never Heard Of,”에 의하면, 틸이 보여준 “데이터와 자본시장에 대한 통찰”에, 카프는 흥미를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틸은 “이상한 질문을 계속하는 철학적 캐릭터”인 카프를 기억했을것이라고 하죠.
➂ 독일(프랑크푸르트) 유학 – 괴테대학교(Goethe University Frankfurt)
스탠퍼드를 마치고, 카프는 좀 더 학술적이고 깊이 있는 훈련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게 됩니다. 이 선택은 대다수 동문들이 미국 대형 로펌에 입사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었죠.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와의 인연 ⌟
프랑크푸르트 대학은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불리는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의 본거지로 유명합니다. 카프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비판이론 사상가인 하버마스 밑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公共場)과 의사소통적 행위이론으로 유명한, 현대 철학·사회이론의 거장으로, 카프는 이 시절 사회적 권력 구조와 근대성, 시민사회 이론 등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심도 깊게 배웠다고 합니다.
⌜“독일적 좌파 사상” 습득?⌟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대체로 마르크스주의 및 좌파적 시각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카프가 “사회주의적 혹은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 유학 시절입니다. 그는 하버마스의 세미나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잠식하는지”, “국가 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는지” 같은 주제를 다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의 대표가 듣기에는 굉장히 민감한 주제일것 같은데요. 훗날 팔란티어의 CEO가 되어 정부·국방 분야와 깊이 협업하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➃ 유럽 생활 중의 투자 펀드 운영
포브스에 따르면 카프가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도중, 의외로 투자 펀드를 운영 했다고합니다. 정확한 규모나 운영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로 지인(가족, 친구, 독일·미국 부호)들의 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출신이 아닌, 독립적으로 펀드를 운용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카프 본인은 이를 두고 “공부하면서 투자도 해보는, 사적 실험 같은 것이었다”고 회고했다는 비공식 증언도 있습니다.
순수 학문에만 몰두하지 않고, 동시에 금융 투자로 현실 경제를 체감했다는 점이 그를 독특한 인물로 만들었다고 평해집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론이 아닌 직접적인 손익을 통해 깨달은 셈이죠. 이는 훗날 팔란티어를 창업하고, 투자자·주주·시장과 소통해야 하는 시점에 크게 도움을 줬을 것입니다.
⌜※궁극의 팔란티어에 합류하다※⌟
독일 유학 과정에서, 카프는 종종 대학교나 연구기관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식 교수 직함을 단 적은 없지만, 학생들과 토론을 주고받으며 “아카데미식 세미나”에 가까운 생활을 한 것이죠. 철학자·사회이론가로서의 삶에 만족하던 카프가, 미국으로 돌아와 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증언입니다.
그러나 피터 틸의 러브콜은 이러한 상황을 단숨에 바꿔놓습니다. 과거 스탠퍼드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틸이, “데이터 분석으로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내보이자, 카프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합니다.
철학적으로 ‘현대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를 내부에서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죠. 결국, 카프는 독일에서의 편안한(?) 교수적 삶을 정리하고 팔란티어에 합류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그가 “테크 기업 CEO”라는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얻게 되는, 인생의 극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4) 알렉스 카프의 경영
➀ 직장 생활 경험 ‘제로’인 CEO
팔란티어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것은 2003년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인 투자를 받기 시작한 시점은 그보다 조금 뒤라고 합니다. 당시 테크 스타트업의 대표라면, 보통은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에서 임원 경력을 쌓았거나, 최소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비즈니스 경영을 배웠을 법도 한데, 알렉스 카프는 그런 이력이 전무했습니다.
대기업 근무 경력: 없음.
스타트업 창업 경력: 없음.
MBA 학위: 없음.
그럼에도 피터 틸은 주저 없이 그를 CEO로 임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반응이 있었고, “틸이 제2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괴짜 리더를 원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➁ 카프의 ‘경영 적합성’
앞서서 설명했던것과 같이 피터 틸이 카프를 CEO로 지명하며 내세운 카프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물론 설계의 관점으로 봤을때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지만, 표면적으로 공감되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점 1 : ‘문제 해결 능력‘⌟
철학 박사 과정을 거치며, 카프는 복잡한 개념을 체계화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 해체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줬습니다.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데이터 분석 사업은, 거대한 문제(예: 금융 사기, 국가 안보 위협)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그 점에서 카프의 사고방식이 큰 도움이 될 거라 봤다는 것이죠.
⌜강점 2 : ’다문화를 아우르는 소통력‘⌟
독일에서 살며 유럽·미국을 오갔기 때문에, 카프는 여러 문화권의 인재들과 협업하거나 토론하는 데 익숙했습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글로벌 확장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을 모아야 할 때, 카프의 국제적 감각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강점 3 : ’인문학적·윤리적 감수성‘⌟
피터 틸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공격적이고 자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에 균형을 맞춰줄 만한 인물이 필요했는데, 카프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죠. “군사·정보 분야”에 기술을 제공하면서도, “인권”이나 “윤리” 문제를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철학적 통찰을 지닌 카프가 사내에서 그런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듯합니다.
➂ 카프의 독특한 경영 기조: ‘열린 논쟁과 엘리트 집단’
팔란티어 내부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카프는 회사 운영에서 “공개적이고, 때로는 과격한 논쟁”을 장려합니다. 회의 시간에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카프가 직접 날카롭게 반문하거나, 논리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동시에, “포트폴리오나 이력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력과 아이디어”를 더 높게 치는 인재 철학을 펼쳤습니다. 처음 창업할 무렵, 스탠퍼드 출신 혹은 MIT 출신을 무더기로 채용한 배경에도, “최상위 엘리트들의 두뇌와 논리를 집약하겠다”는 카프와 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2분 인터뷰” 이야기는, 팔란티어가 얼마나 ‘순간적인 영감과 사고력’을 중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부는 “도시전설일 뿐”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로 팔란티어의 채용 과정은 타 기업보다 훨씬 짧고 밀도가 높았다고 하죠. 전통적인 면접(이력서 확인 → 행동사례 질문 → 코드 테스트 등)과 달리, 즉석에서 난제를 던져놓고 지원자의 반응을 관찰하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채용 문화는 “엘리트 집단”을 빠르게 형성하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미가 부족하고 배타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는 짧은 시간 내에 초고속 성장을 이룬 대표적 스타트업이 되었고, 그 배후에는 알렉스 카프의 독특한 경영 기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5) 팔란티어의 현재
정부·국방 분야 최강자
팔란티어가 공공부문을 핵심 무대로 삼고 성장하게 된 과정은, 정부 조직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집·분석해줄 수 있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던 시기의 틈새를 포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창업 단계에서부터 CIA의 벤처투자기관인 인큐텔(In-Q-Tel)과 연결점을 만들며, 기존에는 별도의 통합 솔루션이 없어 애를 먹던 국방·정보기관 쪽에 팔란티어가 가진 데이터 통합·시각화 능력을 은근히 보여주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일부 시범 프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두면, 외부에 수주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더 많은 기밀 업무를 민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조용히 퍼뜨리는 식으로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평판을 쌓아나갔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금융기관(JP모건 등), 헬스케어, 에너지, 제조업 등으로도 고객 포트폴리오를 넓혔습니다. 카프는 이러한 확장이 가능했던 이유를 “강력한 인재 풀과 자유로운 조직 문화” 덕분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일부 국가 및 의료기관이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백신 분배나 병상 관리 데이터를 통합 모니터링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여러 복잡한 산업의 고객이 와도,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이 온톨로지 모델링과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성을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는 “회사 내부에서 서로 간에 지식을 폭발적으로 교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분석됩니다.
내부 문화 – “교수님” 카프와의 인터랙션
팔란티어 내부는 엄격한 보안 규정과 비밀주의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오픈된 지식 교류”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독특한 문화를 지녔다고 평가됩니다. 이 문화를 가장 잘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알렉스 카프입니다.
⌜문화 1 : “교수님(Professor Karp)” 별명⌟
임직원들은 카프를 종종 “교수님”이라 부른다고 하죠. 이는 단순한 애칭이라기보다, 실제 학술 세미나를 연상시키는 그의 토론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카프는 사내에서 기술적·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직접 관련 부서와 심층 토론을 진행하는데, 이때 직급이나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팔란티어의 전 직원은 “카프는 매우 까다롭고 자존심이 세 보였지만, 결국 본질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고,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문화 2 : ‘대학원 세미나실 같은 논쟁 문화’⌟
팔란티어 전·현직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사내 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허용되는 자유로운 학술 토론장”에 가깝다고 합니다. 카프는 이를 “갈등이 아닌, 관점의 충돌을 통한 성장”이라 칭한다고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엔지니어든 분석가든 자신이 맡은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개인적 공격’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신입들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문화”라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문화 2 : 자율성과 보안의 공존⌟
팔란티어가 비밀유지계약(NDA)을 직원들에게 엄격히 적용하고, 부서 간 협업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는 알렉스 카프가 꾸준히 강조해 온 “보안을 전제로 한 혁신”이기도 합니다. 직원 간 지식 교류는 최대한 열어두되, 외부로의 정보 유출은 철저히 막는 이중 구조가 작동하는 셈입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분야별 전문가가 치열하게 협업하되, 필요 이상으로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는 ‘모듈형 조직’ 구조 덕분”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6) 알렉스 카프는 왜 일하는가?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독일 유학 시절부터 사회주의 혹은 좌파적 이념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이 인물의 내면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회주의적 성향과 철학적 배경
알렉스 카프가 흔히 “사회주의적 성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는 이유는, 바로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에 있다고 합니다. 하버마스 사상권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나 공론장에 대한 비판을 심도 있게 다루며, 상당히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지향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카프가 팔란티어라는 미국의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겉보기에 팔란티어는 정부·기업으로부터 대형 계약을 따내고, 주가가 치솟으면 투자자들도 거액을 벌어들이는, 전형적인 하이테크 자본주의 모델처럼 보입니다.
⌜다시 언급되는 “빨랑튀어”⌟ 별명이 붙을 만큼, 주식시장에서 투기적 관심을 받기도 하죠. 이런 부분만 보면, 전형적인 “자본주의 게임의 승자” 같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카프 본인은 “우리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주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테러리즘을 예방하고, 범죄를 줄이며, 궁극적으로 인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식이죠.
누군가는 이를 “이중성”이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념적으로는 반자본주의적인 면모가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영리 기업을 운영하니까요.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내부에서 개혁·활용해,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카프는 사회주의 기반 경제 공동체를 지향하는가?
“팔란티어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는 설은 다소 극단적인 해석이지만, 그 배경에는 몇 가지 특징이 존재합니다. 팔란티어 내부에서는 종종 “우리는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공동체다”라는 말이 오갑니다. “문제 해결의 쾌감”에 대한 공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프로젝트”에 대한 의욕이, 일부 직원들에게는 “이윤보다 가치가 우선”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팔란티어 임직원들은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전통적 의미의 ‘사회주의 공동체’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적 이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공익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팔란티어 내부에 꽤 많다는 증언도 존재합니다. 즉,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윤을 어느 한쪽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맞닿은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거나, 조직 구성원과 더 폭넓게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는 기대치가 일부 직원 사이에 생기는 것이죠.
“철학을 무기로 한 자본주의 고수” vs. “자본주의 체제 속 사회주의적 공동체를 꿈꾸는 혁명가”
알렉스 카프가 “철학을 무기로 한 자본주의 고수”인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사회주의적 공동체를 꿈꾸는 혁명가”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경제적 성과를 이룬 다음의 삶에는 경제적 목표는 희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팔란티어의 사업 규모와 카프 개인의 부는, 이제 ‘더 벌기 위한’ 모티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지 오래일 것입니다. 이미 카프는 팔란티어의 경제적 성장에도 관심이 희박해져 갈 수도 있습니다.
일부 익명의 전 팔란티어 직원들은, 알렉스 카프가 팔란티어의 경제적 성과를 더는 궁극적인 목적이라 여기지 않으며, 이제는 팔란티어를 “신사회주의 실험”의 무대로 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기업으로서 사회주의 가치의 실현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율과 협동을 극대화하고, 이익 배분이나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할 수는 있습니다. 이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공동체 복지·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최종 목표로 삼는 조직 모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편, 팔란티어의 주요 고객이 정부·군사·정보기관이라는 사실은, ‘사회주의 이상 공동체’와 결합하기엔 꽤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카프는 이를 “국가와의 협력도 궁극적으로 공익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쟁·테러를 막고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이상론을 내세우면, 장기적으로는 “더 평등하고 안정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이기도 하죠.
알렉스 카프는 팔란티어를 통해 본인의 이상주의적인 조직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이상 사회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는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팔란티어의 미래는?
카프가 이끄는 팔란티어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피터 틸과의 관계 및 회사의 시장 전략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피터 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직설적인 우파적·자유지상주의적 성향을 가진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니까요.
⌜한쪽은 “사회주의적 혹은 좌파적”인 색채가 강하고,
다른 한쪽은 “극도로 자유주의적·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
이처럼 전혀 다른 이념적인 배경을 가진 두 창업가가 함께 만들고 이끌어온 팔란티어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사실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의 미래 비전이 “사회를 혁신하는 데이터 플랫폼”에 맞춰질지, 아니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배의 수단”에 더 무게를 둘지는, 여전히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만약 피터틸의 견제가 없는 팔란티어가 운영된다면?
일부 음모론에 따르면, 만약 알렉스 카프의 ‘사회주의’ 성향이 조직 전반에 강력히 뿌리를 내려, 피터 틸의 견제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과 안보의 핵심 역량을 사실상 ‘좌파 이념’을 토대로 운용하는 특이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가령, 미국의 정부·군사 프로젝트에서도 “공동체 이익”을 극단적으로 우선시하는 정책이 채택되어, 전통적인 자본주의 논리나 국가 이익 중심의 의사결정이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겠죠.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카프가 추구하는 ‘신사회주의’적 시스템에 맞춰 팔란티어의 데이터·정보 통제권이 재편되고, 민간·공공 영역에서도 팔란티어가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능력을 활용해 ‘사적 이윤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균등 분배나 평등화’에 초점을 맞춘 데이터 규범을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경찰 기능을 하는 미국의 국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당장 중국의 위협 앞에 놓여져있는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떻게 신경써야 할까요?”⌟
다음 편 예고...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려면, 팔란티어의 또 다른 핵심 창업자인 피터 틸을 깊이 파헤쳐볼 필요가 있겠죠. 그의 정치·경제적 신념, 그리고 팔란티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보다 구체적인 동기 등이 밝혀지면, “어째서 알렉스 카프 같은 인물을 CEO로 발탁했는지”가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피터 틸의 창업 철학과 팔란티어를 창업하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카프와 틸의 공통의 목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렉스 카프: 사회주의 성향? 혹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주의 리더?
피터 틸: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자? 혹은 자본주의의 선구자?⌟
이 두 인물이 만들어낸 팔란티어의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편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