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가 손흥민을 따라다니는 이유

by 송원

2025년 12월 30일, 새해를 앞두고 흥미로운 스폰서십 소식이 들려왔다. 파리바게뜨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소식을 발견하고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토트넘과 파트너십을 맺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하는 의문이 곧바로 스쳤다. 실제로 파리바게뜨가 토트넘 홋스퍼와 손을 잡은 것은 2025년 1월의 일이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들려온 또 다른 대형 계약 소식은 마케터로서 꽤나 흥미로웠다.


파리바게뜨는 왜 손흥민을 따라다니는 것일까. 단순한 후원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고도의 비즈니스 & 마케팅 전략을 스포츠 마케터의 시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구단'이 아니라, '손흥민'을 따라다니는 이유?


2026년 현재, 글로벌 스포츠 팬덤의 로열티는 특정 '클럽' 보다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슈퍼스타'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 역시 선수의 이적 동선을 따라 마케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파리바게뜨의 스포츠 마케팅 또한 '한국인 슈퍼스타'가 소속된 '글로벌 빅클럽'을 타겟팅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 파리 생재르맹(PSG) & 이강인 (2023-2024)


파리바게뜨는 브랜드명에 '파리(Paris)'가 들어간다는 점과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이 프랑스 명문 구단 PSG에서 뛴다는 점을 결합해 첫 번째 글로벌 스포츠 스폰서십을 성공시켰다. 이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시장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내 팬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2023110290147_0_20231102155101472.jpg 파리바게뜨 - PSG 파트너십 (출처: SPC)



- 토트넘 홋스퍼 & 손흥민 (2025.01~)

이어 2025년 1월, 파리바게뜨는 손흥민이 주장으로 활약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런던을 중심으로 한 영국 시장 확장을 지원하고, 토트넘 레전드에 가까운 손흥민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하기 위함이었다.


0000094806_003_20250108092211001.jpg 파리바게뜨 - 토트넘 파트너십 (출처: SPC)


- LAFC & 손흥민 (2025.12~)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LAFC로 이적하자, 파리바게뜨는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 LAF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파리바게뜨가 특정 '구단'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한국인 슈퍼스타'가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쫓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진-파리바게뜨-美-‘LAFC’와-공식-파트너십-체결_1.jpg 파리바게뜨 - LAFC 파트너십 (출처: SPC)


세 개의 사진이 마치 배경만 바꾼 듯 판박이인 모습이 재미있다.




2. 파리바게트 북미 매장 260개 -> 1,000개 가능?


SPC그룹은 현재 전 세계에 약 4,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해외 매장은 2025년 12월 기준 700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SPC 글로벌 전략의 핵심 승부처이다. 2005년 LA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파리바게뜨는 미국 내에서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며 2025년 말 기준 약 26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2030년까지 북미(미국 및 캐나다) 시장에서 1,000호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현재의 매장 수에서 불과 5년 내에 4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점진적인 매장 확대 방식이 아닌 폭발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LAFC와의 스폰서십은 가장 단기간에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폭제'로 선택되었다.


0O.34503998.1.jpg 파리바게뜨 미국 매장 (출처: 한경)




3. 사람들은 정말 '토트넘'이 아니라 '손흥민'을 좋아했던 걸까?


손흥민의 이적은 토트넘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안겼다. 스포츠 금융 전문가 댄 플럼리(Dan Plumley)의 분석에 따르면, 손흥민이 창출하던 연간 경제 효과는 최대 6,000만 파운드(약 1,120억 원)에 달한다. 그가 떠난 후 토트넘 홈경기에 빈 좌석이 발생하고 시청률이 하락한 수치는 '손흥민'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방증한다.

반면, LAFC는 '손흥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유니폼 판매 세계 1위: 손흥민의 LAFC 입단 직후, 그의 유니폼 판매량은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와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를 제치고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중 1위를 기록했다. MLS 공식 스토어와 LAFC 매장에서는 재고가 동나고, 배송 취소 사태가 속출할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했다.


- 티켓 가격 폭등: 손흥민의 홈 데뷔전이 예상되는 경기 등의 티켓 리세일 가격은 5배 이상 치솟았으며, $1,400(약 190만 원)을 호가하는 좌석들이 등장했다.


- 구단 가치 상승: 전문가들은 손흥민 영입 효과로 LAFC의 구단 가치가 2년 내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경제적 수치로 봤을 때, 사람들이 '토트넘' 보다 '손흥민'을 더 좋아했다는 가설은 어느정도 사실인 것 같다. 파리바게뜨는 토트넘에서 LAFC로 기민하게 마케팅 자원을 재배치하여 대처하고 있다.




4. LA라는 도시 & LAFC의 상징성


LA는 단순한 미국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약 3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150만 명 이상의 아시아인이 생활하고 있다. MLB 인기 구단인 LA 다저스 역시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같은 아시아 스타들이 있고 김혜성 선수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축구(MLS)는 현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는 아니다. 그렇지만, LAFC는 2018년 시즌부터 MLS에 합류한 신생 구단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2년 MLS컵 우승 및 서포터즈 쉴드 2회(2019, 2022) 수상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NPYOGFIHPBV3CM3KKELWWGKDLE.jpg 출처: LAFC


젊은 층이 열광하는 구단, 힙한 서포터즈 문화를 장착한 LAFC 브랜드에 파리바게뜨가 결합됨으로써, 파리바게뜨는 '한인 빵집'을 넘어 'LA의 힙한 베이커리'로 리포지셔닝할 기회를 얻었다.


또한 2021년, CJ그룹의 비비고(Bibigo)가 LA 레이커스(Lakers)와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파리바게뜨의 이번 계약 역시 미국 스포츠팀과 맺은 공식 파트너십, 그리고 미국 주류 스포츠 시장을 마케팅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5. 파리바게뜨의 LAFC 마케팅 전략


'흥-부 듀오'

파리바게뜨는 2026년부터 손흥민과 LAFC의 간판 공격수 데니스 부앙가(Denis Bouanga)를 묶어 '흥-부 듀오'라 칭하고, 이를 모티브로 한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흥부'는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연상시키는 친숙한 단어로, 한국 팬들에게는 재미와 친근함을 주고 미국 팬들에게는 두 선수의 케미스트리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다.


0000137538_006_20250925093010107.jpg 손흥민- 데니스 부앙가 (출처: 골닷컴)


'PLAY BOLD'

파리바게뜨는 LAFC와의 파트너십 슬로건으로 'PLAY BOLD(크게 즐겨라)'를 내세웠다.


파리바게뜨의 영문 약자 'PB'와 LAFC의 연고지 'LA'를 결합한 언어유희이자, LAFC의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 그리고 파리바게뜨의 과감한 글로벌 도전 정신을 중의적으로 표현한다.


경기장 내 LED 광고, 소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유소년 팬 초청 행사, 경기 티켓 증정 프로모션 등 다각적인 참여형 마케팅이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BMO 스타디움 내에 파리바게뜨 제품을 판매하여, 경기장을 찾은 수만 명의 관중들이 자연스럽게 K-베이커리를 경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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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파리바게뜨에게 손흥민은 단순히 인지도 높은 광고 모델이 아니다. 2030년까지 1,000호점 개점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레버지리로 손흥민와 LAFC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손흥민이라는 핵심 자산을 잃고 경제적 가치 하락을 겪는 사이, 파리바게뜨는 기민하게 LAFC와 손을 잡고 마케팅 자원을 재배치했다. 기존 유럽 시장의 교두보를 유지하면서도 북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노리는 두 마리 토끼 전략으로 보인다.


2026년,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흥-부 빵’을 베어 물며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K-베이커리가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어떻게 영리하게 자리 잡는지도 궁금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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