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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Mar 09. 2017

연재 후기

2차 글쓰기를 마쳤다. 마음이 한결 후련하다. 1차 연재는 의정활동에서 느낀 각 정당, 정파, 진보당 통합과 해산 과정을 다루었고, 2차 연재는 의정활동에서 파헤친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세월호 사건 의혹, 제주 해군기지, 송파 싱크홀 사건 등을 다루었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2년 6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활동량에서도, 파헤친 사건의 중요성에서도 의미있는 흔적을 남겼다는 생각이 든다.
밀양 송전탑 저지투쟁, 노동현장 지원활동, 대전 울산 광주 전남 충북 등 지방국감 이야기는 쓰고는 싶은데 글 흐름에 잘 맞지 않아 다음 기회로 넘긴다.  


의정활동 내내 국정원 댓글, 세월호 참사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종북몰이 정치탄압의 한가운데에 있었기에 바람 잘 날 없었지만 의혹을 파헤치고, 비리를 잡아내는 일이 체질에는 딱 맞았다.
원래는 감사원이나 검경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할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에게서 보듯 가진 자, 권력있는 자 모두가 썩었으니 억울한 서민들은 어떻게 하랴!


직접 발로 뛰며 각종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종종 권력의 핵심부를 건드리게 되었다.
저들은 몹시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코 밑에서 파헤치고 있으니 얼마나 가시 같았을까? 


2012년 예결위를 할 때, 전년도 예산집행을 점검하는 결산소위에 김선동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신청을 했다. 며칠 후 예결위원장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김선동 의원 대신 이상규 의원이 결산소위에 들어올 수 없냐고 요청하였다. 김선동 의원은 최루탄을 터뜨려서 다른 의원들이 다 꺼려한다며 그나마 이상규 의원이 들어오는 건 괜찮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나는 예결위원장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하고 김선동 의원으로 그냥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 후 2013년 예산안을 실제 다루는 예산소위에 비교섭단체는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예결위에 비교섭단체 의원은 김선동과 이상규뿐이었다. 
최루탄만 껄끄러운 게 아니라 통합진보당 자체가 싫었던 것이다.



김선동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사건,
이정희 대표의 '당신을 떨어뜨리려 대선에 나왔다'는 발언,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논쟁과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내정자의 미국 CIA 행적 폭로,
걸음마다 파문을 불러오는 진보당 의원들의 움직임에 저들은 내란음모 조작과 정당해산, 의원직 박탈로 아예 우리를 죽이려 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으리라.


적지 않은 진보인사들도 우리가 이제는 끝났다고 하였다.

나도 의문이 들었다.
모진 박해에도 어떻게, 무슨 힘으로 우리가 살아있는 거지?



현역 의원으로 있을 때도 종북공세에 시달리고, 민주당 의원들이 외면하여 법안 발의도 쉽지 않았고, 맨날 단식하고 투쟁현장을 쫓아다니느라 적지 않이 고생을 했다.
의원직 박탈 이후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나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하다. 


검찰 수사, 선관위 조사, 당원들에 대한 전수조사, 주변의 따가운 시선, 동료들의 의기소침, 매달 덮쳐오는 경제적 압박, 잊을 만하면 꾸는 악몽...

우리가 어떻게 견디어 냈는지, 도망가지 않고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우리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연재글을 쓰며, '이카로스의 감옥' 북콘서트를 다니며 보고 느낀 점은 이렇다.
-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많다는 것.
- 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서로 알지 못해도 쉴 새 없이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억압과 박해가 있다고 다 들고 일어서지는 않는다.
용기있는 자가 먼저 일어서고, 일어서는 자가 많다는 걸 확인해야 즉 이길만한 싸움이라야 고개를 들고, 비로소 항쟁이 시작된다.
용기와 지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많은 패배, 시행착오를 겪고 앞선 자, 동료들이 흘린 피무덤 위에서 말이다.


자기를 온전히 버린 자만이 찾을 수 있는 운명 같은 것이다.
자기를 온전히 버린 수천 수만명이 여기 있다. 
이들이 겨울 묵언수행을 마치고 이제 곧 터져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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