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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Sep 19. 2015

인터뷰 시간은 짧고,  묻고 싶은 건 많고 #1

미 언론인 스티브 크로프트(Steve Kroft) 인터뷰 팁


'스티브 크로프트(Steve Kroft)'라는 미국 언론인이 있습니다. 1989년부터 <60분>의 특파원으로 일해왔고, 에미상도 9회나 수상한 유능한 언론인이었습니다. 소위 학계에서 '전통적' 전문 언론인이라 부르는 에드워드 머로(CBS 방송인 겸 방송 저널리스트. 메카시즘 광기에 맞서 허위성을 밝힌 것으로 유명)와 월터 크롱카이드(CBS 뉴스 진행자.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아폴로 호 달착륙 순간 등을 신랄하게 비평) 정신을 계승해 취재방향을 직접 설정하고 원고와 인터뷰까지  도맡아하는 책임감 있는 이였습니다. 크로프트는 또 베트남 전 당시 미 육군 종군기자였으며, 잉후에도 3년간 TV 리포터로 일했죠.


스티브 크로프트. 당대 명 인터뷰어로서 이름을 날렸다.



빈 라덴 사살 소식 듣고 오바마 인터뷰 요청, 그러나 시간이...


<60분> 특파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우연히 크로프트는 그러니까 2011년 5월 2일 일요일,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곧 그는 인맥을 총동원해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크로프트는 이미 대선후보이자, 현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를 열 번이나 인터뷰한 경력 때문인지 인터뷰를 섭외하는 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방송분 60분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45분 이상의 인터뷰 시간이 필요했고, 적어도 자신이 맡은 파트를 충분히 양질의 인터뷰로 메우기 위한 질문의 다양성도 요구됐던 터였습니다


결국 백악관은 크로프트에게 35분 정도만 허락합니다. 그 짧은 35분의 인터뷰 시간에 모든 것을 다루려면 매 초가 중요했습니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는 스티브 크로프트. 결국 서로 사전에 약속한 35분은 헌신짝처럼 내팽겨치고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오바마와 마주한 자리에서 10분만 더 요청했지만 오바마는 아예 한술 더 뜹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은한 미소로 이렇게 답했답니다.


"35분이면 충분하고, 대답을 짤막하게 할 테니 염려 마십시오."


어쨌든 크로프트는 오바마와의 인터뷰가 결정되자 바로 약 60개의 질문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그러곤 방송팀들과 미팅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죠. 다음은 크로프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크로프트의 타고난 재능은 바로 타이밍입니다. 12분이 한 파트인데 그 12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보다 잘 아는 이는 없죠. 인터뷰에서 무엇을 할지, 얼마나 길게 할지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적다면, 처음부터 방향과 내용 숙지 제대로 챙기자


보통 기자들, 주위에서 이런 평 받기 쉽지 않습니다. 크로프트는 인터뷰 전날 밤 9시부터 질문을 준비합니다. 그러곤 새벽 5시부터는 답변이  쓸데없이 길어질 만한 것을 없애며 질문을 수정합니다.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의 답을 중간에 끊을 수 없기에, 질문의 방향을 처음부터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했죠.


크로프트는 인터뷰하는 동안 준비한 질의서 외 즉석에서 순간 만들어내는 질문의 양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모든 기술을 총동원에 인터뷰 수위를 넘나들며 시청자로 하여금 방송을 보는 내내 긴장감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가 가진 매력입니다.


시간은 없고, 질문은 많고, 중간에 대답을 끊을 수 없는 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객관적인 폐쇄형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대통령님, (이번 주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는데) 이번 주가 재임 기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주였습니까?"


이 질문은 기자들의 의견보다는 사실을 유도하기 위한 전형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크로프트는 인터뷰 문장 중간에 '만족스러운'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신중하게 골랐다고 하네요. 오바마는 곧 답변에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이 '만족스러운'이라는 단어를 많이 구사하게 됩니다.


사실 재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주일뿐 아니라 제가 취임한 이래 모든 미국 국민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주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략) 대량학살을 감행하고도 오랜 기간 정의의 심판을 피함으로써 수많은 희생자에게 절망감을 안겨 준 자라는 것입니다. 이번 승리는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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