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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Sep 19. 2015

인터뷰 시간은 짧고,  묻고 싶은 건 많고 #2

미 언론인 스티브 크로프트(Steve Kroft) 인터뷰 팁

(앞서 #1편에 이어)


크로프트가 짧은 폐쇄형 질문을 유지한 두 가지 이유


크포르트는 짧은 폐쇄형 질문을 유지함으로써 1) 대통령 자신의 감정을 들어낼 수 있는 중간 길이의 대답2)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짧은 길이의 대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는 또  중간중간 짧은 침묵의 시간을 일부러 가짐으로써 인터뷰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도 했죠.


크로프트가 오바마에게 "작전 당시 많이 긴장됐던가?"하고 묻자 오바마는 "그렇다"고 한 마디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크로프트는 의식적으로 바로 1분 정도의 침묵을 가졌습니다.


앞서 질의가 하나 끝났다고 바로 다음 또 다른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 정적이 흐르도록 함으로써 그 정적이 어떤 말보다 강렬했음으로 몸소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펜싱 경기의 찌르기와 피하기처럼 짧게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크로프트의 인터뷰를 보면 다분히 전략적입니다. 짧은 폐쇄성 답변을 유도해 질문을 최대한 담아내고, 침묵(타이밍)을 인터뷰에 계산해 넣습니다.


특히 이 침묵에 관해 잠시 떠올려보면, 빠르고 느린 타이밍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죠. 상대보다 빨라서 유리한 점이 있다면, 분명 느리거나 혹은 느린 척함으로써 적의 빠른 반응을 유도해 인터뷰의 우위를 점합니다.


오바마는 크로프트의 "사살 작전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까?"하는 질문에 순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써 적절치 못한 반응에 시청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오바마는 이것을 눈치채고 상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습니다.


글쎄요.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미군을 파병하거나 하는 등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저는 그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상황과 변수에 따른 오차를 감안한 융통성 돋보이다


크로프트는 이날 인터뷰는 하술의 두 고수들이 펼친 대접전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승리한 날이기도 하죠. 한 기자의 고심과 수십 년의 전문성이 반영된 저널리즘의 명작이자, 오바마의 심사숙고한 결단력이 동시에 잘 나타났다는 평입니다.


결국 전체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 시간은 당초 35분에서 더욱 시간이 늘어나 결국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합니다.


크로프트는 인터뷰의 수 많은 정석을 파괴하고 상황과 변수에 따른 오차를 잘 감안한 융통성이 돋보입니다. 게다가 논조의 핵심을 빗나가지 않습니다.


저명한 언론스쿨 <포인터 인스티튜트>의 앨 톰킨스는 "빈 라덴 관련 인터뷰의 모든 질문을 해부해 면밀히 연구한 후 다양한 유형의 질문과 인터뷰 방식을 조합한 기지가 돋보인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크로프트가 빈 라덴에 관한 오바마의 인터뷰 질문들을 즉석에서 압축하고 핵심을 뽑아 전개할 수 있었던 데는, 사전에 질문을 써보면서 내용을 충분히 심사숙고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인터뷰를 주도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간과 내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크로프트는 말합니다. 훌륭한 기자는 다양한 시간 범위에 익숙해야 한다고. 그가 강조하는 것은 시간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시간에 끌려다녀 내용을 왜곡 보도하지 말고, 빠르고 다양한 뉴스거리가 쏟아지는 시대를 맞아 진정한 뉴스 판단을 할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가끔씩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한 정보를 싹둑 잘라갈 때가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크로프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기사를 반드시 끝내야 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까지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변화구와 강속구를 동시에 쳐야 하는 상황인 거죠. 노련한 기자라면 완성도는 어느 정도라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드는지 알고 그에 맞게 임무를 완수합니다. 인터뷰를 모니터링하고 편집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있다면, 그에 맞춰 계획해야 합니다.


*폐쇄형 질문

'예', '아니요'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 질문. 상대방의 어떤 결정이나 세부문제 처리가

필요할 때 자주 사용. 단,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 질문이 쥐약이다.



*개방형 질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가 들어가는 질문형태. 말 그대로 답변자에게 답변의 여지를 주는 질문 방식.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상대에게 '변명의 여지'를 준다는 생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너무 '왜'를 강조하다 보면 상대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본 포스팅은 <속도의 배신>(추수밭)의 내용을 일부 인용,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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