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관식 Aug 10. 2017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정말 '인내'의 아이콘일까?

야마오카 소하치 저, 도쿠가와 이에야스 1부 1~9권, 솔출판사

솔직히 말해, 해적판인 <대망>은 일찍 포기했다. 그러나 이 정발본은 현재 2부를 구입해 틈틈이 읽고 있다.


7월 20일 스타트. 8월 6일 완독. 15일 소요. 


은근히 일본 전국 시대(센카쿠 시대, 1467년~1563) 오타쿠가 많다. 당시 타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에서 내로라 할 영웅들이 이 전국 시대에 모여 그들만의 생존과 죽음, 전쟁과 평화, 의리와 배신 등 인간의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즈오카시의 이에야스 박물관에 있는 이에야스 상. 거의 실물에 근접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현대 일본인의 가치관과 역사, 문화의 시발점이 된 책으로서 저자인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 1907년 1월 11일 - 1978년 9월 30일)는 저자 서문에서 '평화를 갈구하며'라는 부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또 이 책을 통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것보다 그를 둘러싼 주위의 흐름 속에 도대체 무엇이 오닌의 난(應仁-亂) 이래 전란의 종지부를 찍게 한 것이 알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이 책은 일본인이 2차 세계 대전 패망으로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갈 때 그들에게 다시 살아 숨을 쉴 수 있는 역사관을 심어주고, 다시는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바람에서, 그리고 모두가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한 번쯤 곱씹어 볼 주제를 심도 있게 그려보려는 저자의 깊이 있는 고뇌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게 정식 라이선스 계약으로 국내 유일의 솔출판사에서 2000년 초 발행하며, 야마오카 소하치의 딸인 야마오카 와카코의 한국어판 기념 멘트도 담겨 있다. 사실 이 전에 <대망>이라는 동서문화사의 해적판(전 23권)을 읽다가 3권에서 포기한 적이 있다. 너무 된소리 발음 도꾸가와 이에야스, 오까다, 오오사까 하는 식이 많아 가독성도 해친다. 게다가 정발본에는 각 권 후반마다 일본학 교수의 감수를 통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당시의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알려주기 때문에 오타쿠적인 재미가 더한 것도 장점이다.(2017년 7월 17일 현재, 검찰에서 동서문화사 <대망>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정식으로 번역 계약를 체결한 출판사가 있음에도 회복 저작물 경과조치라는 저작권법을 악용해 원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행위는 나 역시도 철저하게 지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1부(1~9권)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행보보다는 그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 특히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그가 불을 질러 자살했던 '혼노사의 변'까지 다루고 있다. 노부나가가 혼노사에서 죽을 당시 그의 계급은 다이나곤. 즉 정이품에 달한다. 거의 장관급인 셈이다. 그리고 그가 항상 전략적으로 챙기며 키워주고 있는 이에야스는 다이벤, 즉 종4품이다. 


미가타 가하라 전투에서 타케다 신겐에게 저참하게 패한뒤 말 위에서 똥을 지릴 정도로 혼줄이 난 이에야스는, 직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해 두고두고 반성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 있다. 노부나가가 떡을 반죽하고, 히데요시가 떨을 잘 빚은 후, 이에야스가 한입에 꿀꺽했다고. 책을 보니까 이에야스는 오랜 인질 생활로 인해 인내의 아이콘이니, 참을 '인'자를 늘 마음 속에 새기고 다니니 뭐니 해도, 결국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라는 당대 최고의 권력지향가와 전략적으로 손을 잘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다시 말해 편을 잘 먹었다고나 할까. 그런 권력자 앞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고, 눈치껏 행동하며, 노부나가가 자신의 아들 노부야스와 부인 츠키야마(세나 히메)의 자결을 명할 때도 눈물을 곱씹고 참아냈다는 것은, 한편으론 전략적인 관점에서 당장 참아내는 인내라는 명사에 점수를 주는 이도 있으나, 내 경우에는 감히 노부나가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져 있는데, 츠키야마 부인(이에야스의 부인)의 거의 광적인 질투, 노부야스(이에야스의 아들)의 거침 없는 폭력과 아버지를 향한 미움 등은 이 시대에도 한 번쯤 곱씹어 볼 사안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츠키야마 부인이 자신을 점차 멀리하는 이에야스를 향해 점차 무서울 정도로 변해가며, 마침내 이에야스의 가신(오가 야시로)과 불륜을 저지르고 끝내 자신의 나라를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장남 카츠요리에게 넘기려는 수작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그래도 그 전에 에에야스가 조금 더 츠키야마를 여자로서 좀 더 보듬어주고 찾아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이러한 부모의 갈등을 보고 어찌 노부야스도 바른 행실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또 현대와 달리 당시에는 전국 시대라는 시대적 비극 때문에 사랑보다는 생존과 가문을 위한 정략결혼이 성행했는데, 이 부분도 참으로 시대적 비극이라고 본다. 


센코구 시대 당시 주요 전쟁 승패도(솔출판사 부록)


마지막 9권에서는 노부나가가 자신의 가신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 속에 혼노사라는 절에서 자신의 목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절에 불을 붙이고 자결하는데, 점차 권력을 쥘수록 주변의 가신을 지나치게 막 대하고, 무시하면 반드시 그 해가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오해는 오해를 낳고 거침 없이 막장을 향해 달려가는데 왜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와서야 인간은 인생을 깨우치는 것일까?  


당대 영웅들의 적자, 즉 2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타케다 신겐의 아들 카츠요리,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아들 이마가와 우지자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도쿠가와 노부야스 등 모두 단명하는 비운을 맞는다.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서, 주변의 과분한 기대와 시선이 부담스러워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드러내지 못하는 환경적인 요소도 있겠고, 늘 선대에 이룬 과업과 비교당하는 것이 두고두고 마음 속에 쌓여 우울증이 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실제 이들 아버지 사후 겉잡을 수 없이 나라가 망해가고, 일부러 반항하듯 아버지와 반대되는 행실과 정책으로 늘 마음을 아파했던, 자신의 운명과 인생을 거부당했던 이들에 대한 회환을 잠깐 위로해주는 것도 어떨까 싶다. 


노부나가의 권력의 상징, 아즈치 성. 이 성을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설계를 맡겼고 이 과정에서 노부나가의 지나친 야심과 부덕이 결국 미츠히데로 하여금 오해를 만든다.(솔출판사 부록)


여하튼 이에야스는 영약한 인간이다. 당장 자신에게 손실이 있어도 멀리 내다보며 꿋꿋하게 참아낸다. 매번 현미와 흰쌀밥이 7대3으로 썩인 밥알과 야채절임 3찬이 주메뉴인 이에야스. 옷차림도 검소하다고 그려진다. 또한 육감 하나는 끝내줘서, 노부나가가 지시하기 전에 차라리 스스로 먼저 말을 꺼내 실시한다. 즉, 누가 시켜서 하면 '심부름', 내가 알아서 하면 '서비스'라는 철칙을 당시 이에야스가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또한 훗날 노부나가에게 빚을 지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부나가와 가신대 가신으로 생각한다. 누구에게 명령받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도 함께 그려진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케하자마 전투(덴카쿠하자마 전투), 이에야스의 첫 패배인 타게다 신겐과의 전투인 마카타가하라전투 등도 읽을만 한다. 특히 미카타가하라 전투 후 똥을 지릴 정도로 흥분하고 놀랐던 이에야스는 이 그림을 그려 후에 두고두고 보면서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당시 미카타가하라 전투 당시 양군의 전법이다. 이에야스는 학익진(많은 병사로 횡대로 펼치는 전법)을, 타게다는 어린진(적은 병사로 상대의 중심을 공격할 때 펼치는 전법)을 펼쳤는데, 이에야스는 반대로 적은 수임에도 학익진을, 타게다는 많은 수임에도 어린진을 펼쳤고, 결국 이에야스가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장수의 특이한 투구모양. 각 장수마다 자신의 아이콘을 다테마에로 삼아 투구를 꾸몄다.(솔출판사 부록)


노부나가가 이마가와 요시노부를 쳤던 덴카쿠하자마 전투(통상 오케하자마 전투로 불리며, 일본 3대 야전 중 하나)도 짜릿하다. 당시 오다 노부나가 병력은 고작 5,000, 우에스기 겐신은 8,000, 타케다 신겐은 1만 2,000, 오효 우지야스는 1만,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2만 5,000이라고 하니 당시 이마가와의 위세가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잘 알고 있는 오다는 정공법보다는 우회작전을 쓰기로 하고, 상인과 주민을 이용해 수비에 전념(농성)할 것처럼 소문을 내고서는 자신의 일부의 정예병을 이끌고 돌고 돌아 이마가와의 본진을 쳐서 한놈(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목을 땄다. 그 후로 노부나가의 수 배가 넘는 병사가 와르르 무너지며 이마가와 가문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무엇보다 오다는 시장을 개방해 상인들을 칭기즈칸처럼 이용했다. 즉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상인의 입을 이용했으며, 간첩이 들어오더라도 그들을 역이용하는 역발상을 꾀한다. 


당시의 헤어스타일. 세 번째 나게즈킨을 빼놓고서는 전부 아웃시키고 싶다.(솔출판사 부록)


앞서 너무 심각한 얘기만 했는데, 읽다보면 군데군데 해학적인 요소도 툭툭 튀어나온다. 이에야스가 태어나기 전 마츠다이라 성주인 아버지 히로타다와 충신 하치야와의 일화 중 하나다.  


히로타다가 자랑하는 흰색 바탕에 잿빛 반점이 있는 말이 깜짝 놀라 앞발을 치켜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히로타다의 눈앞에 만발한 꽃의 물결이 핑그르르 돌았다. 땅위의 꽃잎이 산산히 흩어지고 히로타다의 몸은 엉덩방아를 찧은 하치야와 땅바닥에 나란히 놓였다.


"훌륭하신 낙마입니다."
"고얀 놈."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히로타다는 얼른 일어나 옷에 묻은 풀잎을 털었다. 


임진왜란 때 조선 병사를 기겁하게 만들었던 화승총도 처음 나온다. 당시에는 소리만으로 사람들을 죽인다며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기본 전쟁 배치도. 특히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이에야스는 학익진을, 타케다 신겐은 어린진을 택했다. 서로 반대로. 결국 이에야스의 처참한 패배로 이어진다.(솔출판사 부록)


또한 2권 330페이지를 보면 어린 노부나가가 인질로 잡혀있던 타케치요(이에야스 아명)에게, 마침 동네 씨름대회에서 이겨 참외를 얻어왔다며 권한다. 그는 자루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참외 세 개를 고르자, 남은 것은 작은 참외 두 개뿐이었다. 타케치요는 이어 그중 하나를 자기 시종인 산노스케에게, 다른 하나를 토쿠치요에게 먼저 건넸다. 그러곤 자기는 제일 큰 참외를 와작 씹었다. 도쿠가와는 이미 이때부터 자신의 가신을 챙기고 부릴 줄 아는 요량을 터득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후다. 그 후에 노부나가와 이에야스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이후에도 도쿠가와는 주먹밥이 생기면 하는 산노스케에게, 다른 하나도 토쿠치요에게 줬다. 산노스케는 먼저 홀랑 먹어버리고, 젠쿠로는 도쿠가와가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었다. 이후 산노스케도 젠쿠로처럼 도쿠가와가 먹은 후 자신의 것을 먹었다. 도쿠가와가 무엇이 생기든 자신들을 항상 먼저 챙긴다는 믿음과 가만히 있어도 도쿠가와는 절대 혼자 먹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3권 106페이지부터는 이에야스가 오다 가문에서 이미가와 가문으로 다시 인질생활을 시작하는데, 그의 인격과 술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셋사이 스승이 함께 한다. 그중 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어느 날 타케치요에게 셋사이가 "무릇 국가에는 식食과 병兵, 그리고 신信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서 먼저 버려야 한다면 어떤 것인지 차례대로 대답해보라"고 말하한다. 타케치요는 먼저 "병"이라고 말한 뒤 이어 "식"이라고 말하자 셋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셋사이는 신이야 말로 마지막까지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믿음이야 말로 모두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만 신이 없다면 모두가 식을 위해 싸우는 피바람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곤 셋사이는 이렇게 강조한다.


서로 믿는 마음, 그런 믿음이 있어서 인간인 게야. 인간이 만든 것이 국가라고는 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짐승의 세계. 짐승의 세계는 식이 있어도 싸움이 끊이지 않아 살 수가 없단다...   

    

센코구 시대 당시 성주(장수)들의 사인과 심볼. 이때부터 일본의 로고와 디자인 실력이 쑥쑥 커진 듯함. 각 지방마다 다양하고 놀라운 디자인 실력을 뽑내기 시작한다.(솔출판사 부록)


3권 148페이지에는 상냥한 사람에 대한 노부나가의 예리한 지적이 나온다. 즉,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은 중요할 때엔 쓸모가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용당할 뿐 자기 줏대가 없다고. 

 

3권 214페이지에는 떠돌이 무사 오쿠야마 덴신과 타케치요 간에 대장과 부하의 차이점에 대한 대화가 나온다. 덴신은이렇게 말한다.


"부하가 되면 아주 편해. 생명도 입도 주인에게 맡기면 되니까, 하지만 대장은 그렇지가 못해. 무예와 병법은 말할 것도 없고, 학문도 닦아야 하고 예의도 지킬 줄 알아야 해. 좋은 부하를 가지려면 자신의 먹을 것을 줄이더라도 부하를 굶주리게 하면 안 돼. 좋은 것을 먹지 못하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생각, 그것은 졸개나 하는 생각이지 대장이 할 생각은 아니야. 대장은 아지랑이를 먹어도 살이 찌고, 배에게 꼬르르 소리가 나도 얼굴을 벙실벙실 웃고 있어야 해. 그렇지 못한 인간은 대장은커녕 훌륭한 잡병도 되지 못해. 아지랑이를 어떻게 먹느냐하는 그 방법에 달려 있어."  


5권 52~53페이지를 보면 이에야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즉, 덴카쿠하자마 전투에서 이마가와의 목을 친 오다에게, 이후 상벌 순서를 묻는다. 보통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이마가와의 목을 딴 병졸이 1순위, 함께 뛰어든 병졸이 2순위, 고급정보를 가져온 이가 3순위가 되겠지만, 오다는 아니었다. 먼저 고급정보를 가져와 때를 놓치지 않게 한 이가 1순위였고, 이어 이마가와에게 뛰어들어 제일 먼저 창을 들이대 용기를 낸 이가 2순위, 마지막 목을 쳤던 이가 3순위였다. 그러고선 요다가 이에야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교활한 사람이로군. 그걸 묻는 것은 이 노부나가의 수법을 알아보려는 마음이겠지. 그러나 숨기지 않겠네. 


 5권 140페이지에는 나미타로와 토키치로(후에 토요토미 히데요시), 즈이후의 대화가 나오는데, 남의손을 빌려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메시지가 오간다. 즉, 타력본원他力本願이 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5권 270페이지에는 오다가 선물한 잉어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일부러 먹어치운 큐자부로에게 이에야스가 질책하자 큐자부로가 말한다.


선물을 보낸 상대가 두렵다고 해서 잉어 한 마리와 가신 한 사람의 가치도 계산하지 못하는 성주님. 그런 성주님이라면 결코 큰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잉어 한 마리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겠습니까? 비록 어떤 사람이 보낸 것이라 해도 기물은 기물, 잉어는 잉어가 아닐까요? 성주님, 인간 이상의 것이 없음을 깨달아 주십시오.


그러곤 자신이 미숙했다며 사과하는 이에야스의 면모를 보여준다. 


일본 장수들의 갑옷 구조(솔출판사 부록)



6권 154페이지의 글 하나 소개.

두려움을 아는 자에게는 반드시 비극이 뒤따랐다. 큰일을 당했을 때 동요하지 말라는 것은 어려서 슨푸에 있을 때(이에야스가 이마가와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때를 말함) 셋사이 선사가 누누이 가르친 교훈이었다.  


6권 158페이지에 혼다 헤이하치로가 이에야스에게 말한 기억남는 대목 하나.

"죽음이 두렵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죽어본 일이 없으니까요. 


그렇다. 미리부터 겁을 내고 두려워하는 이는 사람뿐이라고 한다. 어두운 밤길을 지날 때 인간은 미리 무서워하는데, 동물은 적이 나타나야 두려워한다고 한다. 뭐, 상대적으로 약한 인간이라 보호본능이 작동한 것일 수 있지만, 은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 미리부터 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으면 실행이 되지 않으니까. 


7권 136페이지에는 즈이후가 하치조에게 말하는 대목.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도리어 자비일 때도 있다. 


7권 317페이지에는 승산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승산을 높인다는 것은 준비도 철저하고 오랜 동안 상대도 분석하고, 전략도 충분해야 한다는 얘기. 그렇게 승산을 높이면 병사의 사기는 더욱 높아져간다. 


8권 284페이지에는 이에야스와 노부나가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드러난다.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진 쪽은 멸망했고, 당연했다. 그러나 이긴 쪽 역시 오래지 않아 반드시 파멸의 길을 걸었다. 승리와 자만심이 주는 함수관계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습성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에야스는 노부나가가 역시 지나치게 자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만해진다는 것은 곧 횡포로 이어지기 쉽다. 타케다 카츠요리 역시 패한 원인은 타카텐진 성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부터라고 한다. 이와 똑같은 싹이 이에야스의 진영에서 싹터서는 안 된다고 그는 승리한 다름 날부터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자신의 실력을 점검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반대였다.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번에 천하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8권 334페이지 하단에 에야스의 아들 노부야스와 정실인 츠키야마 부인에게 할복 명령을 내린다. 자신 역시도 예전 기후의 노부나가라면 이 일을 그대로 덮어두겠지만, 이제는 아즈치 성을 쌓고 츄고쿠로 진출할 지금의 노부나가는 천하의 쟁패를 다퉈야 하기에 미리 분열의 씨앗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에야스. 358페이지를 보면 이를 또 이에야스는 알아채고 그대로 넘어간다. 이에야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가신들의 외교능력에 대해 한탄하는 장면도 나온다(358페이지). 모두 무용에 뛰어나고 하나같이 충성과 진실성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외교수완이나 정치수완은 능숙하지 못했고, 그런 것을 무사답지 못하다고 하여 싫어하고 입을 다무는 결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9권 112페이지에 또 나온다. 즉, 사카이 타다츠구와 오쿠보 타다요에게 조금 더 외교적 수완이 발휘됐다면 하고 아쉬워한다. 외교적 수완... 그래서 외교와 영업이 중요한 것이다. 


9권 147페이지 - 일단 각오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자와의 차이도 귀에 오래 새겨두어야 할 메시지. 


9권 237페이지를 보면, 분명 노부나가가 이에야스에게 출전을 명령할 것이라는 이에야스의 생모인 오다이의 말이 나온다. 마침 이에야스도 자신의 야심을 절대 드러내는 성격도 아닐 뿐더러, 자신도 노부나가가 시키기 전에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여러가지로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렇게 먼저 선수를 쳐 노부나가를 당황케 한다. 사회도 그렇다. 그런데 대부분(나 역시도) 하기 싫은데 시킬 때까지 버티다가 마지 못해 한다. 그건 서비스가 아니라 심부름. 수동적인 행태가 되고 만다. 이에야스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한 수 위. 


이렇게 9권의 1부가 끝나고 이제 11권의 2부를 구입했으니 이제 여름과 가을 동안 정주행이다. 겨울엔 12권짜리 3부가 기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맞지 않은 일을 하면 고통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