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짧게, 생각은 단순하게, 내 일은 열심히!
어제 저녁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뛰었을 때다. 바로 앞에 달린 모니터를 켜고 여느 때처럼 MBC 스포츠 플러스의 '메이저리그 투나잇'을 시청하고 있었다. 마침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불펜 투수로 뛰고 있는 오승환 선수가 최근 몇 경기 동안 성적이 좋아 마무리 투수로 다시 거론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오승환은 경기 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상황이 되든, 경기를 이기든 지든 상관하지 않고 내가 던지는 공 하나로 타자와 상대하는 것만 신경 쓰려한다. 그러면 자연히 성적도 따라오리라 믿는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맞다 싶었다. 요즘 나는 생각이 많았다. 일을 하면서도, 친구를 만나면서도, 강의를 하면서도 여러 상황을 유추하는 동안 세심한 것 하나하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 복잡했다. 어차피 내가 상황과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터였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일, 현재의 시간에 집중적으로 몰두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가령, 강의 하나를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어떡하지?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 누가 좋지 않은 평을 남기면 어떻게 대응하지? 하고 앞서서 많은 것을 우려했다.
입찰을 하나 하더라도 떨어지면 어쩌지? 목소리가 잘 나올까? 심사위원의 질문에 말을 더듬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스스로를 옥죄는 질문만 했고, 그 질문은 스스로를 두려움의 나락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종종 길을 잃기도 했다.
운동을 하더라도, 식구와 맛있는 식사를 하더라도 늘 머릿속의 CPU는 멈추지 않았다.
그 때마침 보게 됐던 오승환의 인터뷰는 내 마음의 짐을 한결 편하게 했다. 어떤 일을 진행하기 위한 상황과 결과는 내가 점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저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영역만 집중하면 결과는 절로 따라온다.
결과에 대한 걱정은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더 나은 결과를 희망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에 그만큼 더 집중하는 것이 맞다.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고.
고사성어 중에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는 말이 있다.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었다는 얘기다. 생각이 과해도, 욕심이 과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든 상황이든 복잡하고 꼬이면 오해를 낳고 헤매게 된다. 누구도 두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다.
때로는 생각정리, 즉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큰 줄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생각으로 복잡하게 걱정하며 사는 삶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고민은 짧게,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나는 내 본분에만 집중하기로 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