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는 무엇이 있는데요?_대방천로

복개된 하천을 따라 걷다

by 이경민

서울 땅에는 생각 보다 많은 하천이 묻혀 있다. 산에서 발원하여 도심으로 흐르는 지천이 워낙 많았고, 행정구역이 확장되고 도시화되는 과정 속에 땅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복개되었다. 하천은 길이 되었다. 사람이 걷고 자동차가 달린다. 어떤 길 위엔 건물이 생겨나 사람이 살거나 장사를 한다.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부가 창출되는 장소로 변화된다. 또, 공중에는 고가도로를 건설하여 위, 아래로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복개된 하천을 최근 들어서는 환경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생태를 살리겠다고 복원을 시도했고, 시도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계천이다. 지방소도시에서도 이를 선사례로 삼고 복개된 하천을 복원하느라 난리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연발생적인 장소를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다가 복원하는 것이 과연, 정말로, 진짜로 생태학적/ 자연친화적 관점에서 건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 안 하느니 하는게 낫겠지만, 이전과 최대한 비슷한 상태로 회복되려면 긴 시간과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기다려 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로 다시금 질문을 던져보면, 잘 모르겠다. 우선적으로 행정적인 절차와 과정에서 '기다림'이 가능할 것인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확신이 서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한다고 급하게 복원시킨 하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탈이 나게 될 지도 모른다. 긴 기다림 끝에 건강한 생태의 회복이 가능한지는 해봐야 알 수 있다. 물론, 차량이 내뿜는 매연보다 덜 건강하더라도 물이 흐르는 것이 자연친화적 측면에서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천을 무조건적으로 땅에 뭍는 것이 아니라 나름 물이 흐를 수 있도록 관을 묻어 놓는다. 하지만 건강한 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건강한 물이란, 자연의 바람을 맞고, 산소가 공급되고, 적절한 햇볕을 받은 자연 그대로의 물)


인간의 편의와 시대흐름에 의해 덮혀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와중에 흐르던 물줄기는 이전과는 다른 물줄기가 되어 흐를지도 모르겠다. 도시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면서도 이를 구성하고 있는 수 많은 크고 작은 요소들은 각자의 속도가 존재하기에 가끔은 그 변화가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



대방천로 따라 걷기

영등포에도 복개된 하천이 있다. 하천은 사라졌지만 '대방천로' 도로명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명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에 검색하면 나온다. 어림잡아 신도림역 인근 도림천 부근에서 보라매역 인근까지 거리는 3.1km 정도다.

네이버 지도에서 '대방천로'를 검색
1976년 대방천 개수 조감도, 『가자! 강남으로: 1974-1978(1)』(2016), 112쪽
신길동과 대방동 사이를 흐르는 대방천의 직선화 공사가 추진되어 옹벽과 제방이 정비되었다. 이 공사로 인해 생긴 폐천부지는 택지로 개발되었다.(1976.01.24)
내용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신림동에 이르는 대방천의 취로사업 현장 모습, 1976년 1월 24일


복개될 당시의 사진을 통해 대방천의 규모나 폭을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 동네하천이라고 보기엔 꽤나 크고 폭이 넓은 하천이었다. 또 하천의 방향이 굽이 굽이 지다보니 직선으로 펴주는 직선화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진행되었던 대방천 취로사업 현장 모습을 통해 그 당시 풍경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복개되는 과정이 찍힌 사진을 보고 있으니 현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땅 밑에 수도 없이 덮혀 버린 하천과 지천의 물줄기를 따라 걸어보아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이 아니었던 지역이 서울로 편입되면서 농촌이었던 곳에 도시화가 진행되고, 그 과정 자체가 서울의 확장이자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하천이 지나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기 위해서 복개된 지점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대방천, 1976년 10월 28일, 11개월에 걸친 영등포구 신길동의 대방천 직강공사가 완공되어 구불구불하게 흐르던 대방천이 곧게 흐르게 되었다. <내용출처: 서울 사진아카이브>



신도림역에서 출발

이동이 편한 동선에 맞춰 신도림역 인근에서 시작하여 대방천사거리를 마무리지점으로 정했다. 신도림역 4번 출구로 나와 신길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대방천로'라고 적혀 있는 도로명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도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안내판을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천을 복개한 도로는 딱히 큰 특징없이 단조롭다. 인근 풍경도, 주변에 들어선 건물들도 딱히 특별하다거나 특이한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도로와 함께 조성된 인도에도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봉천동에도 봉천천이 복개되어 있는데 풍경도, 분위기도 매우 유사하다. 다만, 이것이 하천변이라서 그런건지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독 자동차정비소, 페인트, 가스, 와 같은 업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부는 복개되고 일부는 하천 구간이 존재하는 도림천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천변을 걷다보면 '정말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대방천의 특징 중 하나를 뽑자면 도로의 높이가 인도보다 높은 구간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하천을 천정천이라고 한다. 도로 양옆으로 인도를 조성해 두긴 했지만, 또 다른 인도가 존재하는 구간이 있는데 신길동에 가까워지면 확인할 수 있다.

천정천
하천바닥이 부근의 평야면보다 높아져 있는 하천을 말한다. 토사의 운반이 활발한 하천이나 홍수가 일어나 자연제방이 생겨 토사의 퇴적이 많아지는 등의 작용이 계속되면 하천바닥은 부근의 평야면보다도 높아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정천 [ceiling river, 天井川]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인도 구간과 도로구간의 확연한 높이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간.


'대방천로 102 106'. 도로명 주소가 적힌 이 구간은 다른 구간과 확연이 구분된다. 인도 간 도로 높이가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구간에서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다른 큰길로 다닌다. 굳이 이 길을 통과하여 갈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다.


하천이 덮이긴 하지만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콘크리트 수로를 지하에 묻게 되는데, 이를 '박스'혹은 '암거'라고 부른다. 덮고 나서는 추후 정비를 위해 맨홀이나 철판으로 된 입구를 설치하게 된다. 그래서 땅을 바라보며 천천히 길을 걷다보면 철판이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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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된 하천 구간에는 철판이나 마치 봉합해서 꿰맨듯 이어붙인 길이 자주 보인다.

또, 복개된 하천 구간은 공영주차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구간이 바로 공영주차장 구간이기도 했다. 이 지점을 통과하면 복개된 길이 지하철 7호선 노선과 동일한 방향으로 뻗어 보라매역까지 나란히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새롭게 형성된 도시조직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길은 선의 형태로 이어지지만, 그 선을 기반으로는 면이 형성되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1986년에 준공된 아파트와 함께 조성된 벚꽃길이 가장 눈에 띈다. 이 아파트가 자리한 동네는 신길동인데, 주변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높은 고층건물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가장 높은 건물이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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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봤던 아파트, 빌라를 포함한 주거단지, 카쎈타

그리고 그 옆에는 학교가 있고, 나머지는 다세대/다가구 주택, 연립빌라, 저층 주거지다. 오래된 동네이기도 하고,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딱히 재개발/재건축된 상업건물이 없다. 조금 더 걷다보면 앞서서 언급했던 자동차정비를 하는 곳이 몇군데 보이고, 주유소. 그리고 큰 사거리다. 뭔가 나올까 싶어 기대하려는 순간에 길은 끝나버린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은 딱 여기까지다. 이 구간을 벗어나 대방천 복개구간을 모두 걸으려면 보이지 않는 흔적을 온갖 추측/추정과 함께 걸어야 한다. 그 증거가 되어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기에 더 이상 찾지 못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이 구간을 벗어난 이후에는 복개천을 찾아 걷는 길잡이들과 함께 걸어야 할 것 같고, 나는 여기까지만 걸었다.

걸었던 구간

신도림역 출발 - 대림동과 신길동사이 구간 대방천로 - 신풍역 - 신길동 구간 대방천로 - 대방천사거리(보라매역)

복개된 하천 구간이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지만, 차량이동 구간이 분산되어 교통체증을 일부 해결하고 있었다.

신길동 구간의 경우 2~3차선인데, 최근 들어 신길 뉴타운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많이 생기면서 인구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차량도 늘었다. 신길동은 여의도와 거리상으로 멀지 않아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덕분에 차량이동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좁은 도로는 더 좁게 느껴졌다. 이때,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나마 꽉 막힌 길목을 보완할 수 있는 구간이 대방천로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에서 유난히 '대방천로'가 나에게는 크게 와 닿았다. 사실 그냥 봤을 땐 '하천이 복개된 것이 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교통량이 많은 복잡한 지역에서는 큰 역할을 한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인근에 복개된 봉천천을 통해 그 면을 확인했다. (물론 지금은 이 도로로도 해결이 안되는 것 같지만서도) 그래서, 가끔 복개된 하천을 다시금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 마다 복원만이 유용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환경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맞으나, 수 년간 도로로 쓰이고 있는 길을 다시 뒤집었을 때 복잡한 교통량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복개 하는 것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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