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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민 Jun 02. 2023

학위를 받은 연구자는 아니지만.

도시연구자 되기 위한 고군분투기


지역답사를 통해 도시를 이해하기

나의 주요 활동 대상지는 서울이지만, 지방도시를 답사할 기회가 있으면 종종 다녀오곤 했다. 책을 통해 쌓은 지식과 별도로 현장을 보고 습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답사를 할 때는 대상지와 관련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발부터 움직였다. 출발하기 전 미리 공부를 좀 하고 갈까 했지만 서울을 알아가는데도 벅찰뿐더러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리 습득한 지식이 가끔은 걸림돌이 되어 막상 현장에 갔을 때 그 정보에서 벗어나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차라리 모르고 가면 하나부터 열까지모든 것이 새롭고알아야 할 정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세세하게 살펴보거나 들여다볼 텐데 그렇지 못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할 것을 염두에 두고, 올 때마다 변화를 포착해 나간다는 가정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는 편이 훨씬 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맞지만, 아는 만큼만 보는 것도 맞다. 지나치고, 놓치는 것이 생겨난다.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때론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이후론 애쓰지 않았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언젠가 연결될지도 모를 순간을 염두에 두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한 번에 해당 지역(혹은 도시)에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 올 때마다 궁금한 것들을 모으고 살피는 것에 집중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있었는지 파악하고 천천히 알아가기> 이것이 내가 지역도시를 답사하고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모든것에 타이밍이라는 것이있듯이 빠른 속도로 지역을 살피고 알아가는 건 내게 맞지도 않았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그저 궁금할 때마다 가서 보고 느끼고 질문을 품고 돌아올 뿐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자료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묻거나 하는 과정에서 해결됨) 다음 질문으로 발전되어또 다른 물음이 생겨났다. 남들보다 알아차림의 속도가느린 나는 남들보다 10배 이상 움직여야 적정선에 맞춰갈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빨리 한다고 한들 생채기만 더 생길 뿐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보는 것',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번 <창원수정마을> 답사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히스테리안팀의 예술사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정마을과 히스테리안팀의 예술사업에 대한 상세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볼수 있도록 해두었다. (클릭 !)

자세한 상황은 다녀온 뒤 찾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창원으로 향했다. 대구에 있을 때도 가지 않았던 창원을 가게 되다니 새삼스럽고기분이 이상했다. 이건 비단 창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그 동안 서울수집을 하며 서울이라는 도시만 본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 가까이했던 도시를 겉으로 나마 훑어보는 시간들이 생겨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서울을 수집하는 행위가 한국이라는 도시를 전체적으로 훑게 만드는 작업으로 연결,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결과물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질문과 생각을 품다 보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하나씩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일단 가는 것, 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일상을 보내던 도시들이 어떠한 도시정책의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변화되고 형성되어 왔는지, 문헌과 자료를 통해 공부하고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해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맥락을 찾는 시간이 늘어나고 시각이 생겨난다. 처음부터 상황을 100%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관찰 대상들이 일궈나간 현장의 시간을 통해 과정을 이해하고, 도시를 알아가는 것, 이것이 나의 연구방법이자 방식이다.


시작은 서울수집이지만

1) 다른 도시와 관계를 맺고 연결해 나가는 것.

2) 서울과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 하는 것

3) 한국도시를 이해하는 것

4) 서양 도시가 아니라 한국 도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찾기.


* 해당글은 창원 수정마을 방문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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