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공간의 본질을 찾다,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 점
혹시, 서울로 7017의 의미를 아시나요?
7017에서 70은 1970년대 건설된
고가의 연도이고, 17은 서울로 7017의 탄생 연도 2017년을 의미하는 숫자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차가 다니던 1970년대의 고가가 2017년
사람이 다니는 길로 탄생한다는 말입니다.
나와 서울로 7017 사이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서울로 7017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이전, 고가가 연결할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와 연관된 장소를 돌아보는 투어에 참여했었다. 역사유적지나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투어와 조금은 다른 방식, 내용, 콘텐츠에 매력을 느꼈고, 전혀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 서울이라는 도시가, 서울에 존재하는 동네가 다르게 느껴졌다. (*투어는 안녕 서울, 현재는 서울로 7017과 관련된 투어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에드 우드님 제공 (블로그 주소: http://bitly.kr/5xss)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지라 투어가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고, 길게 남은 여운은 기여코 나를 서울로 7017로 이끌었다. 투어를 듣기 위해 찾았던 참여자가 어찌어찌하여 투어를 진행하게 되는 기회로 이어졌던 거다. 고가 위를 걷는 건 아니었지만(공사 중이었으므로) 고가의 탄생으로 연결될 청파, 중림, 서계, 회현동부터 시작하여 남대문 시장, 남산, 명동 등의 관광명소로 이어지는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길들을 누구 보다도 잘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서울로 7017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갔다. 고가는 동네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건물 두 곳, 대우재단빌딩과 호텔 마누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그렇게 매일 공사 중이던 서울로 7017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개방일을 손꼽아 기다렸고, 어느새 나는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식물이 심겨 있는 화분,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행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마당, 놀이나 쉼을 위한 작은 공간들로 구성된 서울로를 걸으며 느끼는 기분과 서울로와 연결된 인근에 위치한 건물에서 바라보는 서울로는 어떤 느낌일까? '외부가 아닌 내부, 걷는 것이 아닌 머물러 있다'는 인지하고 서울로와 별도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에서 그동안의 서울로와의 인연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일도 하면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보고 싶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올해 5월에 서울로와 연결된 대우재단빌딩에 공유 오피스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평일 오후 1시 - 6시. 점심 먹고 난 직후 집중력도 흐려지고 잠이 쏟아질 시간. 다행히도 나른함 대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쫓아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에 도착했다. 카페가 아닌 공유 오피스라는 성격 때문에 다소 딱딱한 분위기 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곳은 편안한 분위기만큼이나 음악도 편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5시간을 머물며 가장 좋았던 부분 3가지 정도를 전하려고 한다.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유형별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회의실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회의실이 아니라 컨셉별, 유형별로 나뉘어 있다. 개방형과 폐쇄형으로도 구분되어 있는 것 보면 이용자들의 성향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많이 배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운지는 연결성 부분에서 언급되므로 게시하지 않았다.)
- 미팅룸 (개방형/폐쇄형)
- 오피스 (지정석 / 입주한 업체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이용자는 실내에 있지만 서울로 7017을 포함한 많은 장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굳이 직접 확인하러 가지 않아도 내부 공간에서 이동하며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테라스 공간을 이용하면 더욱더 극대화된다.
* 이동 동선
공용 라운지 - 미팅룸 - 폰 부스
(왼: 창문의 위치와 공간의 느낌 / 우: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들)
서울로 인근의 주요 명소와 길을 연결하는 교차로와 같은 공간, 좀 과감하게 표현하자면 외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서울로의 기능을 내부에서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테라스 공간을 오픈함으로써 서울로와 연결성을 좀 더 긴밀하게 강조했다. 서울로에서도 스파크 플러스를 바라보았을 때 잘 보이고, 반대로 스파크 플러스의 테라스 공간에서 서울로를 바라보았을 때도 잘 보인다. 이로서 서울로와 스파크 플러스가 안과 밖이 명확히 구분되는 별도의 공간이라기보다 서울로에서 연장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내부를 채우고 있는 가구나 소품들,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컬러나 컨셉이 서울로를 구성하고 있는 공간들의 색감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 어느 하나 튀는 색깔이 없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공용 캔틴이라 불리는 공간은 쉽게 말해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24시간 무한리필'이라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용 오피스이지만 공간만 제공하는 곳들도 종종 있고 부엌이 있어도 차나 커피는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곳도 많다. 그런 면에서 '무한리필'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효율적이다. 거기다 맥주도 무한리필이라니!!!
끌린다! 끌려! 개인 텀블러나 컵을 이용해야 하는 대신 공간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여분의 머그컵을 제공하는 것도 평소 개인물품을 구비하는 것이 습관화되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세심한 배려로 느껴진다.
서울역과도 가깝다 보니깐 지방에서 출장을
오시는 분들이 자주 이용하곤 하세요.
혹은 지방에 본사가 있고,
서울에 출장을 자주 오는
경우에 지점 사무실로도 이용하고요.
<by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 공간 매니저>
무엇보다도 스파크 플러스는 애매한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남거나 혹은 인근에서 미팅이 있어서 일치감찌 서둘러 길을 나섰는데 도착해서 보니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 주저 말고 스파크 플러스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애매한 시간을 스파크 플러스 내부에서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짐과 업무를 이곳에 잠시 맡겨 두고 연결된 서울로를 통과하여 동네를 산책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참고로 점심시간인 12시를 기점으로 1~2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돌면 가장 좋을 코스이다.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에서 나와 서울로를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서울역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서울역이란 서울스퀘어 맞은편으로 보이는, 버스환승센터가 있는, 광장과 연결된 방향을 말한다. 기차를 타고 내릴 때 주로 이용하는 입/출구의 방향도 동일했기에 서울역을 이용하는 문은 그게 다라고 생각했다
서울역 서부역
서울역의 서쪽,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서울역 입/출구 방향의 반대편. 우리가 잘 모르는 이곳에 서부역이 있었다. 현재는 서울역에 흡수되어 사라진 곳이지만 인근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의 이름에는 여전히 '서부역'이라 기재되어 있다. 낯선 이름만큼이나 익숙지 않은 이곳. 주변을 살피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서울의 오랜 동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지대에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청파동, 서계동, 중림동. 이곳에 위치한 동네들 중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에서 출발하여 서울로를 거치는 동안 가장 접근성이 좋은 중림동을 동네 산책코스로 선정했다.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 - 서울역 서부 - 중림동- 약현성당 - 은행나무- 염천교 -서울로 - 스파크 플러스
1단계) 스파크 플러스 서울로점에서 나와 서울로 7017 걷기
서울로는 크게 1) 남대문 시장/명동/남산/회현동, 2) 만리동/청파동, 3) 중림동/서소문공원. 이렇게 세 방향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려진 1),2) 번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에 반하여 나는 3) 중림동/서소문 공원 방향을 추천한다.
2단계) 중림동 맛집에서 본인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골라 점심 먹기
서울로를 내려와 정면과 우측으로 몇발짝 디디면 중림동이다. 중림동 인근에는 오래된 식당들이 많은데 대부분 맛집이다. (실제로 먹어본 경험이 있으므로 장담할 수 있다.) 순대국밥, 치킨, 족발, 닭꼬치, 닭 한 마리 탕, 마라탕, 분식, 콩나물 비빔밥, 칼국수까지 - 모두 다 맛있다. 서울로가 생기면서 새로 생긴 카페나 레스토랑도 몇몇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존 식당에서 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 최근엔 약간의 변화가 생기면서 기존에 있던 맛집들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났다.
3단계) 약현성당 주변 산책하기 & 성당 내부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기
출출한 배를 채우고 나서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면 약현성당에 닿는다. 약현성당이 위치한 장소는 과거 약초가 많이 나던 언덕이었으므로 오르는 길이 다소 힘이 들긴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보상받는 기분이 절로 든다.
종교시설이지만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다. 조용히 성당 안으로 들어가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약현성당의 건물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많이 나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장소로도 인기 만점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에드 우드님 제공 (블로그 주소: http://bitly.kr/5xss)
4단계) 은행나무와 고산자 김정호 기념비
약현성당에서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큰 은행나무가 보인다. 은행나무 주변으로 크고 작은 나무들이 심겨 있는데 자세히 잘 살펴보면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고산자 김정호 약현에 살다.
황해도에서 태어났지만 지도와 지리서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을 터. 그가 서울에 머물렀을 때 살았던 곳이 약현이라고 한다. (중림동의 옛 지명이 '약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91년 지금의 중림동 약현성당 앞 로터리에 세워졌다.
5단계) 염천교 수제화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지나면 염천교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염천교의 염천은 '소금내'를 뜻한다. 일설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서울에는 현재의 을지로 5가 방산시장 부근에 염천교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화약을 만드는 관청인 염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인근에 있는 다리에 염천교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산시장 쪽의 염천교가 철거된 후, 지금의 염천교가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대문에서 중림동 약현으로 가는 새로 만든 다리에서도 연기가 많이 났기 때문에 '염천교 인근의 연기를 상기시킨다'하여 염천교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걷다 보면 오른편에 수제화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수제화 거리의 역사는 1925년 경성역 건립과 함께 시작되었다. 경성역의 건립으로 유동인구와 상경 인구가 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변 상권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광복 후 미군들의 손상된 미군 군화를 구매하여 국군 군화 및 다양한 구두로 재탄생시켜 판매하였다. 구두가 귀했던 시절 소비자들에게 미군화를 수선해 재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이익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였다. 비록 시장은 미약하였지만, 이로부터 시작된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는 명실공히 최대 수제화 거리 상권의 발판이 되었다. (내용 출처: 블로거 머거 주거님, https://hoy.kr/PTOP)
스파크 플러스에서 서울로를 통과하여 중림동으로 이동, 맛있는 밥을 먹고 산책하듯 약현성당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잠시 역사 속 인물을 되새기며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거쳐 염천교를 걷다 보면 어느새 서울로가 먼발치에서 보인다. 아쉽지만, 이제 스파크플러스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작년 추석 홀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츠타야 서점이었다. 츠타야 서점은 남다른 기획력으로 탄생한 제품의 진열 방식이 기존 일반 서점이 해오던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3일을 꼬박 머물렀던 숙소 근처에 츠타야 서점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소박한 크기와 간판에 놀랐었다. 잡지나 SNS에서 늘 소개되던 그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동네서점이었다. 의문만 가득 품은 채 한국에 돌아왔고, 며칠 전 지인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인에 의하면 츠타야 서점이 대단한 이유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매장의 성격을 기획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과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츠타야의 기획력이라 했다. 한국의 교보문고를 예로 들면(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강남의 교보문고, 합정의 교보문고, 신도림의 교보문고를 비교해봤을 때 위치는 다르지만 획일화된 매장 디자인과 규모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파크 플러스에 머무르는 동안 츠타야 서점이 생각났다. 인근에 위치한 서울로 7017과 주변에 위치한 동네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어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편하게 머물다가 떠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요즘, 스파크 플러스에서 편안하게 업무도 보고 동네 산책도 하고 서울 야경도 즐기면서 올 가을을 맞이하면 어떨까?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 18 대우재단빌딩 5층
이용시간
- 원데이: 평일 오전 9시 ~ 6시
- 먼슬리: 한 달 동안 24시간 자유롭게 이용 가능(출입카드 제공)
공간 대여료
- 라운지/1일/22,000원
- 미팅룸/1시간~/33,000원
공간 예약
https://spacecloud.kr/space/13326
해당 컨텐츠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도시 작가> 프로젝트로 인디 워커스 x스페이스 클라우드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