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의미와 가치는 누가 만드는가? 사례) <리빙 을지로> 리론감독 ②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감독으로서의 기술을 보여주고 큰 영화제에 들어가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이야기를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고 계속 시도하더라도 과정은 결국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카메라 앵글과 순간만 바뀌었을 뿐이었던 거죠. 한 발 내려놓고 사람들을 초대하자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작업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놀이처럼 즐거워졌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이때 가장 신경 쓴 것은 공동체 일부가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상영을 준비하며 회의할 때 저는 계속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습니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매우 바빴지만 절대 “안 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왜 해야 하는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하거나 논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을지로다운 방식을 빌려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습니다. 왜와 어떻게를 두고 논쟁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불가능한 것도 발견했지만 시도하고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계는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도록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다른 예로는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제 자신을 등장시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저는 카메라에 비친 저의 모습과 목소리를 매우 싫어합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을 영화에 넣는 것이 주제의 중요성을 떨어뜨리고 오만해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매우 어려웠고 몇 주 동안 작가들과 상의하며 고민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영화에 저를 넣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저에 대해 배우고 다른 사람들이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영화도 더 나아졌습니다. 지금 저는 뭄바이 다라비에서 Urbz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최근 출간한 책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하는 '을지로다운 방식으로 만드는 것'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정의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The absence of form does not necessarily mean entropy.
형태가 없다는 것이 반드시 무질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형태는 아직 인식되지 않은 작업 중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Some things need to remain uncategorized, if only to allow for the ongoing possibility that. what does not seem tO have a determined form can still have purpose and function.
일부 것들은 분류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야 한다. 형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일지라도 목적과 기능을 가실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 이다.
UItimately, we can only recognize something by engaging with it.
궁극적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참여하며 경험할 때에만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
Resisting the temptation to label is a creative state that can lead to the emergence of something new and relevant. lnstead of naming we can participate, and support the processes.
이름을 붙이고 싶은 유혹을 거부하는 것은 창의적인 상태이며 새로운 의미 있는 것이 나타나도록 이끌 수 있다. 이름을 붙이는 대신 우리는 참여하고 과정들을 지지할 수 있다.
한편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희망차게 시작한 수많은 계획이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듯 나는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라고 하셨는데 왜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나요?
2022년 촬영 시작했을 때 저의 목표는 중요한 주제에 대한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재능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고 NYTimes Op Docs 플랫폼에 영화를 공개함으로써 을지로의 이야기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말이 되자 완전히 길을 잃은 느낌이었어요. 그 동안 수백 개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큰 약속을 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단지 노인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모든 것을 혼자 만들었는데 영화 속 사람들은 그러한 지점들을 잊은 상태였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점은 사람들이 외국인인 저에게 음식을 주고 도움을 제공하며 열심히 말을 걸었는데 저는 줄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을지로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모든 사람을 실망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정말 힘들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화가 실패일 뿐만 아니라 다시는 아무것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측면이 이 문장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수백 시간의 영상을 촬영했지만 개인적인 관계는 쌓을 수 없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있었나요?
많이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두렵고 수줍었습니다. 주머니에 “오늘 누군가 커피나 식사에 초대하면 반드시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적은 메모를 가지고 골목에 가거나 과거의 저에게 미소 지었던 사장님 한 명에게 집중해 한국어로 말을 걸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격해지면 가슴 한 곳에서 도망가고 싶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식당 주인이 음식을 먹고 가라고 하면 다른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장님이 커피를 권하면 이해 못 하는 척 자리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짧은 대화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가거나 촬영 외에 무언가를 시도하는 임무를 갖지 않는 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을지공간에 거점을 마련했던 것도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곳에서 머문 기간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2025년 초부터 약 3개월간 있었습니다. 대부분 아침에 와서 늦은 오후까지 머물렀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지면 촬영 일정이 있는 날에만 방문했습니다. 동료 3~4명과 함께 영화의 다양한 측면을 작업하고 있었고 촬영 전 회의와 계획을 위해 공간을 사용했습니다.
거점을 마련하기 전과 후에 감독님의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첫 번째 변화는 아침에 꼭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공간의 사람들과 일하는 동료가 되고 싶어서 일찍 도착해 그들의 대화를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면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곧 이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일에 극도로 집중했고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요.
두 번째 변화는 잠시 쉬면서 머무를 곳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둘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저는 한동안 사회적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는 그냥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을지공간의 일부가 되었을 때 을지로 안에 있는 장소로 피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가지며 다른 일을 하거나 다시 골목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재시작 공간 같았습니다. 장비를 둘 공간이 생기면서는 촬영이나 대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사라져 좋아하는 골목을 산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물론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을 때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들을 초대할 수 있었습니다. 시끄럽거나 비싼 카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이 조금 늦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여기 있을 테니 편할 때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험이 많은 작가와 예술가 옆에 있다는 것은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습니다. 문자로 부탁하거나 정식 회의를 잡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 인터뷰는 다음 글에서도 계속됩니다.
** 내용이 길어도 지치지 말고 따라오시길 기원합니다.
*** 인터뷰 글에 첨부된 사진은 <리빙 을지로>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것을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