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조

오늘부터 1일

by 거울 속 다른 나



어느 날,

부드러운 미소로 따뜻하게 말을 건네던 너에게

단단했던 나의 마음이 스르르 무너졌다.

순간, 순수했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내가 너무 그립다.


아직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너의 모습이 부러워졌다.

너만의 완벽한 빛깔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세상에 찌든 독기라고는 하나 없이

편안하고 맑은 얼굴로 건네준 너의 한마디는

나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의 독기가 스르르 사라지고

순수했던 내가 다시 고개를 들어

맑은 세상 속에 머무는 기분이었다.

편안하다. 정말 편안하다.

그 아름다운 세상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졌다.

나도 분명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존재로 태어났을 텐데,

언제부터 불만의 독소가 쌓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순수한 나를 잃어가기 시작했을까?

내 마음 한편에는 독소 항아리가 있다.

억울함이 생길 때마다 거기에 차곡차곡 담아두었다.

비우는 법을 몰라서,

그 항아리는 점점 더 커지고 단단해졌다.

그렇게 순수했던 나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나는 사무직이다. 그리고 내 일은,

굳이 표현하자면 ‘공구’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대사가 떠 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공구맨이다.”

필요할 때만 찾고, 필요 없을 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

이름도, 존재감도 없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서글프게 들렸다.

그 대사 속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닮아 있어서였을까.


내 근무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말들은 내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린다.

들었지만 들은 척도, 웃을 수도 없는 말들.

그 메아리들은 내 머릿속을 떠돌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을 걸어온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인성을 평가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이유 없이 미워하기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처럼 나도

항아리에 대고 외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그럴까?

원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며

이상하고 괴상한 일들을 다 보고 견디다가,

참다못해 비로, 바람으로, 거친 파도로

세상에 그 마음을 토해내는 건 아닐까.


그래도 나는 ‘공구’가 좋다.

없어서는 안 될, 작지만 꼭 필요한 작은 나사이고 싶다.

보이지 않아도 세상을 단단히 붙들고 있는 그런 존재.


세상은 누군가의 작은 양보와 배려로 돌아간다.


접시 위에 놓인 빵조각 중 가장 작은 조각을 먼저 집어 큰 조각을 양보하는 사람,

과일이 닮긴 접시에서 작고 못생긴 걸 먼저 집어 크고 달게 생긴 걸 남겨놓는 사람,

커피찌꺼기를 비우고, 뒷정리를 하고,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사람.

엘리베이터에서 짐 든 사람을 보고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손,

부족하면 자기 몫을 양보하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배려.

이런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럽게 굴러간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게 힘들지 않다는 남편의 말처럼 말이다.


가끔 주위를 둘러본다.

공구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하고.

늘 곁에 있지만,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잊혀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걸

조금 더 자주 기억하고 싶다.


아름다움을 찾아야

아름답게 살 수 있다.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힘을 기르면

매일의 삶이 기쁨으로 빛날 것이다.

요 며칠 여러 작가의 시를 읽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렇게 다채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빛으로 바꿔낼 수 있을까.

존재의 가치를 밝혀주는 한 줄의 글,

따뜻한 말 한마디는

병든 마음도 치유하고,

욕심도 조용히 잠재워준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글,

읽는 이의 마음에 향기를 남기는 글을.

하지만 답을 안다고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생각하고, 실수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만의 글이 완성될 것이다.

아름다운 글에는 향기가 배어 있다.

그 향기는 맑은 마음에서 피어난다.

그러니 내 마음부터 깨끗이 닦아야겠다.

좋은 시와 글을 읽고,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내 안을 천천히 정화시켜야 한다.


나는 아직 미완성이다.

그래서 더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있다.

그 기대가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