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인맥관리 대상은 누구일까?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의 하나로 인맥 관리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맥 관리할 대상을 잘못 선정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맥 관리를 위해 직장상사, 스승, 선배, 후배는 물론이고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사람들의 생일까지 일일이 기억하며 연락을 한다. 왜 이럴까? 아마도 본인에게 언젠가 이득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물론 지인들에게 가끔이라도 전화나 메일을 보내며 안부를 전하는 것은 필요하며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인맥 관리 대상이 있다. 여러분들 주변을 돌아보시라. 학생들의 경우 수업시간, 점심시간, 공강시간 꼭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들. 직장인이라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들, 교수라면 같은 과 혹은 같은 건물에 있는 교수들이 가장 중요한 인맥 관리 대상이다. 이들보다 더 중요한 인맥 관리 대상은 여러분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다. 너무나 가까이 있고 항상 보니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CS 루이스는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으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만 선의를 보낸다.”라는 말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소홀히 대하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어느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 역시 기억난다. “세계평화를 위한 일은 참겠는데 아파트 위층 그놈이 뛰는 것은 참기 어렵다.” 사소한 것 하나 참지 못하면서 대범한 척 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뜨끔하다.
맞다. 가족들이나 매일 보는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은 형식을 갖추어 관리할 필요가 없다. 매일 보는 사람들인데 형식을 갖추어 대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럼 이들에게는 어떻게 인맥 관리를 해야 할까? 간단하다. 평소 그들에게 본인의 행동을 성실하게 하고 진심으로 하면 된다. 특히,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보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들에게 여러분들은 "괜찮은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약속시간 잘 지키기, 사소한 부탁 흔쾌히 들어주기, 먼저 인사하기, 먼저 사과하기,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사랑한다고 먼저 말해 주기 등.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고려대학교에 임용될 때 학과 교수님들이 나의 인간적인 면을 알아보기 위해 내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들 중 내가 유학 생활을 할 때 같이 공부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들이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어서 고려대학교에 무난히 임용될 수 있었다. 유학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는 그렇게 튀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별하게 친구들에게 잘 해 준 기억은 물론 없다. 단지 내 생활 성실히 하고, 수업시간에는 늦지 않았고, 약속장소에는 가장 먼저 나타났으며, 간혹 친구들 이사할 때 가장 무거운 세탁기를 자원하여 들었으며, 후배들에게는 권위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정도였던 것 같다. 나 역시 다른 친구들을 기억해 볼 때 그 친구가 학생회장을 하고, 모임을 주도적으로 주선하고, 골프를 싱글 수준으로 친 친구들보다는 본인의 일을 그냥 묵묵하고 성실하게 수행한 친구들이 기억에 더 많이 난다. 혹시 나에게도 내 친구들의 추천 의뢰가 들어온다면 친하게는 지냈지만 약속 시간 잘 지키지 않고 뺀질거리면서 제 몫만 챙기던 친구들보다는 수업시간에 항상 먼저 와 있고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해 주던 그런 친구들이 더 먼저 생각날 듯하다.
훗날 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연락을 취하여 단짝 친구에 대한 추천을 의뢰했을 때 어떻게 답할 것인가. 지금은 너무 편하고 좋은 친구이지만 막상 다른 사람에게 여러분의 이름을 걸고 추천하려니 망설여지지는 않는가? 혹시 망설여진다면 그 친구의 어떤 점 때문인가? 반대로 여러분의 단짝 친구가 여러분에 대한 추천 문의를 받았을 때 그 친구가 여러분을 "강추”할까 아니면 "망설"일까? 혹시 망설인다면 나의 어떤 점 때문일까? 더 늦기 전에 단짝 친구와 함께 근사한 카페에서 따듯한 차를 마시며 한 번쯤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