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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섭 Feb 13. 2022

01. 스물여덟, 장사를 결심하다

네 팀장님, 저의 다음 계획은 '장사'인데요.

퇴사


고민 끝에 퇴사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장사를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팀장님..

'장사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옛날부터 했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6개월 간은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다가도 장사 생각에 푹 빠지곤 했다.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고객들을 직접 만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처음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앓는 열병 같은 거겠지 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사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정리가 됐다. '장사의 매력이 충분하니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내 결론. 그래서 나는 직장을 나서서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스물여덟의 내가, 안정적인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는 일이 아닌, 리스크가 큰 장사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나만의 공간을 소유할  있다는 점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좋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애정 한다. 조용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은, 적당한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하게 쉬거나, 친구나 연인과 함께 자유롭게 수다를 떨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편안한 공간들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공간을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장사를 하게 된다면,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  다. 나의 취향을 듬뿍 담아 공간을 꾸미고,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 수 있을 테고, 오래된 친구를 불러 수다를 떨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취향을 공유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애정 하는 공간의 호스트가 되는 일은, 직장에 다닌다면 평생에 한 번도 하기 힘든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평생에 가장 젊은 '지금'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게 제일 좋겠다 싶었다. 

내 공간 갖고 싶어!


물론  공간을 단순히  혼자만의 공간으로 둬서는  된다. 장사는 자기만족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면 제대로 된 장사를 할 수 없을 거다. 장사를 위한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 그때야 비로소 내 제품과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테니까.   


2. 매일같이 고객들을 만날  있다는 점


사무실에 앉아 고객들의 모습을 '상상' 하다 보면, 내가 가상의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을 하면 할수록 고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줄어들었고 그저 앞에 있는 일을 쳐내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반면 장사는 매 순간 고객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고객은 매 순간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남긴다. 내가 음식 장사를 한다면,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 과정, 메뉴를 보며 고민하는 시간, 먹고 남은 음식의 양, 지불하는 금액과 같은 정량적 데이터부터 시작해서 자리를 왜 찾지 못하는지, 메뉴 선택에는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음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정성적인 데이터까지 발굴할 수 있다.

앗.. 왜 저렇게 반응하지? 뭐지?!?!?!? 궁금해!!


고객에 대한 정량·정성 데이터를 보다 선명하게,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동선은 무엇인지', '고객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만족도를 높이는 메뉴 가짓수는 몇 개인지',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내가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를 양분 삼아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누구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없다는 점


장사가 돈을 버는 방식은 명료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큰 고민 할 것 없이 수익구조가 심플하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장사에 뛰어든다. 하지만 막상 잘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단순하다. 장사는 명료해 보이지만 어렵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지만, '사업화'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장사를 넘어서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보자. 장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맞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료 매입 - 가공(제품화) - 판매 - 재고 관리의 카테고리로 구분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단계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재료를 더 저렴하게 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료의 신선함을 오랫동안 유지할까?  

어떻게 하면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제품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제품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누구에게 어떻게 팔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타깃 고객들에게 더 잘 팔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고객들이 내 매장을 찾아올까?

어떻게 해야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장사.. 쉽지 않은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건, 누군가에겐 힘든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명료한 구조 안에서 빠르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나가면 좋은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깊이 고민하고 애써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게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     



결론, 저 장사해볼게요


장사의 매력을 글로 정리하니 복잡한 마음이 한결 분명해졌다. 사실 이미 퇴사까지 지른 마당이라 망설일 것도 없지만, 이 글은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마음을 다잡기 위한 초석이다. 앞으로 장사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거나 열정이 흔들릴 때, 가끔 이 글을 꺼내 보면서 힘을 다잡아 보려고 한다.

남녀 무관 합니다


장사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일들, 그때마다 생각나는 인사이트가 있다면 글로 풀어낼 생각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거나, 힘이 된다면 좋겠다. 혹시나 그런 분들이 있다면,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응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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