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얼핏 보이는 바닥이 빈틈없이 검다. 기둥에 매달린 파리한 알전구 주변으로 솜털 같은 먼지들이 우아하게 공간을 부유한다. 깜빡이던 낡은 불빛의 전멸. 돌아가는 초침이, 흐르는 시간이 모든 걸 분쇄한다. 어쩌면 남아있을 미련까지도. 색을 잃어버린 누군가의 유작. 죽은 추억의 부검은 애석하게도 무향이었다.
내 기억의 死유지는 이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윽고 눈을 감았다 떴다.
장면은 전환되지 않았다.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없다.
나를 기억하는 이는 없다.
두려운 삶의 무게도 없다.
느릿하게 흐르는 눈물에는 어떠한 감정도 섞여있지 않았다. 경외롭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지옥이 아니던가.
死뿐인 세상.
형체가 없는 것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