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형태의 상관관계
기억하나요, 줄곧 비가 내려 반쯤 젖어버린 그 여름을.
기억합니다, 무수히 많은 날 당신이 쥐어주었던 가장 날것의 감정들을.
당신은 제게 여름 같았습니다. 빈틈없이 뜨거웠으며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다정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제게 겨울 같기도 합니다. 그 차가움에 데어 되려 화상을 입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어떤 계절로 남겨두었나요.
아니면 어느 것으로도 남지 않았을까요.
당신이 반듯하게 게어두고 간 수건에서 미열을 느낍니다. 접힌 천을 풀어내다가도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멈추었지요.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착색된 시간 속에서 끝내 눈물을 쏟아버렸어요. 시간이라 불리는 바다에는 물이 너무 많아 아무도 모르게 울 수 있었습니다.
절대 잊을 일 없다고 단정 지었던 당신의 매 호흡들이 희미해진 게 그렇게나 서글플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과거에 머무는 것에 대해 힐난했지만 저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지나쳐간 인연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 또한 나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인 것도요. 내가 가장 미숙했던 때이자 위태로웠던 때. 한 사람에게 모조리 쏟아부었던 그 무모한 마음에 애도를 표하지 않고 오래도록 끌어안으려 합니다.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당신이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만. 당신과 당신이 속한 세계를 지지하는 열혈 팬입니다. 아주 멀리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에서 올곧은 마음 하나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가령 이 팬레터가 주인에게 가닿지 않아도요.
오늘에서야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나마 당신을 보내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떨까요.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른 단어로 착각했던 때가 있다면. 그걸 알게 되는 때에는 부디 그 감정을 의심하지 말고 기꺼이 보듬어주세요.
그다지도 사랑했던 당신의 부재를 기꺼워합니다.
이제는 영영 이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