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작심삼일러가 1년 간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된 이유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가 만든 나의 작은 습관

by 서연

어느덧 블로그를 꾸준히 쓰게 된 지도 2년이 넘었다. 이러한 인연의 시작을 이야기하자면, 202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블로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야심 차게 만든 계정이 있긴 했으나, 2020년 생일을 기록한 먼지 쌓인 게시글 4건만 업로드된 채 오래도록 방치된 계정이었다. 내가 그 계정에 다시 로그인하게 된 것은 일명 '블챌'이라 불렸던 '오늘일기 챌린지' 참여를 위해서였다.

이벤트가 꽤나 큰 스케일로 개최되었던지라, 당시 나뿐만 아니라 인터넷상 저 어딘가에 방치된 블로그를 소유한 많은 이용자들이 네이버 블로그로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었다.

이벤트 도중 조기종료 해프닝으로 인해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나 또한 당시에 이런 SNS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팀을 비난하는 의견들을 보며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해프닝이 있은 뒤 챌린지는 새 단장하여 돌아왔고, 오늘일기 챌린지에 빠짐없이 참여한 덕에 새로운 챌린지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 이전까지는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릴 때 사진도 많이 올려야 할 것 같고, 글도 많이 올려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이 부담감은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막는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게시글을 쓰는 오늘일기 챌린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짧게나마 남긴다는 데에 의의를 두어 참여할 수 있었고, 처음에는 그저 이벤트 경품을 위해 반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챌린지였지만 오히려 잘하겠다는 욕심이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다.


챌린지가 종료된 후에 내가 업로드했던 게시글을 다시 보니, 거창한 콘텐츠나 잘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그저 하루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한 문장으로라도 적어내는 것이 미래에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흐르듯 지나가는 하루 일상이 일기를 통해 쌓여 먼 미래에도 꺼내 볼 수 있는 기록이 되고,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매개가 될 것 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늘일기 챌린지가 종료되었고, 이전에 비해 분명히 게시글 업로드 빈도가 잦아지긴 했지만 일상을 꾸준히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간간히 월간 일기를 작성하거나 3달치 일상을 몰아서 쓰는 등의 방식으로 블로그 운영에 대한 나의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가 새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매일 쓰는 것이 아니라, 최대 6개월까지 주 1회 일기를 작성하는 챌린지였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 1회 일기를 쓴다면 게시글 업로드 빈도는 줄어들겠지만, 7일 간 있었던 일을 몰아서 작성하다 보니 각각의 게시글의 콘텐츠가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오늘일기 챌린지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하고, 효과적이었던 부분은 강화해서 나온 이벤트라는 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경품을 받지 못하더라도 나쁠 건 없으니 주간일기 챌린지 참여를 결심했다. 우선은 일기 쓰는 것을 나름의 루틴으로 만들기 위해 주간일기를 작성할 요일부터 정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일상을 그다음 주 월요일에 작성하기로 했다. 월요일 출퇴근길,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지 않으니 이동하는 그 시간에 영양가 없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는 대신 블로그를 썼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주간일기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6개월 간 주간일기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모든 글이 월요일에 발행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요일이라는 요일을 정해두고 생활 루틴에 넣으니 월요일이 지나고 점점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졌다. 해야 할 일을 아직 완수하지 못한 데에서 온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감 덕분에 성공적으로 주간일기 챌린지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모든 스탬프를 완성했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무엇을 하든 시작만 창대할 뿐 늘 작심삼일에 그쳤던 내가 반 년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서 오는 뿌듯함, 그리고 이 뿌듯함으로 더 굳건해진 스스로에 대한 신뢰. 남들이 볼 땐 별 거 아닐지 몰라도 늘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세우는 성향인 나에겐 이렇게 꾸준히 노력해서 성취하는 경험이 너무나도 필요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이 원동력이 되어, 챌린지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주간일기를 작성할 수 있었다.


챌린지는 2022년 연말에 종료되었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일기를 썼다. 월요일이 아니더라도 일기를 썼고, 한 주 건너뛰었다면 2주 분량으로 일기를 썼다. 중요한 것은 1년 내내 쉬지 않고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나에겐 2023년이 그 어떤 해보다도 생생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시간은 덧 없이 흘러가지만, 내가 적어 내려 간 2023년의 순간순간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미래의 내가 들춰보길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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