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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뿌리를 심다

화려한 싱글의 뿌리 찾기

by 운채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이 진짜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게 된다.



강남 한복판의 특별한 의뢰

강남에서 유명한 영어학원 원장이었던 그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다시 한국땅으로 돌아와 영어로 성공을 일궈냈다. 그의 삶은 전문성, 결단력, 완벽한 통제를 상징하는 금(金)의 기운 그 자체였다. 그가 선택한 보금자리 월세만 500만 원이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화려한 트레버딘과 크레마 마필의 고급 대리석이 바닥과 벽면, 세면대 상판까지 감싸고 있는 공간은 금(金)의 차갑고 정교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가장 간절하게 부탁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집안의 족보였다. 2~3살 너무 어린 나이에 태평양을 건넌 탓에 한국에 대해 아는 것 이 거의 없었던 그는,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뿌리를 확인하고, 기억하고 싶어 했다.


"3000자가 넘는 우리 가문의 역사를 거실 중앙 벽에 걸고 싶어요!"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3000자 족보와 금(金)의 완벽주의

서예가가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 내려가는 족보의 내용을 그는 꼼꼼하게 확인했다. 컴퓨터 작업이 아닌 붓글씨 작업이다 보니, 한 글자만 틀려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고, 몇 번의 수정작업에 서예가는 지쳐갔다.


이 과정 자체가 금(金)의 속성을 보여주었다. 금(金) 기운은 정교함, 명확함, 그리고 완벽한 결실을 추구한다.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고, 그 완벽주의는 이 공간에 가장 소중한 가치(金)를 새겨 넣는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대리석과 화이트 톤으로 이루어진 그 공간은 금(金)의 기운이 과도하여 차가운 긴장감을 주었다. 금이 과하면 관계가 끊어지고, 냉정해지기 쉽다. 나는 이 공간에 불(火)과 목(木)의 기운을 더해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는것을 깨달았다.


금(金)의 공간에 불(火)과 목(木)을 심다

나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따뜻한 우드 플로링으로 교체하고, 거실 끝에는 탄브라운의 가죽소파와 마루톤에 어울리는 진 베이지의 러그를 배치하여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정리했다. 이로써, 딱딱했던 금의 공간에 생명력 있는 목(木)과 따뜻한 불(火)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족보는 흰 벽을 배경으로 한 거실 중앙에 걸렸다. 3000자 족보는 마치 보석처럼 이 집에서 가장 소중하게 빛나고 있었다.


족보는 조상에 대한 명예와 존중(火), 그리고 가문을 보존하는 단단한 결실(金)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화려하고 차갑고 이성적인 금(金) 공간에, 가장 뜨겁고 감성적인 불(火)의 상징인 뿌리를 심음으로써 비로소 자신만의 조화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금(金)과 화(火)의 디자인 원리 : 결실과 존중

금(金)의 기운은 전문성, 결단력, 재정적 결실을 상징하며, 공간 디자인에서는 흰색, 회색, 은색, 그리고 금속소재와 정확한 직선으로 나타난다. 재물운을 높이는 서쪽 방향에 깔끔하고 정돈된 금속 소품이나 화이트 톤의 가구를 배치한다.


화(火)의 기운은 명예, 존중 그리고 활력을 상징하며, 공간 디자인에서는 붉은색, 주황색, 그리고 간접 조명

으로 나타난다. 금이 과도하여 차가워지면 화의 따뜻한 조명이나 가죽 소재를 사용하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PART 2를 마치며: 실천 디자인의 시작

집을 통해 가문의 뿌리를 심는 법, 즉 오행의 최종적인 조화인 (金과火)를 배웠다. 우리는 이로써 물(水), 흙(土), 나무(木), 불(火), 금(金), 다섯 가지 오행의 기운이 사람과 공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모두 살펴보았다.


오행 이론은 완벽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1800만 원이라는 제한된 예산, '까다로운 시공업체' '오피스 와이프 같은 갈등 유발자'등, 이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PART 3가 시작되는 다음장에서는 35년 현장에서 익힌 극한의 현실문제 해결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예산을 지키면서도 운명의 기운을 바꾸는 구체적인 디자인의 기술, 즉 당신의 삶을 지키는 '실천 디자인'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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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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