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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하나가 재물을 지킨다

작은 공간이 큰 운을 조율한다.

by 운채


물의 기운이 흐르는 곳, 화장실의 작은 풍수


우리 집 화장실은

대부분의 집들이 그렇듯 북쪽 끝에 있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오랫동안 설계 해 오면서

화장실은 가장 후 순위로 위치가 결정되는 장소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화장실은

우리가 하루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공간이고,

그리고, 마무리할 때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걸 느낀 건,

오행을 공부하고 나서부터였다.



화장실은 '수(水)의 공간'이다.

물은 때론 생명을 살리고,

때론 모든 걸 흘려 보낸다.

그 흐름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 집의 에너지가 달라진다.


나는 먼저 화장실 전구를 바꿨다.

차갑고 푸른빛의 형광등 대신,

따뜻한 노란빛의 전구를 달았다.

그 전구 하나가 주는 안정감이 생각보다 컸다.


그다음엔 베란다에 있던

식물 중 하나를 욕실 선반에 옮겼다.

초록의 잎이 타일 벽 사이에서

조용히 생기를 전했다.


마치 “여기에도 숨결이 있어”라고 말하는 듯.


사주를 보면 내게 수(水)의 기운이 많다.

그래서인지 늘 감정의 파도에 쉽게 흔들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내게 욕실이라는 공간이

감정을 비우고 정돈하는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나는 욕실을 그냥 '씻는 공간'으로만 두지 않는다.


화장실 1.png


향초를 피우고, 조용한 음악을 틀으며

그날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작은 의식을 만든다.

정갈함, 향기, 적당한 조도(照度),

그리고 따뜻한 소재.


이 작은 요소들이 모여

공간을 치유의 장소로 만든다.


오행은 인테리어의 언어를 다시 배우게 해준다.

이제 나는 욕실을 바라보며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기운을 흘려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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