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소통법
JFK 공항 도착! 공항에서 짐들을 싣고 이동할 카트를 찾는다.
여기는 카트를 사람들이 가져가나? 꽁꽁 묶어놓기도 했네.
반대편으로 가보니 카트가 자판기 같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
6불.
뭐라고? 카트에도 돈을 내라고?
정말. 뼛속까지 자본주의가 스며들었군.
6불을 지불하고는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를 카트에 올리고 걸어간다.
잠깐만, 캐리어 하나는 끌면 되고, 가방은 캐리어에 올리거나 메면 되잖아.
어휴. 여기서 생각 없이 돈 내라는 대로 내다간 뜬 눈으로 돈 베이게 생겼다!
뉴욕은 하루에 최대 5,000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도시이다. (http://www.nytimes.com/2007/01/15/business/media/15everywhere.html)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10초마다 광고 하나에 노출되는 격이다.
서울에 있다가 부모님 댁에 가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광고로부터 눈이 훨씬 자유로웠다는 것인데,
뉴욕 이곳은 도시의 단 한 군데도 광고로부터 자유롭게 두질 않아 보인다.
뉴욕의 상징, 노란 택시는 모두 세모난 광고 모자를 쓰고 다닌다.
길을 가는 데 앞에 가는 아저씨가 20불짜리를 흘린다.
뉴욕의 자본주의에 좀 덜 노출되었던 순수 청년 김서연은 앞에 가는 아저씨를 불러 세워 돈 이거 당신 것 같다고 말한다.
흑인 아저씨 특유의 리듬감과 함께 "우와! 고마워!"라고 답한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 내게 사례금을 주려고 한다.
"너무나 고마워!" 하면서 2불 3불을 5불을 센다.
지금 주워준 게 20불인데 저렇게 떼어주면 남는 게 있나. 아휴. 참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진짜?"
"네!"
"우와! 너 정말 정직하구나! Thank you! Thank you!"
훗. 한국에선 당연한 거에 이렇게 놀라시긴.
그런데 당장 돈부터 꺼내던 아저씨한테서 뭔가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졌다.
잠깐만, 잠깐만. 이들의 팁 문화에 이런 면이 있었어?
내겐 그저 낯선 형식이겠거니 했던 팁 문화의 새로운 면모가 보이던 순간.
자본주의가 속속들이 들어와 있는 뉴욕에선 어쩌면, 팁 문화가 감사함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옥자에서 옥자가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금돼지로 간단하고 효과적이게 미란도와 소통하는 장면에 적잖이 놀랐었다.
옥자 (2017)
저런 게 자본주의에서 소통하는 법인가!
Michael Lynn 아저씨는 미국의 팁 문화가 1800년대 말부터 유럽 좀 다녀와 본 있는 집 백인들이 자기네 수준을 자랑하려는 우월감에서 시작된 거라고 보기도 한다.
나야 팁 문화가 어디서부터 왔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Gratitude and Gratuity
감사와 팁이 비슷한 단어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금에야 어떠한 형식만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한들,
이 곳의 팁 문화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