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를 만날 때까지 손을 놓지 말 것
벼랑 끝에 떨어지려는 사람의 손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한 서로의 손깍지. 날 선 힘줄과 뼈 마디 사이로 느껴지는 절박함, 그럼에도 절대 상대를 포기 않겠다는 강한 의지. 거기서 오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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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고 문득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방향과 길을 잃은 상대의 말이 과녁에 분명히 도달할 때까지 손을 꼭 잡고 상대의 손목을 놓지 않아야 한다. 언제까지? 상대의 존재 자체를 만날 때까지."
상대의 마음에 깊이 닿는 공감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작품과 같이 상대의 "존재 자체"를 만날 때까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손깍지를 있는 힘껏 붙잡고 있는 것. 상대의 미세한 떨림과 날 것의 감정이 손 끝에서 온 몸으로 느껴지는 과정에서 그제서야 '공감'의 공이라도 꺼낼 수 있는 대등한 위치에 겨우 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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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기회로 한 달 간 토요일마다 상담심리학 스터디를 나간 적이 있다. 스터디가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에 실습 대상자로 뽑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 내담자 입장이 되어 내 이야기를 꺼내며 약 한시간 가량 모든 스터디원들로부터 오롯이 나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 질문들을 받았다.
상담심리는 내담자가 읊는 함축된 텍스트를 확장시켜 실제 겪은 장면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데서 시작한다(구체화). 처음에는 이러한 관심과 질문을 받는 자리가 버겁게만 느껴졌는데, 끝에 가서는 상담사에게도 내담자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이 ‘구체화’라는 행위가 왜 상담의 시작점인지 알 수 있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그 일련의 과정은 나조차도 주목해주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상황을 구석구석 살피게 하고 치유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질문들은 매우 구체적이었지만 거부감이 드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도리어 상황을 자세히 알아가려는 그들의 시선과 노력에서 나에 대한 존중과 사려 깊음이 느껴져 감사했고, 피상적인 말과 감정적 반응에 그치기 일쑤였던 나의 공감력을 돌이킬 만치 진짜 “공감 받았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상담사가 내담자를 치료하는 관점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내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치유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과정을 솔직한 이야기들로 채우며 동반해주신 모임장님과 스터디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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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주변 상황보다 그들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려, 혹은 포용하려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야 할 상황들이라면, 대화의 온도에 맞게 그들의 억누른 마음을 살피는 안부의 질문을 적절히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나의 말을 조금은 아끼되,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에 더욱 경청하며 하나 둘 밖으로 털어지는 감정들이 있다면 이를 '베지근하게 받아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낌 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내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나의 진심을 살펴온 주변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