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클레어 Nov 04. 2020

인턴 끝, MBA 2학년의 시작

지도 없는 항해의 시작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찾아온 지가 어느 덧 두 달 반이 흘렀다.

짧고 강렬한 썸 같았던(?) 샌프란에서의 인턴십이 끝나고 뉴욕으로 돌아와 학기를 시작했다.

인턴십 후기도 별도의 글로 적어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나버린 관계로 간략하게만 기록해본다.



썸 같았던 인턴십


회사 경력이라고는 오로지 스타트업 밖에 없었던 나에게 대기업에서의 첫 회사 생활은 꽤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미국 문화도 잘 모르니 혹시나 실수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슬랙 하나 보낼 때도 괜히 고민하게 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에라 모르겠다' 느낌으로 원래 일하던 대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스타트업처럼 일해도 잘 받아주는 조직이어서 프로젝트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참 많이도 물어보고 귀찮게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걸 오지랖이 아니라 적극성으로 받아주는 곳이어서 참 감사했다. 아래는 인턴십을 마치고 잘한 점과 개선점, 배운 점에 대해 정리해 봤던 내용이다.


잘한점: Go the extra mile 

- 자율성이 많이 주어진 프로젝트인만큼 백지이기도 했는데 스스로 타임라인과 프레임웍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감

-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적극적인 리서치 & reach out. 질문과 커뮤니케이션. 

- 데이터를 진짜 많이 봤고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분석 + 추가적인 리서치를 통한 보다 깊은 이해 

- 청중에 맞춘 컨텐츠 (같은 내용이라도 프로덕팀에 발표할 때, VP에 발표할 때, 마케팅 팀에 발표할 때 등 매번 다르게 커스터마이징 하려고 함)


개선점: 너무 ENTJ 처럼 일했음 

- 발로 뛰어보려는 노력은 좋으나 중요한 것에 집중할 줄도 알아야 함. 마지막에 실제 이메일 캠페인 진행할 때 HTML/CSS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외주가 답답해서 내가 괜히 직접 진행해보려고 하다가 비효율이 생겼다. (일을 넘길줄도 알아야 함)

- 같이 일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소프트 스킬이 필요하다. 너무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직선적으로 물어보는 나의 경향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여전하구만... 

- 마찬가지로 커피챗, 해피아워 등 캐주얼한 대화에 속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필요 (그나마 뒤로 갈수록 편해졌지만 여전히 꾸준한 개선이 필요한 영역)

- 장기적으로는 다른 팀원들의 업무도 돌아보고 피드백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여하간 여러모로 배운 게 많은, 감사한 경험이었다. 항상 해보고 싶다고 느꼈던 글로벌 테크 회사에서의 경험을 하며 자신감도 붙었고, 처음 리크루팅을 시작할 때는 생각지 못했던 Growth marketing 이라는 롤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기도 했다. 매니저의 긍정적인 리더십에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감사하게도 리턴 오퍼를 받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많이 배울 예정!)



그간 벌인 많은 일들


이렇게 인턴십도 잘 마치고 리턴 오퍼도 받았으니 2학년은 좀 널널하게 즐기면서 다닐 수 있을까 했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오히려 1학년 때보다 하루하루를 더 바쁘게 보내고 있다. 사서 고생의 아이콘 


빡센 다이어트 & 클로이팅 챌린지


9월 한달간의 큰 theme 중의 하나는 약혼 사진 촬영을 위한 다이어트였다. 어색한 포즈 혹은 과한 설정의 스튜디오 샷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스냅샷을 찍고 싶었다. 특히 오빠가 사랑하는 뉴욕, 나도 살면서 정이 들어버린 이 곳에서 약혼 사진을 남기면 왠지 기념이 될 것 같았다. 날씨를 고려하면서도 다이어트를 할 만한 최대한의 시간간격을 고려해 9월 말로 촬영을 잡았다. 여름 인턴 하면서는 다이어트에 신경 쓸 여력이 1도 없었기 때문에 재택근무 중 둘 다 살이 꽤 붙었는데, 3주만에 급격히 드레스에 몸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3주간 극단적 식단 & 운동을 병행해 다행히 꽤 괜찮은 상태(?)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성공이고 클로이팅 챌린지도 강추인데, 관련해서는 쓸 얘기가 꽤 많아서 촬영한 사진들을 받고 나서 후기 식으로 따로 블로그를 한 편 써봐야 할 것 같다. 


또, 창업?


사실 우리를 (훨씬) 더 바쁘게 만든 것은 이 새로운 프로젝트이다. MBA를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연이은 창업과 실패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고, 당분간은 창업을 할 에너지조차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한다고 했던가. 여름 인턴십을 마칠 때쯤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생겼고, 지난 몇 년 간에도 수없이 우리를 스쳐지나갔던 다른 아이디어들과는 달리, 이 아이디어는 생각할수록 더 강렬하게 다가와 우리가 아직 학생일 때 시작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첫 한 달간은 마치 연애를 막 시작한 사람들처럼 마냥 신나고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일을 하는 것 같지 않던 시기였다면, 이제는 우리가 증명해야 할 사람도 차츰 많아지고 조금씩 책임감이 생기고 있다. 비자 문제 등 각종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산더미이고.. 한국이었으면 좀 더 과감하게 했을 일들도 이제는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방향을 찾아 진행하게 된다. 아직은 뭔가를 언급하기에도 이르고, 창업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에 가깝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부딪혀보려 한다. 



그리고 한국행 


10월 말 다소 급하게 한 달간의 한국행이 결정되고 지금은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 중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친구들도 만나야겠지만 메인은 아마 결혼 준비가 될 것 같다. 유튜브도 너무 안 찍었더니 사람들이 ㅇㅁㄴ 어디 갔냐고 댓글 달아서 죄책감만 부풀고 있다. 블로그에도 쓰고 싶은 얘기만 쌓여가고.... 수업도 일도 리모트로 하고는 있지만 역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내 원래 성향으로 따지면 하루 할 일이 체크리스트로 있으면 체크를 다~ 해야 속 시원하게 잠 드는 스타일이지만 때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더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 20%의 중요한 일이 내 인생의 80%를 바꿀 테니까. 


미국 오기 전에도 미래에 대한 여러 계획들을 세워봤지만 지금의 나는 계획에 없었고 앞으로도 내 인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 때 그 때 파도를 타듯이 균형을 잡아가며, 내가 바라는 방향성으로 노를 저어갈 밖에- 이렇게 또 한 번의 지도 없는 항해가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MBA 인턴 7주차, 롤러코스터를 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