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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Aug 15. 2023

가족의 탄생

진정한 가족이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독립적인 부부.

혹은 싱글 같은 부부?


결혼을 제법 일찍 한 우리에게 따라온 수식어는 '결혼한 티'가 안 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주말을 필수적으로 같이 보내지 않았고, 각자의 지인 결혼식들도 같이 참여하지 않았으며, 상대방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다. 각자의 시간은 제한되고 소중하므로, 공동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개인으로 보내는 시간으로도 최적의 의사결정이면 함께하는 식이었다. (이를테면 둘 다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가 있으면 함께 보러 가지만, 누군가 한 명만 보고 싶다면 혼자서 보고 오는 식. 물론 서로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예외적이지만-) 이 기준에 대해서 우리 둘은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각자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볼 때 같이 다니는 시간이 적은 우리는 독립적이고, 결혼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줄 때도 많았다. 

무려 10년 전 결혼사진

친구들 대비 일찍 결혼한 뒤, 그 뒤를 따라 결혼하는 부부의 모습들을 보면 다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결혼 뒤에도 서로에게 말을 놓지 않고, 존대를 하는 부부. 남편이 주로 요리를 하게 되어 내가 놀러 갈 때마다 맛있는 걸 차려주는 경우. 서로 주로 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 등. 다양한 부부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많은 표본이 생긴 뒤 내가 그려간 우리의 포지셔닝은 개인의 자유도가 높은 부부. 굳이 따지자면, 교집합의 영역이 크지 않다고나 할까. 


그러한 우리의 성향은 '가족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작게는 서로의 수입과 지출을 합쳐서 관리하는 것, 공동의 재산으로 집을 매입(?)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 같이 생활하는 집 공간을 꾸미거나 유지 보수하는데 노력을 하는 것. 우리는 서로의 수입과 지출 역시 통제하지 않았고, 나는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기피해 집을 매입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집 꾸미기(?) 또한 큰 의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물론 전셋집이기 때문도 크지만..) 한마디로 하면 우리에겐 가족으로써 '함께하는 목표'가 없었다. 굳이 이야기하면 한 팀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서로 같이 할 일거리가 있으면 뭉치고 아니면 흩어지는 프리랜서 조합 같다고나 할까. 최소한의 필요한 교집합을 유지한 체 우리는 5년, 또 5년을 보내어 이제 10년 차를 맞이하였다. 


10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기간 속 우리가 가족이구나,라고 느꼈던 순간들은 주로 큰 사고들이 있었을 때이다. 내가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하기 위해서 입원했던 때, 아버님의 급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새벽에 내려갔던 때. 크게 속마음 표현을 잘 안 하는 남편이고 내가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아니지만, 누군가 옆에서 계속 존재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고, 그 타임 프레임이 1년, 2년의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단 삶 단위의 지평으로 넓어져갔다. 그런 순간들이 조금씩 생기다 보니, 어느덧 우리가 큰일이 없으면 평생 함께 가족의 모습으로 함께 하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올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둘이 살기에 공간이 꽤 넓었던 30평대 아파트, 우리는 안방을 제외하고 방 하나씩을 각자의 옷방으로 공간을 제법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옷이 썩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방을 만들기 위해서, 내 옷방을 비우기 위해 안방에 장롱을 설치하려고 당근 마켓과 리바트와 이케아를 돌아다니고, 결국 이케아에서 구매한 뒤 직접 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남편이..) 요즘 조립 기사님 서비스가 있는 이케아지만 장롱을 설계하고, 몇 날 며칠 직접 조립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그동안 없었던 공동의 목표가 생겨가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우리 둘이 살기 때문에 낭비스럽고, 갈고 닦지 않았던 공간을 이제 더 촘촘하고 살뜰하게 살 때가 된 것이다. 



서로의 시간과 자유가 최우선이던 시기에서 이제 자연스레 새롭게 태어날 생명의 안녕이 최우선 순위가 되는 시기로 전환해가고 있다. 그 전환은 참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걱정보다는 우리에게 새로운 목적으로 다가온 새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과 반가움이 더 크다. 


진정한 가족의 탄생, 혹은 새로운 가족 무드로의 전환을 축하하며 - 이제 수많은 제약 조건 속에서 한 팀으로 교집합을 넓혀갈 우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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