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를 향한 전시와 경험을 향한 전시

DDP 디자인페어 w/29CM와 컬리페스타의 지향점

by 윤서영

29cm와 마켓컬리. 각기 다른 영역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몸집이 커지면서 점점 겹치는 영역도 생긴 두 플랫폼. 두 플랫폼 모두 감도 높기로는 손에 꼽히지만, 두 브랜드의 전시회 느낌은 또 무척 달랐다. 두달 간격으로 열렸던 두 플랫폼의 오프라인 전시회를 다녀온 소감을 짧게 작성해보고자 한다.


DDP 디자인페어 w/29HOME (25.10.15-10.19)

DP에서 열린 디자인페어에는 29 HOME의 베스트셀링 브랜드들과 신예 브랜드들이 조화롭게 들어갔다. 주로 패브릭 베이스의 브랜드들, 커틀러리, 주방식기, 가구, 조명, 타월 브랜드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 전시회에 들어섰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DDP의 장소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각 부스들의 골조와 구획에 전시장 특유의 딱딱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각 부스는 아름답게 기획이 되어있었고, 어떠한 제품들이 있을지 구경하고 싶게끔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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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목공과 천 만으로도 아름다웠던 TWB, 모모스커피의 부스


전시의 초점은 바로 '구매'였다. 전시회장에서의 구매를 떠올리면 파격적인 할인과 사은품 증정..등이 떠오를 수 있지만 디자인페어의 무드는 그러지 않았다. 수려한 디스플레이와 적절한 할인, 디자인페어 만을 위한 기획 구성상품, 그리고 이 자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할인폭은 크더라도 20% 수준에서 그쳤다.


IMG_4459.HEIC 사브르의 부스. 프랑스 본사에서 대표님 아들이 직접와서 이름 라벨링 작업을 해주셨다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초반에 위치했던 사브르의 부스. 현장에서 바로 프린팅 해주는 느낌의 부스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부스에 DP된 다양한 식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거기에다가 커스텀으로 네이밍 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시간대별로 받는 인원은 제한적이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다리면 다음 시간대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편이여서 평소 커틀러리 욕심이 없던 나도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숟가락과 포크를 맞출까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각인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온라인으로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오프라인의 전시회에서 직접 진행해 주는 현장성과 어찌 경험을 비교할 수 있을까.


이미 잘 팔고 있는 브랜드들과 신예 브랜드들이 적당히 섞여있어, 새롭게 주목할 만한 브랜드를 발견하는 것도 전시회의 재미였다. 모르던 모듈형 가구 브랜드의 부스가 조금은 휑하게 있었는데, 조명이 마음에 들어 전시회장에 계시던 분께 말을 거니 그분이 작가님이자 대표님이셨던 것 같다. 이런 새로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배열도 무척 좋았다. 고가의 가구 위주의 편집숍 기획이었던 TTRS의 실패를 딛고 다시 구매의욕을 폭발시키는 29 HOME을 만들어낸 29의 오프라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였고, 모두에게 미감적으로나, 구매 혜택으로나 쾌적하게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둔 곳이었다.


컬리푸드페스타 (25. 12. 18~21.)


반면 어제 다녀온 컬리푸드페스타는 구매보다는 경험을 위한 전시회였다. 대부분의 부스는 관람객에게 작은 미션을 부여한 후, 시식을 해주고 경품을 주기도 했다. 작은 미션은 브랜드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나아가 작은 게임이나 룰렛, 윷놀이 등 확률에 기반한 무언가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판매나 매출을 목표로 한 곳은 거의 없었다.


물론 전시장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주려고 기획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제의 부스들의 경험은 대부분 '관람객에게 팔로우 유도' -> '시식 진행' -> '일부에게 선물 제공'이라는 일관된 흐름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대부분의 부스들의 미션은 팔로워나 친구 수를 늘리거나, 컬리 내 상품의 찜을 늘리는 게 목표인 것 같았다. 아름다운 초콜릿 부스가 있어서 참여하고자 들어갔는데, 그곳 역시 부스에 입장하면 바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알림 받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알림받기를 하면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복권을 주었고, 복권을 제출하니 나는 포스트잇에 당첨되었다. 이 과정에 끝에 초콜릿을 시식할 수 있었지만 나는 초콜릿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중간에 사라졌다. 알림 받기를 하고 바로 초콜릿을 먹게 할 수는 없었을까? 나아가 초콜릿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먹어보게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림 받기를 부탁하는 것은...? 그 브랜드와 큰 연결성이 없는 응모나 게임의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어디에 무엇을 위해 줄을 섰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고, 그저 도장을 깨고 선물을 받고 나가는데 집중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였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션과 브랜드 경험의 연결성이 좋았던 것은 에디션 덴마크의 부스였다. 카톡 친구 추가를 유도하는 방법이 '취향 찾기 테스트'를 웹으로 하게끔 했고, 취향 찾기의 끝에는 친구 추가유도와 소용량 시음 기회가 있었다. 제품에게 다다르게 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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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코너쪽에는 흑백요리사 1의 셰프들을 모시고 쿠킹쇼를 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이 중앙의 시식공간에 함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흑백요리사 2가 릴리스 된 시점이기에, 캐치테이블만큼이나 흑백요리사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컬리이기에 (워낙 많은 셰프들의 HMR을 판매하기도 하고, 레시피로 따라 만들어보기 등의 콘텐츠도 퍼블리시할 수 있기에) 보다 더 전면적으로 활용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전시회 주최자 가이드가 어떠한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부스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전시회의 방향은 무드의 강화 과정을 갖기 마련이다. 각 전시회의 지향점이 양 극단에 있게 느껴졌기에, 내년에는 또 어떠한 모습을 선보일지, 그에 맞춰 어떠한 관람객들이 올지 주의 깊게 지켜볼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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