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라는 이름으로 남은 사랑

사랑은 끝났지만, 글은 여전히 그를 불러낸다

by 서율

살면서 누구나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 어떤 사랑보다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그를 알던 순간부터 이별의 끝에 서기까지, 내 사랑은 누구보다 절절했고 누구보다 깊었다. 함께 웃다가 금세 울기도 했고, 빛나던 순간 뒤에는 늘 그림자가 따라왔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나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자연스레 글로 이어졌다.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감정을 글자 하나하나에 담았다. 어쩌면 말보다 글이 더 정직하고, 더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며 사랑을 이어가고, 글을 쓰며 그를 붙잡았다.





사랑은 눈빛으로도, 무심한 말 한마디로도, 가만히 잡은 손끝으로도 전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모든 방식으로도 부족했다. 마음이 넘쳐서 흘러내렸고, 그 넘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촘촘히. 따뜻한 숨결보다 더 가까이.


그러나 아무리 간절해도, 모든 사랑에는 끝이 있음을 피할 수 없었다. 영원할 것 같던 우리 사이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끝이 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애써 모른 척했고, 붙잡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한때의 계절로 남았고, 서로의 이름은 추억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별이 찾아온 뒤에도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더 자주 펜을 들고, 더 많은 글을 남겼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미 끝난 사랑을 붙잡아 계속 글을 쓰는 일. 하지만 내게 그것은 미련이 아니라 흔적이었다. 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었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호흡이었다. 여전히 나는 글 속에서 그와 사랑하고, 만나고, 이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은 감정의 틈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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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런 존재를 ‘뮤즈’라고 부른다. 노랫말 속에 평생 반복해 등장하는 인물이 있듯, 내 글에도 언제나 그가 스며 있다. 꼭 가장 많이 사랑한 사람만이 뮤즈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내게 그는 기쁨과 상실을 동시에 안겨준 사람이었다. 덕분에 내 글에는 늘 선명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나는 그 그림자를 감사히 여긴다. 그가 있었기에 나는 사랑의 무게와 깊이를 알게 되었고, 글이라는 언어로 감정을 붙잡는 법을 배웠으니까.


뮤즈가 있다는 건 결국 행운이다. 나는 그를 통해 사랑의 수많은 얼굴을 보았고, 그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간 사랑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끝없이 샘솟는 이야기의 근원이다.



사랑은 끝났어도, 글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랑을 쓰듯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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