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엄마의 모습을 한 엄마들이 나타났다
<응답하라 1988>에서 데모를 하다 쫓긴 딸은 도망 다니다 경찰과 부딪힌다. 그 순간 엄마는 딸을 위해 필사적으로 빈다. 딱 거기까지다. 엄마는 딸이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어쩌면 울고 비는 것만이 최선인 양 엄마는 한없이 눈물만 흘린다. 미디어는 최근까지도 이러한 방식으로 ‘어머니’란 존재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위기 속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슬퍼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아버지’이거나 ‘공권력’인 경우가 많았다.
<비밀은 없다>와 <마더>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기존과는 다르게 그린다. 두 엄마는 우리가 기존에 미디어에서 잘 보지 못한 모습이다. <비밀은 없다> 속 민진의 엄마인 연홍(손예진)은 행방불명된 딸을 찾기 위해 탐정처럼 여기저기 조사하러 다닌다. 중간의 딸의 시신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딸이 왜 죽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한다. <마더> 속 도준의 엄마도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백방으로 나선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두려운 상황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온 정신이 아들만을 향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두 어머니의 모습은 탐정 같이 보일 때가 있다. 공권력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쫓는다. 그 과정을 넘어서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딸과 아들을 위한다는 본래 목적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존재처럼 비친다.
자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혼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붕괴되는 것과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고 있다. 민진이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착하지 않았을 때, 도준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건만 자신을 원망하는 소리를 할 때 그들은 길 잃은 사람의 표정과 닮아있다.
우리는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우리가 알던 엄마는 자식의 어떠한 면을 봐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두 영화 속에서는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연홍(손예진)은 딸이 시험지를 빼돌려 거짓으로 성적을 조작한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딸이 마냥 착한 것 같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엄마(김혜자)는 도준이 “엄마가 날 죽이려 했잖아”라고 말할 때 자신이 알던 바, 기대하던 바가 무너지면서 당혹스러워한다. 두 엄마는 자신이 알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봤을 때 무조건적으로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는다. 오히려 혼란에 빠진다. 엄마는 그만큼 완벽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성자처럼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처음 겪는 상황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고, 자식이더라도 자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을 때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녀들의 행동은 기존에 보던 엄마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디어에 속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방증하는 것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다. 다른 요소를 차치하고 엄마들의 행동에 집중해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아이들을 구조해야 하는 공권력은 부재했다. 그 후 대처 과정에서도 공권력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가족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자식을 위해서 뛰어드는 존재는 아버지만이 아니다. 어머니, 아버지 가리지 않고 자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영화 속 두 어머니의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닌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인 것이다.
미디어가 실제와는 다른 어머니의 모습을 주입시키면서 그 모습이 역으로 우리의 이상적인 어머니 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엄마도 똑같은 사람이다. 엄마도 우리와 같이 처음 겪는 상황은 당황스럽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비밀은 없다>와 <마더> 속에 나타나는 엄마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극단적 상황에서 진짜 엄마의 모습은 어떨까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들의 엄마도 연홍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런 엄마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낯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척이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