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에게 친구는 모든 걸 나누고 싶은 존재이다. 서로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이야기를 하며 깔깔댄다. 등교를 같이 하고, 수업을 같이 듣고, 하교를 같이 하고 같이 놀러 다닌다.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기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기에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잘 통할 수밖에 없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 칠월과 안생의 어렸을 때의 모습이 그랬다.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기에 서로 느끼는 감정도 비슷했고 잘 통했다. 그렇기에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이 다양해진다. 어렸을 때보다 다양한 것을 접하기도 하지만 두뇌가 성장하면서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진다. 그렇기에 친구와 모든 걸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아한다. 친구라는 존재에게 여전히 많은 것을 털어놓기는 하지만 자신만 알고 싶은 생각과 감정이 생겨난다. 서서히 틈이 생겨나는 것이다. 영화에서 칠월과 안생은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칠월은 가명을 좋아하게 된다. 이전과 다른 감정이 생기니 안생에게 그 감정에 대해 깊게 털어놓지 못한다. 칠월이 호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가명에게 다가갔던 안생은 가명이 자신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모른척하고 칠월에게 말하지 않는다. 서로를 위한다는 핑계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 생겨난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삶을 산다. 그렇기에 점점 친구와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줄어든다. 서로의 삶이 달라지다 보니 해줄 수 있는 건, 서로의 일상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점점 바빠지게 되면 들어주는 시간도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고 연락도 잘 안 하게 된다. 그러다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영화에서 칠월과 안생은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칠월은 대학에 진학해서 은행에 취직한다. 안생은 이곳저곳을 떠돈다. 끈을 놓고 싶지 않아 연락을 주고받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점점 멀어진다. 영화에서는 사춘기 당시 서로를 위한다는 핑계로 말하지 않았던 사실이 점점 연락이 줄어들면서 오해가 되고, 그 오해가 커져 미움이 된다. 미움이 곪고 곪다가 성인이 되어 재회했을 때 터지게 된다.
점점 멀어졌더라도 인생에서 여유가 생기거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친구를 찾는다. 여유가 생겼을 땐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즐거움을 나눌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땐 서로 너무 잘 알았기에 이해를 하고 위로를 해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잊혔던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 칠월의 신랑이 될 가명이 떠나버리고 임신한 걸 알게 되었을 때 안생에게 찾아간다. 칠월과 안생은 서로에게 가졌던 안 좋은 감정을 털어낸다. 출산 후 칠월이 죽게 되면서 안생은 그녀의 아이를 키운다. 그들의 우정은 다시 피어났고 칠월이 죽어서도 지속된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칠월과 안생이 우정을 나누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감정이다. 친구는 그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많은 것을 나누고 싶기도 하지만, 나의 모든 걸 알았을 땐 조금은 불편한 존재다. 서로 평가를 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은 재고 있는 존재다. 나의 분신 같은 존재였지만, 내가 상처받는 상황이 온다면 먼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힘들 때 나에게 먼저 달려와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 내가 가장 기쁠 때 가장 기뻐할 수 있는 존재이다. 서로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약이 되어가기도 한다. 반복되는 과정이 좋기도 싫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