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요즘, 정서적 거리두기도 함께 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원격으로 일하게 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직장인, 개학이 미뤄진 초중고대학생, 전업 주부, 프리랜서 등 작업환경도 성격도 다른 구성원들이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부닥치게 될 일들이 눈에 선했다. 물리적으로 맞닿을 시공간의 범위가 겹쳐지고, 대면할 일도 잦아지면서 갈등이 발생할 기회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지금 아닐까.
그렇기에 발열에 해열제를 쓰듯,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현될 때 우리는 정서적 거리두기라는 처방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서적 거리두기를 말하면서 물리적 마찰력을 함께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한 정신과 전문의는 바지 내리는 충동을 참지 못하는 바바리맨에게 이런 처방을 내린다. ‘바지 지퍼 근방에 되도록 많은 단추를 달아라.’ 바지를 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바지를 열어야 할 때, 쉽게 바지가 열리지 않는 동안 욕구가 사그라들게끔 하는 것이다. 이는 생활 속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누군가랑 다투며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사소한 행동으로 다툴 기미가 보일 때 잠시 가라앉힐 시공간을 정해두는 것. 단지 의지로만 극복하려고 하기 보다, 필요한 물리적 시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확실하게 충동을 예방하는 것은 보다 안전한 정서적 거리두기 방법 중 하나 아닐까.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연결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여기서 거리두기는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 일시적인 해제다. 이를테면 며칠, 몇 시간만이라도 진정될 시간을 두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듯, 모두가 촘촘히 모여있는 상태에서 조금은 몸도 마음도 거리를 둘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