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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Jul 31. 2023

스토리를 파는 이 시대의 필독서

『스토리 설계자』, 리사 크론



글 쓰면서 작법서를 읽는다는 게 때론 도움이 되는 말도 많지만, 

서로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말이 있기도 하다.

결국 자기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흘려 듣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홀로 글을 쓰는 작업 중에 막막하고 외로운 순간들이 문득 찾아온다. 

그럴 때 이 책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고, 내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해서 써 본다.


   



무턱대고 이야기를 구성할 때 사건, 플롯 이렇게 짜고선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책 <스토리 설계자> 에서는 이 경우 '그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말한다.

기본적이지만 자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이 왜 내적변화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쓰기 시작해야한다는 것.



p. 182

플롯이란 곧 '업보 karma'다. 여기서 업보란 다친 새끼 고양이를 보살펴 주면 꿈꾸던 직장에 취직하게 된다는 식의 추상적 인과응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적 인과관계를 가리킨다. 가령 대학 학력을 속였다면 꿈꾸던 직장에 취직이 확정된 찰나에 그 거짓말이 문제가 되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과거에 대학 학력을 속인 것으로 당신이 정했다면 미래에 그게 문제가 되어 결정적 순간에 그의 뒤통수를 때릴 것을 당신은 이미 내다봤다는 이야기다. 스토리에 맞물리는 순간들을 주인공의 과거에 심어 줌으로써 밑그림을 탄탄하게 구축할 재료를 마련할 수 있다. 당신이 써낼 장면들은 과거 주인공의 삶을 좌우했고 지금도 장악하고 있는 순간들을 담게 된다.







<스토리 설계자>, 리사 크론



책 제목에 '설계자'라 표현된 만큼, 구체적인 설계도라 생각하면 된다.

글 쓰다가 뭔가 안 되고 있을 때는 안되는 이유가 있을 때가 많다. 근데 그게 왜 그런건지, 도중에 서 있는 우리는 알아채기 어렵다. 이 책이 그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퇴고 중인 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이렇다더라' 하는 부분에서 왜 글쓰기에 적용해서는 안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에 대해서 또한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초고를 쓸 때도 그렇다. 원래 초고란 형편없다며 일단 쓰라는 얘기가 많다. 맞다. 그런데 일부만 맞다. 이 책에 의하면 초고도 결국 내가 보기 위한 것이므로 형편없지만 잘 써야 하는, 그야 말로 다른 관점에서의 '초고 쓰기'에 대해 언급한다.





p. 52

소설의 밑그림에 대해서든, 소설 전체의 초고에 대해서든,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아무도 안 보기는 커녕,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보게 되어있다. 바로 당신이다. 게다가 그렇게 몇 달동안 무작정 쓰고 나서 남는 것은 제각기 따로 노는 사건 모음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저 산만하게 목적 없이 벌여놓은 사건들일 뿐이다. 다듬어봤자 나아질 것도 없다. 다듬을 내용이 없으니까.



아주 팩폭을 때린다. 

나도 읽으면서 많이 두드려 맞은 느낌이 들었달까. 

아이디어 메모랍시고 이래저래 써놓은 자투리 글들이 

실상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데 정말로 도움이 되느냐, 는 의문이다.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싶어 놓치기 아까운 메모, 

짧은 글들은 이야기의 완결성에 있어서, 

퇴고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긴 어렵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포인트 중 하나는 함께 증정되는 '장면 카드'였다. 카드의 기능과 역할이 이야기를 쓸 때 꽤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었는데, 이야기 속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이야기의 개연성과 사건의 필요성을 점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장면카드에서는 내가 썼던 장면들에 대해 해당 장면의 사건이 인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플롯과 인물의 내적반응과의 긴밀한 연결성에 대해 다시금 체크해보게끔 만든다.

너무 당연하지만 때론 놓치게 되는 부분들을 재구성하고 조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결말을 쓰는 것에까지 가면 대체 '결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결말은 결국 주인공이 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무엇을 '깨닫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일련의 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로 인한 주인공이 받는 영향을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결말이라는 것.







p. 281

우리가 결말을 보면서 감동하는 이유는, 바로 그 결말이 영화 속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인공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알고 있다. 첫 장면에서 마지막 장면까지의 여정을 거치는 동안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스토리의 말미에서 눈앞의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주인공이 무엇을 깨달았느냐가 중요하다. 당신의 소설의 지면에서 포착해야 할 것은 주인공의 내적 투쟁이 끝나는 순간이다. 잘못된 믿음이 마침내 소멸되고 주인공이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 즉 '아하!'의 순간이다. 주인공은 그 깨달음 덕분에 마침내 외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곤 한다.



명심하자. 중요한 건 주인공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내적으로 그 변화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출판사 <부키> 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쓰는 리뷰지만 

내게 정말 필요했던 타이밍에 잘 와서 너무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책을 받은지는 꽤 되었는데, 

일이 바쁘기도 했고, 

대본 작업 수정에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어서 활용을 많이 했는데 

막상 책 리뷰를 쓰려니 

이래저래 짬이 나지 않아 한달 정도 지난듯한다. 


드디야 쓰게 되면서 말하고 싶은건

현재 퇴고 전이거나 퇴고 중인,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서 자기 글을 봐야할 지

막막하고 심란한

작가님들께 왕추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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