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 리뷰
1. 9월 14일에 리뷰를 쓰려고 날짜와 파일명은 저장하고 메모까지 해두었는데, 결국 12월이 되어서야 쓰게 된 책 리뷰, 실패를 통과하는 일! 책을 보니 심지어 초판 인쇄일은 9월 19일이다. 그 이후 10월 추석 연휴가 지났고, 10월부로 난 30대 초반에 계속해 하던 일을 그만뒀고, 11월부터 현재까지 백수다... 그동안 각종 드라마와 영화, 책, 만화를 폭식하듯이 섭렵하면서도 정작 리뷰를 쓸 생각은 못 했다..
2. 솔직히 고백하자면, 소령님이 인스스에 오늘까지 리뷰를 올린 분들에 한해
‘박소령이 추천하는 올해의 콘텐츠 10선’을 보내주신다하여... 급하게 리뷰를 정리해서 올려보는 것이다.
3. 결론은 역시 돈을 버는 일 외에도 모든 일에는 마감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마감탓)
그러면 짬을 내서라도 글을 쓰게 된다. 부족한건 시간이 아니라, 마무리를 해낼 마음가짐이란 생각을 절로하며, 점심시간 카페에 와서 메모해뒀던 생각이랑, 몇 달전 책을 읽고 인덱스를 붙여놨던 부분을 다시 살펴봤다.
4. 인스타에서 늘 소령님의 인스스와 게시글을 통해 콘텐츠 리뷰를 엿보는 게 좋았다.
난 취준생 시절 퍼블리의 초기구독자였고, 이후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계속 연이어 구독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 어느샌가 소령님의 인스타 게시물 업로드가 멈춘 뒤 소령님의 소식을 혼자 속으로만 궁금해하는
자칭 '샤이소령(?)' 으로 남게 되었다.
5. 한참 뒤 퍼블리가 뉴닉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10여 년의 시간을 새삼 절감했다. 사실 뉴닉은 평일 오전 계속해 뉴스레터로 팔로업하던 참이었고, 인수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매각 소식 이후 소령님의 인스타 게시글들이 하나둘 올라왔고, 콘텐츠 리뷰와 이후 소식들을 살펴보며 언젠가 소령님이 콘텐츠로든, 사업과 관련된 내용으로든 책을 내실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6. 책 출간 전 얇은 책자 배부 때도 신청해서 읽고, 책이 출간된 이후엔 에세이 모임하는 분들께도 이 책을 왕왕 추천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은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프리랜서든 사업가든 각자 자기 생애와 타인의 생애를 넘나들며 '실패'에 대한 자기 자신만의 개념과 정의를 재정립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책에서는 후회하는 실패, 후회 없는 실패를 가르는 것은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했느냐'의 차이라고 했다. 책 내용 전반에 걸쳐서, 이 책을 읽는 내게 있어서 가장 통감한 부분이다. 하단에 관련한 최근 기사 링크도 첨부해둔 이유이기도 하다.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결정된다는 책 속 인용구에 따라, 회사 매각 과정에서 통감한 지난 10년의 이야기를 펼쳐내 보이셨다는 것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새롭게 재정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소령님이 했던 말이 내게도 와닿아 마음이 아팠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결국 회사 매각을 하게 되며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고, 레이오프와 매각으로 동료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이건 실패가 맞다고 인정하기가 어디 쉬웠을까. 지금도 소령님의 책에 공감과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한켠으로는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소령님 역시 그걸 사전에 인지하셨을 것이고, 끝내 결정하고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시길 정말 잘하셨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뼈아프게 돌아보고 다시 그때의 결정을 복기 하는 건 개인으로서도 쉽지 않지만, 그때의 기록을 공유하고 독자들과 또다른 질문과 답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고 본다.
8. 책은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 등 인용이 많다. 적절한 비유만큼이나 적절한 인용은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을 때는 콘텐츠 관련 내용들에 눈길이 많이 갔고 (사실 스타트업 회사 매각 관련 부분 내용이 어렵기도 했다) 밑줄도 그었지만, 다시 인덱스를 붙인 부분을 살펴보다가 리뷰를 쓰다보니 오히려 후반부가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느껴졌다. Scene#9. 끝을 향한 여정(part1.)부터 책이 끝나는 시점에 다다랗을 때, 다시 독자들 스스로에게 질문의 시작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생각하게 됨. 상황이 잘 굴러갈 때는 다 좋음. 핵심은 상황이 좋지 않을 때임. 예상치 못한 최악의 상황에서야 그 사람과 나 사이 관계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생각함.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워런 버핏의 말대로, 물이 빠진 상황에선 서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가 관계의 밑바닥을 보여준다고 느꼈음. (p.258)
문제가 생기면 가장 박살 날 사람은 누구인가.
마지막 두 달 동안 내가 가장 강렬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배운 교훈을 딱 하나로 요약하자면, ‘그 누구도 나만큼 절실하지 않다면, 즉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내가 가장 박살 날 사람이라면, 그 일은 내가 책임지고 반드시 장악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음. (p.300)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라는 연작소설에서 이렇게 쓴다.“아무튼 모든 격렬한 싸움은 상상력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싸움터죠. 우리는 거기서 이기고, 거기서 패배합니다. 물론 우린 누구나 유한한 존재이고, 결국은 패배하죠. 하지만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이기는 방법보다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지는 겁니다.” (p.326)
에필로그 (328p.)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인간은 어떤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므로.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중
내가 가장 강렬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얻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희생하고 포기할 수 있는가. 희생을 거부하고 싶다면 목표와 욕망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스티브잡스의 말처럼 내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시류를 거슬러 움직여라.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기존의 방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반대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틈새시장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단, 많은 사람이 당신을 만류하며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런 반대를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인구 5만 명 이하의 소도시에서는 할인 매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운영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평생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 최근 인터뷰 기사 중에서 (25.11.19 중앙일보)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3170]
“만약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이 5년, 3년, 아니 1년이라면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라고 물었다. 답은 “노”였다.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야 했다.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은 내 손으로 사업을 끝내는 거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투르 드 프랑스:언체인드 레이스’를 보며 위안을 얻었다. 극한의 고통을 마주하는 레이싱 선수들은 말했다. “고통을 더 오래 견디는 사람이 이긴다.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직업을 바꿔라.”
“무지로 시작했어도 실패를 막을 기회는 있었다. 투자자 등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손내밀어 도와달라 했다면 퍼블리의 결말은 달랐을 거다. 나를 내려놓고 약한 모습을 보여줘야 상대가 나를 돕는데, 난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중요한 결정을 터놓고 상의하지 못했다. 2023년 6월, 1년 뒤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순간에 더 넓은 조언자 그룹을 만났더라면 아마 다른 선택지가 열렸을 거다.
→ 개인적으로 공감갔던 부분. 혼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대표마저도. 혹은 대표이기에. 나를 도와줄 수 있도록 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겪어본 사람만이 뼈아프게 내놓을 수 있는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책임감 강한 K장녀 기질은 사업의 걸림돌이었다. 어릴 때부터 칭찬에 중독돼온 탓인지 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욕먹더라도 거칠게 일을 장악해 결과를 내야 한다는 걸 간과했다. 막판 2~3년에야 좋은 사람 아닌 좋은 대표가 돼야 했었다는 걸 겨우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좋은 딸도 못됐다. 엄마가 내 실패 기록을 읽고 너무 속상해하셨으니 말이다.”
→ 좋은 딸에 대한 언급까지... K장녀의 완성... 이 부분이 마음이 가장 아팠다.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되는 순간들. 사람의 결정이라는 게 결국 이성적 합리적 판단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개인의 기질과 성향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 좋은 사람이 아닌 좋은 대표가 되어야 했다는 깨달음이라니. 왜 깨달음은 언제나 뒤에 오는 것일까.
“이와 별개로 독자(소비자)를 중심에 두지 않고 나(공급자)를 우선시한 게 아닌가 반성했다. 마지막 순간, 패션플랫폼 스타일쉐어를 2021년 무신사에 매각한 윤자영 대표가 ‘내가 팔고 싶다고 파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대상이 되어야만 팔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돌이켜보면 매각만이 아니라 사업을 영위할 때도 고객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계몽하려는 잘못된 결정을 참 많이도 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기업이 돈을 버는 건 고객 요구를 변화시켜서가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킨 보상’이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