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동을 기억하기 위한 가장 낭만적인 방법

책 <일본어 명대사 필사집> 리뷰

by 구월


기분이 좋은 날에도 좋지 않은 날에도, 마음이 평온한 낮에도 혼란스런 밤에도 종종 연필을 쥐고서 필사를 하는 날이 있었다.


너무 산만하고 깊어지기만 하는 생각들을 잠시 잊고 뇌를 비우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필사는 감정의 여운이나 우연히 맞게된 감동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필사는 책이나 문장을 손으로 베껴쓰는 것으로, 누군가는 왜 굳이 뭐하러 그대로 글을 베껴쓰느냐고 되묻곤 한다. 목적이 뚜렷한 과정, 비용대비 효과가 높게 산출되고 가성비 고효율을 추구하는게 덕목인 요즘 세상에서 필사는 어찌보면 조금은 비효율적이고 꽤나 아날로그적인 행위로 남아있다.



오히려 그래서 단순히 좋아하는 책이나 문장,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들을 마음 한 켠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을 넘어 각인을 해보고자 필사를 하는 것 같기도하다. 느리게 천천히 나의 좋아함을 오래 기억하는 것. 그렇다면 이 행위는 인생의 어느 페이지의 낭만적인 순간으로써 기억되기엔 가장 효과적인 행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책 <일본어 명대사 필사집>은 저자가 꼽은 일본 드라마와 영화 속 명대사 원어와 번역을 함께 필사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완전히 책이 펼쳐지는 제본의 형태도 좋고 필사할 여백이 넉넉해 독자 개인이 꼽은 다른 명대사도 함께 몇 줄 넣기도 좋을 것 같다. 필사하기 적절한 책이면서도 보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필사책라는 목표에 충실해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보지않은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나 저자만의 시선이 좀더 곁들여졌더라면 좋았을 것 같기도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평이한 콘텐츠 소개, 정보전달 느낌이 강했다.)

하고 많은 대사 중 이 콘텐츠의 이 대사를 명대사로 꼽은 이유가 자세히 덧붙여졌다면, 좋은 필사책이면서 저자의 고유한 관점도 엿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이다.)





최근 즐겨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주말 아침 가볍게 일본어 명대사 필사 한 줄을 쓰고 나니,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이 된 것 같았다.


필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일본 문화 컨텐츠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이 책을 왕왕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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