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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 Nov 08. 2022

19년째 태교 중입니다만...

7. 사랑하면 서운해

사랑하면 서운해               


퇴근하는 길이었다.     

저 멀리 할머니와 팔짱을 끼고 걸어오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할머니와 그렇게 다니는 모습을 많이 못 봤던 터라 신기하기도 하고 참 좋아 보여서 계속 눈길이 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우리 아들과 시어머니였다.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를 대신하여 시어머니께서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셨기 때문에, 수다쟁이 아들은 방과 후 시간을 할머니와 대화하며 보냈다.     


학교에서 돌아와 할머니와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을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대학 가면 할머니랑 둘이 어디로 여행갈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미식가에 대식가였던 아들은 할머니랑 저녁 메뉴를 같이 고민하여 결정하고, 만든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먹는 동안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보통 이런 피드백에서 아들은 할머니 음식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아들도 중학교 1~2학년 사춘기를 지날 무렵 예민해지며 할머니와의 수다가 언쟁으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 어느 날은 훌쩍이며 당신 집으로 가시는 시어머니를 퇴근길에 마주친 적이 있다. 시어머니가 별일 아니라고 하며 급히 자리를 뜨셔서 그 이유를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할머니께서 가짜뉴스를 보시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셔서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다가 언쟁이 되었다는 거였다. 시어머니께서 그런 일로 손주와 소원해지지는 않겠지만, 밤새 서운한 마음으로 계실 것 같아 아들이 할머니께 가서 사과하고 오게 하였다.     


시어머니는 가끔 자신의 아들과 언쟁을 하실 때도 있으셨는데, 그때는 이런 반응까지는 아니셨다.     

이런 모습은 연인 관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 같다. 무조건 내 말이 맞다고 맞장구쳐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 편이기를 바랐던 사람이 그렇지 않을 때 서운한 마음은 더 커지는 법이다. 이는 비단 연인 관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누구보다 손주를 사랑하고 의지하셨기 때문에 제 아들이 그랬을 때보다 서운한 감정을 몇 배는 더 크게 느끼셨을 거다.     


서운함도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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