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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투오 Sep 17. 2015

2015년의 가을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

벌써 가을이 되었다.


천고마비의 계절. 날씨도 점점 쌀쌀해져서 얇은 잠바 하나씩을 걸치고 다녀야 하고, 화장품 관련 홍보들은 슬금슬금 버건디 컬러를 내세우고 있다. 2015년도의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 하면 다들 단풍이나 좋은 날씨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나는 가을 하면 은행이 떠오른다.

노란 부채꼴 모양의 잎사귀를 지닌 가을의 장관 중 하나이지만 열매만큼은 시큼한 냄새를 뿜어내는.

여름이 아직 다 끝난 것 같지도 않은데 이 몇몇의 성질 급한 은행 열매들은 벌써부터 길거리 곳곳에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잘 익어서 떨어질 때가 되어 떨어진 것일 뿐인데, 길거리에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밟히고,

부서진 것은 자신인데 오히려 밟은 사람이 욕을 하는.


올 해에는 그런 은행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처지가 아닌가 싶었다.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아직 스스로 설 곳을 찾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집안에서는 집안대로 바깥에서는 바깥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쌍한 인생.


누가 나 좀 주워가서 잘 구워서 맛있다고, 줍기를 잘 했다고 말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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