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의 생활
브런치를 찾는 것도 오랜만이다.
오늘은 나름대로 기쁜 소식이자 삶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는 소식을 기록하기 위해 찾았다.
일년 동안의 긴 방황 끝에 당분간이나마 정착할 곳을 찾았다.
이 기회가 얼마나 연장이 될지는 오로지 나의 몫인 새로운 도전.
그 도전과 맞물려 정든 부모님의 곁을 떠나 타지로 간다.
국내이기는 하지만 연고지가 하나도 없는 곳으로...
이전에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었고, 부모님의 일 때문에 수개월 집을 혼자 지켰던 적도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국내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기만 한다면 주말에 언제든지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상황들과 현재의 도전이 가장 다른 점은 돌아올 곳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언제나 '집'의 정의가 부모님이 계신 이곳이었다.
교환학생을 갔어도, 집에 혼자 있어도, 이사를 가도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나와 함께 세월의 흔적을 세기며 나이 든 물건들이 나를 반기는 곳은 현재의 집이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내려가는 곳에서 일이 잘 풀리면 나는 어쩌면 다시는 이곳을 '집'이라 부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이곳은 내가 고된 하루의 지친 몸을 이끌고 휴식을 취하는 정의의 집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되게 기분이 이상하다.
이전부터 독립을 희망하며 언젠가 혼자 살 꿈을 꾸기는 했었다.
부모님의 관심이 간섭으로 느껴질 때.
나만의 취미를 꽃피우고 싶을 때.
하지만 상상 속의 자취방은 내 방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었지 전혀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물건들에 둘러싸인 곳은 아니었다.
교환학생을 갈 때도 이렇게 긴장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일을 할 수 있기만 하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 찾아온 기분이다.
정든 내 방. 산지 일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틋한 책상. 중학교 때부터 나와 함께한 침대와 책장.
무엇보다도 방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부모님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이 벌써부터 너무 그립다.
수개월 후에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으며 괜한 설레발이었다며 부끄러워 할지, 아니면 타지에서의 생활2를 쓰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두렵고, 슬프고, 눈물이 난다.
안녕.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