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659화 “재생을 부르는 사람들”의 라비를 통해
작년 12월, KBS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 시즌 4가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익숙하지만 출연진 중 가장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라비(RAVI)’는 무척 낯선 이름임이 분명했다. 프로필을 검색하면 아이돌 그룹 ‘빅스(VIXX)에서 메인 래퍼와 댄서 포지션이며 유명한 힙합 뮤지션들처럼 그루블린(GROOVL1N)의 대표 자리를 맡고 있다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라비라는 이름도 생소한데, 그가 속해 있는 그룹과 소속사는 그를 아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물일곱의 청년 라비를 한 번쯤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MBC 라디오스타, “재생을 부르는 사람들” 특집 편에 출연해 했던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그 이유를 찾았다.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왔던 적지 않은 시간, 겹겹이 그가 증명해 낸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함께 되돌아보자.
질 보다 양?
이 시대 아이돌은 단순히 기획사에서 만든 노래를 인형처럼 부르는 존재가 아니다. 춤, 노래, 랩을 익혀 멋지게 무대를 만들어야 하고, 연기를 하기도 하며 뮤지컬을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에는 곡을 만들 수 있는 능력치를 가진 멤버들이 한 명씩 속해 있는 것도 이 분위기의 연장 선상일 것이다. 라비는 팀에서 메인 래퍼기 때문에 빅스의 노래 대부분을 랩 메이킹하며 작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활동 일 년 만에 자작곡을 미니앨범에 실었다. 그 이후로 유닛과 솔로 앨범을 통해 오로지 자신이 만든 곡으로 9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블락비의 멤버였던 지코나 하이라이트의 멤버였던 용준형을 떠올리면 함께 생각나는 대표곡들이 있다. 그러나 라비를 떠올리면 소위 히트한 대표곡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햇수로 9년간의 시간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라비가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곡의 수는 150곡이 다다른다. 1위 GD에 이어 아이돌 그룹 멤버 중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순위이다. 물론 저작권협회에 등록을 한 곡의 수이기 때문에 곡의 인기나 수익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4일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라비는 아이돌 중 저작권 등록 곡 수 1위를 노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가 보면 양으로 승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라비라는 가수가 200곡째에 히트하는 가수일 수도 있고, 300곡째에 히트할 수도 있는데, 안 가보면 모르잖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하면서 즐겁기 때문에…”
각자의 히트곡, 각자의 락스타
약간의 재능과 외모를 가지고 쉽게 돈을 번다고 폄하받을 수도 있는 아이돌 가수의 삶과 우리의 삶은 전혀 접점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그렇지도 않다. 꼭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삶을 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각자 히트곡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다. 그것이 사업상의 성과일 수도, 승진일 수도, 학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안 가보면 모른다는 것에 있다. 자신의 매일을 그저 그런 하루로 만들어버리면 ‘히트할’ 어느 날을 절대 만나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비는 히트하지 않은 그 곡들도 자신에게는 소중한 노래라고 말한다. 그 노래를 만들기 위해 견뎌온 시간과 열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인기곡의 척도라 부르는 ‘멜론 TOP 100’ 안에 오랫동안 머무른 곡은 없지만 지금까지 만들어 온 150여 곡의 노래 자체가 라비의 역사이며 시간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에 발매한 라비의 “락스타(ROCKSTAR)”라는 곡의 가사도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말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너가 말하는 성공, 너가 말하는 goal
너가 보여준 본보기를 닮을 순 없어
내가 너한테 보여주는 나란 놈의 soul
잘났단 그 누구와도 바꿀 순 없어
…
왜 내 맘대로 하면 안 돼
돼 모두 락스타가 돼도 돼
-<ROCKSTAR> 중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과 내가 말하는 성공이 같지 않지만 나는 내 길을 갈 것이며 모든 사람이 각자의 히트곡을 만들며 락스타가 되어도 된다고 그의 가사는 우리를 다독인다. 대중이 말하는 인기곡의 척도에 들지 못했지만 아이돌 저작권 등록 수 1위를 바라는 그의 욕심이 묵묵하게 하루를 살아가며 바라는 우리의 욕심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라비는 팬들 사이에서도 잠을 줄이며 작업을 하는 멤버로 유명하다. 안 가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결국 히트곡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쯤이면 하나의 예능 콘텐츠를 통해 접하게 되었지만 한 번쯤 빅스의 라비를 주목해 봐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200곡째에 히트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며 시간으로 자신을 증명해내는 그의 내일을,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견뎌냈을 당신의 하루와 함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