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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un 03. 2024

자기 자리라 주장하는 고양이

글쓰기에 대한 사소한 변명


 요즘 들어 글쓰기가 늦어지는 이유를 말하자면, 힝구와 자리 쟁탈전 때문이라 하겠다. 화장대를 책상처럼 이용한 지 며칠째, 좀 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작업공간을 바꾼 것인데, 언젠가부터 힝구도 화장대 앞, 의자 위에 앉아, 여기가 자기 자리라고 주장 중이다. 비켜달라고 양해를 구해도 힝구는 좀처럼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 양보라니. 엄연히 여기는 내 자리인데. 그런데도 한참을 자기 자리라 주장하고 있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의자 한켠, 남은 공간에 일단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다 눈치를 살피며 엉덩이로 힝구를 슬쩍슬쩍 밀며, 점점 내 영역을 넓혀갔다.


 이렇게 하면 불편해서 내려가겠지 싶었는데, 힝구는 집사랑 딱 붙어 있는 지금이 나쁘지 않은가 보다. 나는 온전히 의자에 앉기를 포기하고 불편한 자세로 노트북을 켰다. 사실 퇴근 후 잠깐의 휴식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있다가, 힝구의 성화에 못 이겨 화장대 앞으로 피신해 온 것인데, 이제는 화장대까지 따라와 계속 성화다.


잠시 혼자 있고 싶다.


 아! 힝구야..그냥 그렇다고. 한참 전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던 힝구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마음을 읽히기라도 한 듯, 급히 힝구에게 해명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화장대에 앉고 꽤 시간이 지나있었다.


'오늘도 녹록지 않은 글쓰기가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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