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Jul 04. 2024

영화 '탈주' 리뷰보다 '구교환'

 

 아주 오래전, 영화 미술팀 막내로 영화 현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촬영을 마친 후 관련 스태프로 vip 시사회에 초대되었는데, vip 시사회라고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니고, 영화 관계자는 물론 초대받은 지인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촬영 내내 함께 한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도 무덤덤하기만 했고, 나는 그저 조용히 나의 노고를 감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 간 시사회에 대해서도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태도는 배우들의 등장과 함께 180도로 바뀌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이전부터 구교환 배우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만의 확고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눈길이 갔었는데 오늘 그 배우가 무대인사를 온다는 것이다. 능숙하면서도 친절한 이제훈 배우의 멘트에 역시 호감 가는 배우는 무대인사도 친절하구나 싶었다.


 이어서 구교환 배우가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묘하게 설레기 시작했다. 구교환과 멀어지기, 또 가까워지기라는 인스타 밈이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한껏 뽐내는 사진을 보다 보면 자꾸만 멀어지다가 가끔 잘 꾸며진 모습 하나에 심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는 사진이다. 이 때문에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오늘 잘생김을 연기했다. 그래서 더욱 설레였다.


 사실 D열 맨 끝자리에 앉아 살짝 아쉬웠는데, 배우들이 모두 내 바로 옆 계단으로 다가와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나는 살짝 기대했다. 그런데 왜 자꾸 나는 긴장을 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가까이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그래 뭐, 배우도 실제로 보고 영화도 무료로 봤으니 그걸로 됐지.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그때 내 곁으로 구교환 배우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떨리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건넸다.

'진짜 팬이에요'


 내 말에 무심하게 건넨 그의 손을 잡으며 악수했고, 나는 다음 날도 거뜬히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영화 속 배우는 더 멋있었고, 관람 전 실제 모습을 만나서인지,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배우의 표정이 이렇게나 다채로웠구나.


 아마 앞으로 나는 이 배우의 팬이 될 듯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라테스를 하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