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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Oct 11. 2024

고양이에게 모래란?

귓가를 스치던 모래 긁는 소리


 어제 새벽잠과 근육량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들었다. 근육량이 줄면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깨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이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그 이유는 요즘 계속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요즘 자꾸 새벽마다 깨는 건지. 얼마 전 이직을 한 내가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는 걸까? 새벽마다 깨는 이유를 찾으려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힐링을 위해 오랜만에 찾은 네일샵에서 사장님과 대화가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오늘 새벽에도 현실과 꿈 그 어딘가에서 헤매다가 또다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어떤 소리가 아닌 소음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균일하게 지속되는 그 소리가 내 잠을 깨우고 만 것이다. 음? 이 소리는 아...힝구가 화장실을 갔구나.


 그런데 이 정도 했으면 마무리하고 나와야 할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힝구의 힘차게 모래를 차는 발길질이 멈추지 않는다. 새벽녘 고요함 속에 규칙적으로 들리는 그 소리가 어느 순간 내 신경을 거스르기 시작했다.


김힝구! 볼일을 보러 간 게 아니라. 놀러 간 거구나.


 힝구가 혼자 깨어있는 새벽 시간, 심심함에 찾아낸 놀이였다.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3시. '나는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고.' 화장실 불을 켜니 내 사정은 생각지 않는 힝구가 부산스럽게 자신의 화장실 모래를 열심히 파고 또 파고 있었다. 힝구를 안아 침대로 데려와 잠을 다시 청하려는데, 어느새 침대를 빠져나갔는지, 다시 모래 파는 소리가 들려온다. '촥촥촥' 참, 야무지다.


 참다못한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힝구를 부르며 화장실로 향했다. 내 격양된 목소리에 혼날거라 생각했는지 힝구를 내려다본 순간 눈을 꼭 감고는 갑자기 쉬야 하는 자세를 하고 얼음이 되었다.


 너무 진지한 태도와 표정 때문에 내가 오해했나 싶었는데, 한참 동안 힝구에게는 어떤 소식도 없었고 우리는 그 자세 그대로 마주하고 있을 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힝구녀석이 조용히 실눈을 떠 나를 살핀다. 나와 눈이 마주친 힝구는 여전히 쉬야 자세를 풀지 못한 채다.


 이 어색한 시간을 그만 끝내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힝구를 안아 들었다. 하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힝구는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낀 것인지. 몇 번을 더 반복했고 내가 기절한 뒤에야 상황은 끝이날 수 있었다.





 나를 깨우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며 나는 깨달았다. 아.. 내 불면의 이유는 근육량의 저하가 아니었구나. 새벽마다 노는 게 너무나 즐거워 집사의 잠까지 깨우고 마는 힝구의 놀이 소리가 원인이었을 뿐. 때론 내 손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때론 내 몸 위로 뛰어내리기도 하며, 우당탕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물건을 떨어뜨리고 놀라 잠에서 깬 나를 뿌듯하게 바라보던 힝구를 떠올리니 다행스러우면서도 쉽게 끝나지 않을 이 불면의 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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