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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ul 01. 2024

영화 속 고양이보다 힝구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영화의 첫 장면, 주인공의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괴물이 등장하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그 고양이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어 마음에 걸렸고, 인파에 떠밀리며 길을 잃고만 고양이가 혹시나 괴물 때문에 다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이 기특한 녀석은 그 혼란한 곳에서도 주인공을 찾아냈고 그녀의 품에 다시 안겼다. 사실 길을 잃은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주인공인 듯했지만. 게다가 이 녀석은 이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할 누군가까지 데려왔다.


 스릴러, 공포라는 장르 속에 가족을 담아내며, 휴먼 로맨스를 놓지 않았던 전작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에도 인류애가 담겼다. 이 인류애 속에는 고양이, 프로도의 역할이 크다. 괴물의 급습을 피해 물속으로 몸을 피했던 에릭(그 누군가)이 깊은숨을 몰아쉬며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순간, 잠시 사미라(주인공)와 헤어져 홀로 걷던 프로도(고양이)와 눈이 마주친다. 프로도와 눈을 맞추며 불안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걸까.

 아마 이 공포스러운 순간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겠지. 이끌리듯 프로도를 쫓던 에릭이 사미라와 마주쳤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하기 시작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딱히 영화 리뷰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고양이였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집에 혼자 있을 고양이, 힝구가 보고 싶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힝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힝구는 집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나는 힝구가 걱정되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나를 반기는 힝구를 보자, 상상에 너무 몰입한 내가 머쓱했다. 그리고 영화 내내 자신의 고양이를 품 안에 꽉 안으며 뽀뽀를 아끼지 않던 주인공처럼 나도 힝구를 안아 들고 뽀뽀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집사는 분리불안을 앓고 있다. 힝구와 떨어지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는 그 무서운 병에 걸린 것이다.


  잠들기 전 그날 본 영화를 떠올려 본다. 아! 주인공은 시를 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나도 지금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분리불안을 앓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N성향을 가진 집사의 상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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