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나의 그립톡, 안녕.
익숙함과 습관은 무서워.
날로 거세지는 육아 강도로 인해 몸 이곳저곳이 쑤셔왔다. 육퇴와 식사까지 마치고, 손목 마사지기와 찜질기는 나와 일체가 되어 침대에 누웠다.
'아차, 나 오늘 글 안 썼지..'
누워서라도 써보려 휴대폰 메모 어플을 켰다. 그런데 원인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분명 손을 씻고 왔는데, 손에 찐득한 것이 느껴졌다. 끈적이는 것의 출처를 찾아보았다. 그립톡이었다. 폭염 속 도로 위 계란프라이처럼 한쪽 부분이 녹아있었다. 휴대폰과 맞닿아있던 부분들은 금이 가 있었다.
익숙해져 있던 그립톡을 보낼 때가 되었다. 꽤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여러 번 빠지기도 했고, 상처가 많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내손에 맞는 좋은 그립톡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금이 간 그립톡을 떼어냈다.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강하게도 붙어있었다. 정성을 들여 떼어내고 스티커자국을 닦아냈다.
당장 여분의 그립톡이 없어서 그립톡이 없는 채로 휴대폰을 쓰고 있다. 지금의 나를 보며, 익숙함과 습관이 얼마나 불편하고 어색한 일인지 오롯이 느낀다. 자칫하면 휴대폰을 놓칠 것 같아서 손목과 손가락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오늘 나는 익숙함과 습관 하나를 보내지만, 내일부터는 또 새로운 익숙함과 습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든 나의 그립톡,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