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서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검사가 하나 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임당검사. 나 또한 두려움에 빠진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임당검사. 정식명칭은 임신성 당뇨검사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전체 임산부의 약 3% 정도에서 발병하며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체감상으로는 이미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산모 및 태아에게 주산기 사망률의 증가 등 치명적인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어서 <고위험 임신>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들의 정확도나 신뢰도가 100%는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성 당뇨일 경우, 엄마는 임신 중독증, 양수 과다증, 기형아, 거대아, 난산, 제왕절개 수술의 빈도가 증가하고, 아기는 저혈당, 저칼슘증, 고빌리루빈혈증일 경우가 생긴다. 나열된 내용만 보더라도 두려움이 왈칵 생긴다.
결혼 후 3개월 만에 임신한 첫째와 함께 첫 임당검사를 맞이했다. 산전검사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임당검사의 시기가 다가오자 많은 이들이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불안함이 솟구쳤다. 스트레스가 더해졌다. 한동안 과일이나 달달한 것을 일절 먹지 않았다. 검사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첫 검사에는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금식까지 하고 갔다. 산부인과에는 사람이 많았고, 대기가 길었다. 그만큼 허기져갔고, 점점 힘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시약을 먹고 한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치러낸 첫 임당검사에서 첫째와 나는 재검사 통보를 받았다.
첫째 아이 임당검사 재검사 안내
8시간 이상의 금식, 재검사 소요시간은 3시간이었다. 매시간 채혈했고, 네 번의 주사기가 내 팔을 찔러댔다. 스트레스는 더욱이 깊어졌다. 결국 임신성 당뇨 확정 통보를 받았다.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아이에게 위험한 엄마가 된 것 같아 힘들었다. 괴로운 마음이 아이에게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한 상태를 파악하고 아이와 함께 건강하게 만나기를 바랐다. 나의 바람대로 아이는 자연분만에 적정 체중, 모두 정상으로 세상에 나와 튼튼한 대한의 남아로 잘 자라고 있다.
첫째 아이와 건강하게 만났지만, 나에게 있어 임당검사는 너무 무거운 의미가 되었다. 둘째를 임신하고 다시금 임당검사를 마주해야 할 때가 왔다. 둘째는 첫째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째는 임당이 아니더라도 둘째는 임당인 경우가 많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임신 전만큼 마음껏 먹지는 못해도 과일이나 달달한 것을 조금은 먹기로 했다.
검사 전날,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다. 첫째 육아의 여파인지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검사 당일 아침에는 배고픔도 적절히 달랬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금 탄산 빠진 환타맛인 시약을 머금었다. 입덧이 끝나지 않은 탓일까.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역질이 나왔다. 참아야 했다. 구토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어떻게든 버텼다. 그 사이에 초음파로 둘째의 모습도 눈에 담았다. 엄마, 아빠를 만나는 것이 좋았는지 열심히도 움직이는 아이를 보며, 임당검사 중이라는 것을 잊었다. 가슴이 벅찼다.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현실로 복귀.
“아차, 조금 있으면 나 피 뽑아야 하는구나ㅠ”
함께 갔던 남편이 황당해했다. 채혈을 하고, 주말이 지나갔다. 문자가 울렸다.
“임신성 당뇨검사 결과…….”
갑작스레 멀쩡하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둘째 아이 임당검사 정상 문자 안내
“임신성 당뇨검사 결과 108로 정상입니다.(정상 140 이하) 빈혈수치는 11.5로 낮으니 철분제 잘 챙겨드세요.(정상 12~16)”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몇 번이고 확인했다. 남편에게 보냈더니, 남편이 더 놀랐다. 둘째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다며, 결과 나오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임당검사 통과 파티를 했다.
참 신기하다.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일까.
두 번의 임신과 임신성 당뇨검사를 경험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레 겁먹고 두려워하지 말자.’
처음 경험했던 임신은 나를 지레 겁먹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어렵고 두려웠다. 많은 이들이 한 마디씩 보탠 이야기는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전날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첫째와의 임신성 당뇨가 왠지 나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늘 미안했고, 걱정됐다. 다행히 이후 꾸준히 정상수치를 기록했고, 물론 건강하게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
이미 엄마로서의 경험을 하고 있던 중의 둘째 임신은 두려움을 한결 덜어주었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지극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정상으로 통과했다. 임신 중인만큼 계속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놀라웠다. 세상 일이란 그런 것인가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레 겁먹고 두려워한다면 내 마음만 지치고 힘들 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어려워 보이는 많은 것들이 한층 단순해질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앞날에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평안한 하루가 쌓여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