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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Jun 24. 2024

대충 보아선 알 수 없다

선입견에 빠지면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친정 부모님의 가족 퇴임식 때 선물을 드렸다. 두 분이서 좋은 곳에 자주 다니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한 커플티 선물이었다.

가족퇴임식 다음날, 친정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너거 사준 옷 크더라. 나는 95고 너거 아부지는 100인데, 사 온 거는 100이랑 105라서 크더라."


매장직원과 치수 상의를 여러 번 한 뒤에 샀지만, 부모님 치수도 제대로 모른 못난 딸인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바꾸면 되니 바꿔드리겠노라 말씀드렸다.

또다시 다음날, 갑자기 친정어머니께서 집에 오셨다.
아이들과 함께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옷을 빨리 갖다 줘야 할 것 같아서 가져오셨다고 했다. 곧바로 수긍했다.

다시금 말씀하셨다. 치수가 크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았다.
"입어는 보셨지요?"


친정어머니는 답하셨다.
"안 입어봤는데?"


또다시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혹시 모르니 한번 대보기라도 하시라 권유드렸다. 한번 대어보신 어머니는 "맞겠는데?"라고 했다.
그러더니 입고 계신 옷을 벗고, 드디어 입어보셨다.
"이야~ 딱~ 맞다야~ 작게 나왔는갑다~ 95 했으면 작았겠네~ 이야~ 예쁘다~!"

옷을 입고 해맑게 웃으며 귀가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대충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일인데. 이왕 받은 거 입어라도 보시지.'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다고 하나보다.

이미 자신이 정해놓은 고정관념에 빠지면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답이 내려진 문제를 더 이상 보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정답이 명확지 않은 일이 많다. 답이 여러 개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널리 퍼진 소문으로 한껏 오해를 하다가 실제로 경험하면서 오해를 푸는 경우도 많다. 그런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들여다보지 않음으로써 누군가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금이나마, 잠깐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보려 한다.

대충 보아서 놓치는 것들이 생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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