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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Nov 06. 2021

왜 그렇게 밑미에 가고 싶었어요?

간절하게 바라던 회사는 처음이라서

밑미의 인터뷰 결과를 기다리던 즈음 문득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집채만 한 검은 파도가 몰려와 나를 쓸어가 버리는 느낌을 받았었다. 처음 연애하며 한창 좋을 때 ‘이 사람과 헤어진다면?’하는 상상을 했을 때의 느낌. 생애 첫 이별과 비교될 정도로 밑미에서 일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밑미에서 함께 한다면 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은 풍선처럼 내 마음을 방방 떠오르게 했는데, 날아가 버릴까 너무 겁이 나서 이불속에 꽁꽁 숨겨두었다.


대학, 학과, 회사, 직무 등 학업이나 커리어와 관련한 인생의 굵직한 나의 선택들은 지금껏 마음속 1순위에 미치치 못한 차선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밑미처럼 이게 아니면 안 된다라며 간절히 원했던 게 있었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밑미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감과 설렘이 몰려왔다.


항상 내가 가지고 싶은 것보다 조금씩 모자란 것들에 만족했었는데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 그렇게 인생 처음, 간절하게 원하는 무언가를 손에 넣은 기분. 



왜 밑미에 조인하고 싶었을까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굴레를 벗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정한 순간부터 내 안에 꿈틀대던 도전 본능을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합리적이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업무 툴도 익히고, 10분/15분 단위의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도 경험하며 현실 세계에는 없을 줄만 알았던 이상적인 조직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역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고 희망이 퐁퐁 샘솟았다. 이 도전이 늦어져 아쉽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이렇게 도전하고 성장하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직하고 빠르게 적응할 줄 알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10년 넘게 정체되어 있던 나의 현실과 내가 그리던 이상의 갭은 생각보다 크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의 한계를 발견하고 몸살을 하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이 즈음 스스로에게 리추얼을 처방하며 밑미를 만났다. 리추얼을 통해 책을 읽고 말랑해진 감성으로 일기를 쓰며 감정의 그릇을 비워냈고, 한 달간 쓴 일기장을 보며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소설책으로 시작해 음악, 컬러링, 모닝페이지, 운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몸살의 시간을 잘 이겨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가장 기대했지만 좀처럼 갖기 어려운 게 있었으니 바로 주체성과 주도성이었다. 가까이에 이 회사가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성실하고 진실되게 일하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왜 이들처럼 안될까?’ 자주 의아했다.

내가 원래부터 엄청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서? 내가 실제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이런 가설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라났다.


리추얼을 통해 오래도록 깊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용기를 찾아냈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원하는 일에 도전하겠다며 갭이어를 결심했다. 그리고 갭이어 이후 목표로 내가 빠져있는 밑미라는 브랜드를 설정해두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브랜드이기에 가고 싶은 것만은 아니었다. 10년 넘게 쌓인 ‘일하는 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는 안정성보다 성장성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또한 남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꼴리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원하고 나에게 맞는 주도성의 정도를 표현해본다면 창업과 회사원 사이 어딘가였다. 창업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창업을 할 만큼 구체적으로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자신이 있는 건 없었지만,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적당히 시키는 것만 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이 나에게 딱 맞지 않을까?


나와 가치관이 맞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내가 창업한 회사라 여기며 빠져들어 일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었고 밑미가 딱 그런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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