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Bori Nov 07. 2021

베이비 스타트업에서의 6개월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1:1로 진행된 1차 인터뷰에서 코파운더 모두가 빠짐없이 물어온 질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류의 질문이었고 생각을 정리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약간 당황해서는,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고 점점 작아지는 소리로 대답해놓고 영 마뜩잖았다. 첫 번째 인터뷰를 마치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봤다. 그리고 이 대답은 이어지는 세 번의 인터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다듬어졌다. 

“오늘을 미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질문으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도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기에 나는 더 간절하게 이 조직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온라인이 아닌 실제 얼굴을 보고 진행하기로 한 2차 인터뷰. 편한 마음으로 수다를 떨자며 인사하는 그들은 어느 정도 나와 함께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그래서인지 인터뷰라기보다는 온보딩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서울숲 근처에 오픈할 공간 밑미홈에 대한 이야기, 나와 함께 조인할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 앞서 진행한 투자자와의 미팅 이야기 등등

김칫국일까 걱정했던 나는 “우쥬 조인 밑미?”라는 서프라이즈 세리머니 이후 그제야 내가 밑미팀이 되었구나 조금씩 조금씩 실감했다. 


미팅을 마치고 콩닥거리는 마음과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가라 앉히려 찬바람을 쏘이며 밑미홈까지 걸어갔다. 겨우내 공사를 마치고 날이 따뜻해 오픈할 이 공간이 나의 인생 2막의 시작될 곳이구나. 

남산 너머로 빨갛게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앞으로 만만치 않은 난관들을 맞닥뜨리게 될 거라며, 그때마다 지금 이 순간의 기대와 설렘을 떠올리자 다짐했다. 


3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는 의욕에 활활 불타오르는 봄을 거쳐,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던 지친 여름을 보냈다.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위험했던 바짝 타버린 듯한 여름을 지내고서, 내 세상의 투명한 유리막을  벗겨낸 가을을 맞았다. 


연말을 앞두고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카드를 준비하면서, 문득 나의 일기장과 메모장에 흩어져 있는 밑미에서의 업무 기록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미홈 오픈과 오픈하우스, 커리어 프로그램 기획, 리추얼 오퍼레이션, 1주년 밑미맨션 이벤트, 세바시 오퍼레이션, 신규 리추얼 프로그램 오픈, 긍정카드, 아로마티카 콜라보 등등 이제 막 돌이 지난 구성원이 10명이 채 되지 않는 베이비 스타트업 밑미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해온 소중한 경험과 느낌, 그리고 깨달음이 아직 따끈하게 남아있을 때 나의 6개월을 남겨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그렇게 밑미에 가고 싶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