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천지가 초록으로 둘러싸인 플리트비체는 순수 자연의 낙원이었다. 무엇도 더하지 않은 투명한 물줄기, 아무 오염도 없을 것 같은 정갈함, 초록의 파노라마와 그 신선함이 가득한 숲 속 공원, 낙원 안으로 이끌어주는 고불고불 정겨운 산책로, 산책로 주변으로 가득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폭포를 향해 걷노라면 앞에 펼쳐진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가고 싶어 진다. 내가 걸어가는지, 산책로와 호수가 나를 데리고 가는지 분간이 안 간다.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내가 플리트비체가 되고 플리트비체가 내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온다.
담백하고 정갈한 호흡을 맘껏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잠시 깊은 원시 세계로 들어갔다.폐부 깊숙이 새로워진다. 아쉬움은 늘 여행의작은 선물, 다음을 기약하며 이별을 맞는다.
9개국 중, 6번째 나라 크로아티아, 16개 도시 중 10번째 도시, 크로아티아 남쪽 작은 해안 도시 스플릿으로 향했다. 플리트비체에서 스플릿까지는 약 240km, 2시간 반정도 걸렸다.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달리는 해안 도로에서 짙고 푸른 물결을 한참 구경할 수 있었다. 지중해의 투명하고 파란빛과 달리 아드리아 해의 물빛은 아주 짙고 청록색이었다.
스플릿 Split, 크로아티아 남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작고 이쁜 도시, 스플릿-달마티아주의 주도이며,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 한다. 도착한 날, 크고 화려한 크루즈선들이 해변에 그림처럼 늘어서 있었다. 아드리아해 주변 크루즈들이 거쳐가는 코스인가 보다.
아기자기한 듯한 느낌도 있고 웅장한 궁전과 화려한 성당, 화강암 돌바닥의 광장 앞에는 다양한 여행객들, 개성 있는 카페들, 흥이 넘치는 사람들, 거리 곳곳에 들어선 식당들과 야외 테이블들, 빈틈없이 관광지의 모습을 가득 담고 있었다. 적당한 번잡함과 유쾌함과 경쾌함이 섞여서 기분 좋게 하는 곳.
로마 제국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305년경 자신의 은퇴지로 미리 정하고 궁전 건립이 시작되면서 현대의 스플릿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원전에는 그리스계의 한 도시국가의 식민지, 아스팔라토스였으며 이 발음의 라틴어식 표현인 스플라툼에서 스플릿이 되었다고,
황제가 사랑해서 잘 가꾼 애정의 역사를 담고 있어서일까, 도시가 작지만 참 사랑스러웠다. 몇 채 안 되는 유적 건물들의 느낌에 다정함이 배어있다. 아담하고 정겨움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묘한 매력의 도시,
성당 앞 페리스틸 광장에는 세계 곳곳의 여행객들이 저마다의 차림으로 저마다의 즐거운 여흥을 풀고 있었다. 가톨릭을 박해하던 로마황제의 무덤 자리에 들어선 성당은 세계적으로 오래된 역사적 기념비가 되었고, 궁전 앞마당은 광장이 되어 세계인들을 불러 모은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광장에 일단 들어서서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광장 옆 사이사이 난 골목들을 돌아보고 그러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고 또 다른 골목길로 빠져 구경하다 나오면 다시 광장 앞으로 걸어 나오게 된다.
몇 번을 걸어 다녔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렇게 계속 빙빙 돌아다니며 머물고 싶은 곳이다. 별로 딱히 한 일도 없었는데 광장에서 사람들 구경 만으로 즐거웠다. 카페에서는 지나가는 우리를 구경하고 우리는 카페의 그들을 서로 구경하며,,, 밤이 한참 지나도 발길들이 줄지 않았다.
스플릿에서는 모두 새벽에나 잠드나 보다. 아무도 도무지 잘 생각들이 없는 거다. 밤이 한참 지났는데 우리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일 여정도 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