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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될대로 될 인생 Sep 01. 2020

4일만에 몰락한 한 남자

여행의미치다 조준기 대표의 불법 영상 업로드 - 자살시도까지

2014년.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를 졸업한 조준기씨는 친구들의 무역쪽 취업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여행을 직업으로 선택한다. 그리하여 '여행의미치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컨택하며 대중들에게 여행 정보를 알리기 시작한다.


2014년 조준기씨의 블로그 내에서


나 또한 이 로고를 잊지 못한다. '여행에 미치다' 라는 이름 자체도 직관적이라 기억하기 쉬웠으며, 여행이라곤 국내 여행밖에 잘 몰랐던 내또래 친구들에겐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와 이런 나라가 있다고? ' 이렇게 예쁜 곳이 있어?" 학교와 알바를 연연하던 나에겐 한 권의 동화책과 같았다. 그만큼 새로운 여행지를 내 마음에 위시리스트로 꽂아준 페이지가 바로 '여행에 미치다'이다.



2014년 여행의미치다 페이스북 게시물


딱딱하고 두꺼운 여행책 대신, 내 손 안에 있는 핸드폰에서 여행 정보와 멋진 사진들을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여행의 미치다를 기업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모바일 사용량 급증과 인스타그램의 등장에 여행업계에서 자리를 넓혀간 여행에 미치다. 여미는 사람들을 여행 가고 싶게 했으며, 여행 가게 했으며, 여행의 재미를 알게 해줬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여행의 미치다는 우리 나라 관광업에 큰 획을 그은 중요한 핵심이라 생각했다.



#8월 29일

토요일.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여행에 미치다 대표에게 인생 최고 위기가 찾아왔다. 7년 넘게 쌓아온 그의 공은 3분 만에 파사삭 불타버렸다. 바로 120만이 넘는 여행의 미치다 인스타 계정에 불법 음란물을 잘못 게시한 것. 믿을 수 없는 실수, 3분만에 삭제된 게시물은 이미 많은 목격자와 캡쳐본으로 실시간 검색 1위에 수많은 댓글을 낳았다. 또 그의 번복된 사과와 자신이 게시했다는 댓글, 추후 담당자가 올렸다는 일관되지 못한 주장으로 많은 사람들은 언팔을 시작했으며 그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은 무섭고도 놀랍다.


#8월 30일

수정된 2차 사과문이 올라왔고,  "직접 촬영한 형태가 아니라, 트위터에서 다운로드했다"며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벌을 받겠다. 대표직도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서울 강남경찰서 '여행에 미치다'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으나 수많은 팔로워를 지니고 있던 여행의 미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조준기씨 개인 계정에는 몇천 개의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행 정보로 좋아요를 누르던 팔로워들은 반대로 돌아서 조준기씨의 안티가 되고, 그를 모르던 네티즌들도 기사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9월 1일

얼마나 많은 댓글과 DM, 연락을 받았을까.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가 자살 시도를 했다.

 '제발 죽지만은 말았으면' 생각했다. 투명하게 수사를 받고, 죗값을 치르고,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는 끝까지 이기적일거니 차라리 자신을 원망하라며 "크루들이 시작해 나갈 때 많은 도움과 응원 부탁한다. 잘못은 내가 혼자 한건데 나머지까지 욕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가족과 회사 직원을 남기고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순천대학병원에 이송됐다.


sns로 기업 대표가 된 사람, 마지막도 sns에서 끝이 나다니. 알지도, 만나보지도 못했던 그의 자살소식에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의 감정을 더 돋구는 건 자살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입금했습니다. 안죽으면 환불 되나요?' '고 박원순시장 생각나네' '믿거조 ㅋㅋㅋㅋ' 등..

이때다 싶었을까. 모두가 힘든 코로나 사태에 논란거리 생겨서 즐거운 걸까.

진심으로 이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걸까. 무슨 권리로 그 사람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걸까. 

그들의 잣대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준기씨는 지금 회복중이라고 한다.

일로 그를 만난 사람들에게 조준기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듣곤 했다. 여행 업계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 여행의 미치다는 여러 회사의 제안에도 자신만의 여행 컨텐츠 색을 지키기 위해 회사 지키기에 전념 했다고. 자살 글에 올라온 ㅡㅡ 은 그의 인스타를 봐왔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표정이 아닌 글 줄임말로 사용했고, 그가 남겼던 계좌는 회사 대표 계좌로 회사 직원들이 다시 시작할 때 도움 되라고 남긴 숫자가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누군가 나에게 그를 옹호하냐며 묻는다면, 맞다. 그렇다.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낙인되어 몰아가는 세상. 그는 누구를 성폭행하지도, 살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불법 영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N번방 범죄자들과 묶일 증거도 없다. 조준기씨는 불법 영상 대한 죄만 치루면 그만인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죽음이 전시되는 세상. 누구도 그에게 죽음을 권할  없다. 더이상의 악플은 없었으면 한다.













9월 9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떠나간 그곳은 악플과 차별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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