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의 워킹홀리데이, 너무 늦은 걸까?

by 마늘




다시 찾아온 기회


나는 1989년생, 올해 만 36세다. 예전엔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는 20대의 특권 이었다. 그래서 30대 중반인 내가 워홀을 하러 캐나다에 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한국과 캐나다, 영국 간의 워홀 협정에서 지원 가능 연령이 기존 만 30세에서 만 35세로 확대되었고, 체류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특히 캐나다는 최대 2회 신청이 가능해 총 4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음해면 더이상 신청도 불가 했다. 기적 같은 타이밍이었다. 20대에 놓친 기회가 다시 온것이다.




속도에 갇혀 있던 20대.


미국드라마를 하루에 5시간씩 보며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외국 생활에 대한 로망이 엄청났다. 외국에 살면서 공부를 하거나 회사를 다니고 싶어 했는데, 공부를 하기엔 돈이 없었고 취직을 하기엔 스펙이 부족하다 느꼈다. 워홀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땐 해외에서 고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년을 보낸다는 것은 어쩐지 무모하다 느꼈다. 언른 자리를 잡는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학점을 만들고, 취업을 준비하고, 회사를 다녔다.


30대가 되고 나서야, 일년은 별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충분히 방황하고 돌아가도 되는 시간이었다. 20대에는 그걸 몰랐다. 1년을 재수하거나 놀면, 겉잡을 수 없는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평범을 경멸하면서도 남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불안했다.


29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배낭을 메고 세계일주를 떠난 것도 그런 틀을 깨기 위한 첫 시도였다. 돌아오면 뭔가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와도 세상은 여전했고, ‘놓친 만큼 더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만 남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이런 저런 방황이 이어지며 내린 결론은 어쩌면 인생 자체가 방황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러니 그 어느때도 늦은 때도, 뭘 해야 될 시기도 없고 그냥 하고싶은 것을 하고 싶은 때 하면 된다는 것.




더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안정’이란 이름 아래,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해야 할까? 물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나도 가볼까?’, ‘지금 가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일단 가보자. 가서 후회하더라도, 돈을 좀 잃더라도, 그게 평생 ‘안 갔던 것’에 대한 후회보다 훨씬 낫다. 하지 않은 후회는 꼭 망령 같다. 실체도 없는 것이 자꾸 떠오르고, 나를 괴롭힌다. 반면 해 본 일은 명확하다. 짜증날 수는 있어도, 후련하다.찝찝하게 발목을 잡고 늘어지지 않는다.


갔다가, 더 이상 못 하겠을 때 언제든 돌아가면 된다. 돈을 조금 잃더라도, 시간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일단 한 번 부딪쳐보자. 후회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선명한 후회를 선택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괜찮은 손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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